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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봐도 그대를 알 수 있소!   FUSION 과학

제 32 호/2003-09-24

눈만 봐도 그대를 알 수 있소!

해마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이 되면 TV에서는 각종 블록버스터들을 방영해주곤 한다.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역시 이번 추석 연휴동안 시청자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려는 방송사의 배려로 인해 다시 보게 된 영화였다.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프리 크라임’ 시스템의 실질적 책임자인 존 앤더튼은 어느 날, 자신이 살인자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서는 자신을 잡으러 오는 부하들을 피해 필사적인 도망자가 된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된 사회 속에서는 군중 속에 자신을 숨기는 것도 불가능했다.그가 지나갈 때마다 전광판에 붙은 개인 식별 장치가 그의 홍채 정보를 읽어서 신원을 판별하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물건을 사라고 유혹을 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은 신분증이 필요없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눈 뿐. 개인 식별 뿐 아니라, 문의 잠금 장치 해제도, 심지어는 지하철 요금 지불도 홍채 정보를 읽는 것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홍채가 과연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는 걸까? 

문서화된 신분증이 아닌 개인의 신체적/행동적 특징을 통해 개인을 식별하는 것을 생체인식기술, 즉 바이오메트릭스(biometrics)라고 한다. 생체 인식은 잃어버릴 염려도 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적어서 미래의 신분증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생체 인식 수단은 지문으로서, 우리 나라 사람들은 만17세가 되면 동사무소에 가서 지문을 날인하고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시스템을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다. 요즘은 문 잠금 장치나 현금 자동 입출금기, 증명서 자동 발급기 등에도 지문을 이용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지문은 심한 육체 노동에 의해 지워지기도 하고, 땀이나 이물질이 묻으면 인식이 제대로 안 되는 단점이 있어서 차세대 생체 인식 방법으로는 지문보다 홍채가 주목받고 있다. 

홍채는 사람의 신체 중에서 개인간의 차이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알려진 부위다. 빛을 조절하는 홍채의 무늬는 생후 6개월 경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두세살이면 완전한 모양이 갖춰지고 이후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약 30여가지의 특징적인 패턴이 조화를 이루는 지문에 비해 홍채의 특징적인 패턴은 200여가지나 되기 때문에 훨씬 더 다양하며 그만큼 복제하거나 정보를 유출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인식판에 직접 손가락을 갖다대지 않더라도 먼 거리에서 특수 카메라로 홍채의 사진을 찍어 기존의 정보와 대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편리하며, 특별한 동의(사인이나 손가락을 갖다대는 것 등)가 없어도 한꺼번에 여러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앤터튼은 결국 타인의 안구를 이식받아 아예 홍채 정보를 타인의 것으로 바꿔치기하고서야 겨우 끈질긴 홍채 인식 카메라의 추적에서 벗어난다. 생체 인식은 정보가 유출되거나 잃어버릴 위험성은 적어 안전한 식별 시스템이지만, 자칫 잘못 사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 침범될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모든 과학의 발달이 그렇듯 생체 인식 기술 역시 양날의 칼이다. 잘 사용하면 생활을 편리하고 여유롭게 만들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기술이 인간을 옭아매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칼날의 어느 쪽을 사용할지는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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