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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한 유전자 프로그램이다?   FUSION 과학

제 26 호/2003-09-10

고통은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한 유전자 프로그램이다?


어린 시절 읽은 가장 슬픈 동화를 말하라면 단연코 인어공주를 꼽을 것이다. 바닷속 인어 공주는 육지의 왕자님을 사랑한 대가로 마녀에게 두 다리를 얻는 대신, 자신의 목소리를 주었다. 심술궂은 마녀는 그걸로는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녀가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칼끝을 밟는 것처럼 극심한 아픔을 느끼도록 저주를 걸었다. 살을 에이는 듯한 고통을 이기고 왕자 앞에서 춤을 추는 인어공주, 그녀가 고통을 감내한 삶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인간이 느끼는 다섯가지의 감각 중 하나가 촉감이다. 촉감은 열 자극을 느끼는 온점, 차가움을 느끼는 냉점, 압력을 느끼는 압점, 고통을 느끼는 통점으로 구성되어 우리 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다. 

이 여러가지 감각 수용체 중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것이 바로 고통을 느끼는 점인 통점이다. 통점은 우리 피부 1cm2당 100-200여개가 존재하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이 통점들은 다른 감각점들의 끝 부분이 캡슐에 싸여 있는 것과는 달리, 신경에서 뻗어나온 말단이 바로 노출되어 있어서 다른 감각기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피부를 통해 느끼는 감각기관 중 통점이 가장 잘 발달해있고, 사람에겐 뜨거움, 차가움, 눌림 등의 감각보다 통증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통증은 말 그대로 고통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가능하면 고통없는 삶을 살길 원하고, 그를 위해 각종 진통제를 개발해냈다. 금지된 마약류 역시 그 뛰어난 진통 효과 덕에 의료용으로는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니까. 여기서 우리는 아이러니를 느낀다. 통증을 그토록 고통스러운 것인데, 왜 통증을 느끼는 감각은 이토록 발달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증이야 말로 생명체가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고통이란 감정은 아픔, 싫음, 참기 힘듬, 벗어나고 싶음이라는 욕구와 맞물린다. 그리고, 대개 통증을 느끼는 것들은 생명체에게 위해를 주는 것들이기에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생물체는 안도와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고통을 피할 수 있는 행위를 시도하기에, 고통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능력은 결국에는 생명체의 생존을 유지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물을 못 마시면 고통스럽다. 탈수가 지속되면 생명을 유지시키기 힘들기 때문에 갈증에는 고통이라는 감정이 수반되는 것이다. 따라서, 목이 마를 때 수분을 섭취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시원한 느낌에다 정신까지 맑아지는 것은 고통을 피해서 생명체의 생존을 유지시킨 대가이다. 유전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생명에 대한 위해 = 고통이라는 등식을 만들어 놓고, 고통의 회피 = 행복이라는 공식도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한 듯 싶다. 그래야 생명을 유지시키는데, 이기적인 유전자가 자신을 오래도록 존속시키는데 유리할 테니까 말이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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