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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다. 고향에서 반가운 얼굴을 볼 생각에 기쁘지만 꽉 막힌 고속도로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비단 명절만이 아니다. 운전하다보면 꽉 막혀 거북이걸음으로 가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정체가 풀리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도대체 저 구간이 왜 정체였지’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답은 찾을 길이 없다. 과학자들은 정체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하고 있다.
먼저 거시적인 방법부터 보자. 통계 물리학자들은 교통을 복잡계에 속하는 요소들의 흐름으로 보고 그 성질을 파악해 대책을 제시하려 시도한다. 통계 물리학이란 현대 물리학이 종래의 물리 문제 해결법, 즉 간단한 방정식 등을 이용해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를 위해 도입한 것이다. 간단히 말한다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은 경우 하나의 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해가 보이는 패턴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통계 물리학이 적용되는 ‘계’는 보통 변수가 많고 자유도가 높아 복잡계라고도 부른다. 복잡계를 분명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교통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주요 특성이 있다. ‘창발’(創發·emergence)이라고 불리는 특성이다. 예를 들어 흰개미는 한 마리는 집을 지을만한 지능이 없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흰개미 집단은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집을 짓는다. 이같이 구성요소에서는 없던 특성이나 행동이 전체구조에서 자발적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을 창발이라고 한다.
교통사고나 진입로의 병목현상이 없어도 정체는 발생한다. 이는 구성요소인 개개 차량의 움직임 때문이다. 한 운전자가 급정거를 하거나 무리하게 차선을 침범하면 그 결과는 전후좌우의 차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면서 정체라는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이런 요소들을 통계물리학으로 계산해 전체 교통의 흐름을 예측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런 기본 조건에 ‘운전자의 행동’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첨가했다. 이를테면 운전자가 차에 태운 아이를 살핀다거나 라디오의 주파수를 바꾸면 앞 차의 반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없다. 이런 운전자는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전진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운전자가 ‘딴 짓’을 하는 장소는 ‘시간 여유가 생기는’ 정체구간이라는 점. 한번 정체구간이 생기면 정체는 계속 누적된다.
운전자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운전자의 행동이 결코 작은 요소가 아니며 어쩌면 교통 정체의 본질일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로 나온 해결책은 실망스럽게도 단순하다. 불규칙한 노면 상태, 전방의 시야를 가리는 물체 같이 운전자가 한눈을 팔 만한 요소를 찾아 제거하는 것이다.
미시적인 예는 교통량이 큰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심의 교통량은 시간, 기능 구간의 분포, 교차로의 위치, 날씨, 행사 등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전체를 아우르는 통계적 관점보다는 국지적 특성을 고려하는 개선이 필요하다.
진입 램프는 교통 체증의 해소책인 동시에 정체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울산의 삼호동과 태화동을 잇기 위해 건설되는 오산대교는 대도시 교통 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최초 계획에서 진입 램프가 빠져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비난이 있었다. 반면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의 경부선 진입 램프는 해당 지역의 교통 체증을 심화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있어도 고민, 없어도 고민인 셈이다.
진입 램프 부근에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끼어들기다. 서울에서 끼어들기 민원이 가장 많은 곳은 영동대교 북단의 구리 방향 진입로와 한남대교 남단의 공항 방향 진입로. 경찰은 이곳에 끼어들기 무인 단속 시스템을 설치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 추적해 적극적으로 끼어들기 차량을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신호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대표적인 개선방법으로 ‘연동 신호 체계’와 ‘실시간 신호 체계’가 있다. 연동 신호는 동일선 상에 존재하는 신호등이 흐름을 끊지 않도록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실시간 신호란 교통경찰이 해당 교차로의 상황을 눈으로 보고 지시하는 것처럼 중앙통제실에서 현장을 파악해 유동적으로 신호를 바꾸는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 시스템에 과도한 부하가 걸려 교통량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지역적인 실태를 고려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보던지 교통 체증의 해결이란 결국 정보의 종합과 분석, 적용이다. ‘계’의 분석은 마치 과학자의 가설과 같아서 끊임없이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그 때마다 검증을 받아야 한다. 또한 분석 결과 채택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인 제약을 극복해야만 한다. 이론이 아무리 정확하다한들 제어체계가 엉망이라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북이와 경주를 해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 만큼 차가 막힌 도로 위에서 ‘이대로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와 전문가들이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차를 몰 때에는 상황이 많이 나아질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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