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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과학향기

지진 예측

#미래 2016. 5. 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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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발생! 책상 아래 숨을까? 밖으로 나갈까?


“인천 앞바다 80km 위치에서 규모 5.2의 강진이 발생했으며 인천은 진도 5, 서울은 진도 3의 상황입니다. 수도권과 경기지역에서는 서너 번 정도 비슷한 규모의 여진이 발생할 예정입니다.” 

긴급하게 지진 속보를 라디오로 들은 서울 김씨. 25년이 지난 주택에 살고 있는데 책상 밑으로 숨어 위에서 떨어지는 물체로부터 몸을 안전하게 해야 할까,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집에서 빠져나와야 할까? 규모 5.2와 진도 3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까? 


김씨의 판단을 돕기 위해서는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다. 규모와 진도는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다. 규모는 지진으로 발생한 에너지의 양을 알려주는 것으로 리히터 규모 1이 증가하면 에너지는 30배가 더 커진다. 즉 규모 5.2와 규모 3.0은 약 1000배의 에너지 차이를 가진다. 


그런데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발생 지역과 가까운 지역은 지진 에너지가 많이 전달되고 먼 지역은 적게 전달된다. 즉 거리에 따라 지진의 영향 정도가 달라진다. 이처럼 특정 지역에서 사람이 느끼는 지진의 크기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 진도다. 


우리나라는 12등급으로 나눈 수정머큘리진도(MMI)를 채택하고 있는데 보통 로마 숫자로 표기한다. 잠을 청하고 있는데 천장에 달아 둔 등이 흔들거리는 것을 보고 지진인가 보다라고 느끼는 정도라면 진도 Ⅲ 정도다. 가구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고 내벽의 석고 내장재가 떨어지면 진도 Ⅴ(5) 정도인데, 지진에 대한 본격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진도Ⅶ(7) 이상이 되면 잘 설계된 건물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피해가 커지며, 진도Ⅸ(9)이상이 되면 보통 건물 상당수가 무너질 정도로 대형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지진 피해 정도는 보통 진도로 파악하지만 규모가 크면 진도도 커지기 때문에 규모로도 피해 정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최근 6천여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 중부 지진은 규모 6.2 정도였다. 규모 8.0 이상이 되면 교량이 파괴되고 대부분의 구조물이 붕괴되는 등 대형참사로 연결된다. 2004년 23만명의 사망자를 낸 동남아 쓰나미의 원인이 됐던 진도 8.9 정도에 이르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 약 250만개 정도의 강도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지진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는 없는 것일까? 

옛 사람들은 갑자기 모든 쥐들이 집을 옮기거나 개나 말들이 이리저리 뛰면서 불안한 행동을 보이면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지금도 일본의 어류학자인 스에히로 교수와 같은 이는 심해어(深海漁)의 행동을 연구해 지진을 예측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질학자들은 첨단 계측장비를 활용해, 지진발생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지진파의 전파에 의한 지면의 진동을 기록하는 장치인 지진계(seismograph)를 전국에 설치하고, 컴퓨터 네트워크로 엮어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진계는 지면이 흔들리면 스프링에 매달린 영구자석이 상대적으로 진동하게 되는데, 이때 코일에 유도전류가 발생해 지면의 진동이 전류신호로 바뀌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레이저빔을 이용한 새 지진감지기(레이저 스트레인미터)도 개발됐다. 현재 미국에서 시험운영 중인 이 지진계는 레이저의 정밀성을 이용해 지면이 1천분의 1밀리미터라도 움직이면 알아낼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지난 90년대 초부터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GPS 위성을 활용한 지질관측소의 설치도 추진되고 있다. GPS 위성이 지상에 설치된 높이 1.68m의 센서에 신호를 보내면 센서 안테나가 신호를 해독, 지각변동의 움직임을 1mm까지 감지하고 지층의 활동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예측은 신(神)의 영역에 속한다. 

무엇보다 판(plate)의 성질이 어디로 튈 지 예측할 수 없는 럭비공과 같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고 600~700km 지하에서 발생하는 심발지진은 ‘지하에서 수십 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쳐서 준비된 것’이라고 추정할 뿐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70km 깊이에서 시작된 천발지진도 주변 환경에 따라 대지진으로 확대될 수도 반대로 사라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지진을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통계를 통해 어느 정도 추정예측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규모 3.0 정도의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5년 안에 상당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결국 내진설계와 같은 사전대비 만이 최선의 대책인 셈이다. 

건물이나 교량 등이 수평방향의 흔들림에도 비틀리거나 붕괴되지 않도록 설계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흔들림이 감지되면 송전이 끊기고 비상 제동장치가 작동되는 TGV나 신간센의 지진감지시스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자연의 대재앙을 완전히 예측하는 것은 신(神)의 영역이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글 : 유상연 과학 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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