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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돌아오는 달콤한 유혹의 시기다. 사랑 고백을 주고받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는 상업적인 의도가 짙게 깔려있지만 의도야 어쨌든 초콜릿과 사탕은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초콜릿과 사탕은 모두 당(糖)이 잔뜩 들어있는 기호품. 사랑의 달콤한 맛이야 얼마든지 환영하겠지만 당에 포함된 과도한 열량은 부담된다. 


당의 대표주자는 단연 설탕이다. 설탕은 기원전 4세기 경 인도에서 제조된 이래 지금까지 인류의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대량생산돼 가격이 싸지만, 유럽에 퍼지기 시작한 14세기만 해도 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오랜 설탕의 지위가 위협받게 됐다. 웰빙 바람이 불며 비만, 당뇨병, 충치의 주범으로 몰린 것이다. 설탕을 대체할 새로운 당이 필요해졌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설탕보다 수백 배 단 합성감미료 

사람들이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강력한 단맛을 내는 당이었다. 합성감미료인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500배나 더 달다. 사카린은 원래 물에 녹지 않지만 물에 녹는 용성사카린이 1894년 개발됐다. 용성사카린은 식품첨가물로 쓰였지만 몸에 해롭다는 논란이 일며 사라졌다. 


사카린이 시장에서 사라지자 그 뒤를 아스파탐이 이었다. 강력한 단맛도 중요하지만 칼로리를 낮추고 당뇨병 환자에게도 쓸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으로서의 당이 필요해진 것이다. 아스파탐은 1965년 우연히 발견됐다가 1981년이 돼서야 시판되기 시작했다. 설탕과 같은 열량이지만 200분의 1만 넣어도 같은 당도를 낸다. 


아스파탐이 쓰인 대표적인 상품은 다이어트 콜라다. 당뇨병 환자를 위해 커피에 설탕 대신 넣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아스파탐은 분자량이 적어 단맛이 입안에 너무 오래 남는 단점이 있다. 다이어트 콜라를 먹은 사람은 긴 여운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데 바로 아스파탐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설탕을 보조하는 당 정도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건강을 지키는 기능성 당 

사람들의 관심이 건강에 몰리면서 기능성 당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솔비톨, 자일리톨 등 ‘-톨’로 끝나는 당알코올과 단당류가 2~10개 연결돼 만들어진 올리고당이다. 


솔비톨은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치약에 섞어 사용한다. 치약의 뚜껑을 열어 둬도 잘 굳지 않는 것은 솔비톨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빵에 넣어 촉촉함을 오래 유지하도록 하는데 쓰인다. 당알코올의 다른 종류인 자일리톨은 충치를 막는 껌으로 유명세를 탔다. 혈당을 크게 높이지 않아 당뇨병 환자도 먹을 수 있고, 실제 충치균의 번식을 막는 효과가 입증됐다. 그러나 자일리톨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싸한 뒷맛’이다. 싸한 맛은 청량감을 주어 껌이나 사탕 종류에는 어울리지만 빵과 과자를 만들기엔 역부족이다. 


올리고당도 한동안 유명세를 탔었다. 이들 올리고당은 단당류가 여럿 붙어 소화효소가 분해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설탕의 절반에 불과한 단맛은 부족하지만 인체가 흡수하지 못해 열량으로 쓰이지 못하니 체중 감소에 좋다. 게다가 장에 있는 이로운 세균이 올리고당을 분해해 먹기 때문에 장을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건강과 감미를 동시에 잡은 차세대 당 

자일리톨, 올리고당 등 기능성 당은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켰지만 당의 원래 목적인 ‘감미’(甘味)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따라서 설탕과 비슷한 맛을 내면서 몸에 이로운 기능까지 갖고 있는 차세대 당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각광받고 있는 차세대 당의 대표주자는 타가토오스다. 


타가토오스는 1세대 당인 갈락토오스를 이용해 만든다. 감미도가 0.9로 설탕과 비슷하고, 인체가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살찔 염려도 없다. 당지수도 낮아 당뇨병 환자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점. 현재 우유를 가공하고 버리는 성분 중에서 타가토오스를 추출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대 오덕근 교수팀은 미생물을 이용해서 타가토오스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타가토오스의 안전성 등이 입증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설탕을 대체할 강력한 당의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단맛은 에너지를 만드는 음식의 표지다. 따라서 우리 몸에도 자연스럽게 단맛을 선호하는 코드가 심겨져 있다. 하지만 이 코드는 에너지 과다가 된 현대인에게 오히려 방해요소가 되기에 새로운 당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건강에 유익하면서도 달콤한 맛은 그대로 간직한 차세대 당의 활약을 기대해 보자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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