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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장이 아무리 넓어도 끝없이 퍼져나가는 천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지니고 있다.” 미국의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이 바이올린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두고 한 말이다.
바이올린 소리는 현에서 나온 음파가 몸체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공명을 만들어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분해해 진동을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공명 주파수가 서양 음계의 음 간격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현대 바이올린은 주파수에 따라 소리가 변하지만,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일정한 음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신비한 소리의 비밀을 찾기 위해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해왔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가 거주한 지역의 온도 및 습도가 바이올린을 구성하는 70여 개의 부품에 적합하다는 연구결과에서부터 당시 사용한 특별한 바니시(광칠) 때문이라는 주장이 거론돼 왔다.
그중 목재재료학과와 기상학과의 융합 연구팀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비밀이 1645년부터 1715년까지의 소빙하기에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 이 시기에는 긴 겨울과 시원한 여름으로 인해 장기간 성장이 감소함으로써 밀도가 높은 매우 특이한 목재가 생산됐으며, 그로 인해 악기가 풍부한 음색을 지니게 됐다는 것이다.
스트라디바리는 소빙하기가 시작되기 1년 전에 태어났으며, 소빙하기가 끝날 무렵 그는 가장 좋은 현악기를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어깨를 견주는 구아르네리, 아마티와 같은 명품 바이올린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같은 지방에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실제로 그 시기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스태튼 섬까지 얼어붙어 그 위로 걸어 다닌 적도 있었으며, 잘 얼지 않던 영국의 템스 강이 발틱해처럼 자주 얼어붙어 빙상축제를 열기도 했다. 서늘한 여름과 혹독한 겨울로 인해 유럽인들은 대기근에 시달렸으며,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우박이나 철 아닌 눈과 서리 등을 비롯한 자연재해가 잦았다고 한다. 약 1만8000년 전의 마지막 빙하기 이후로 유럽 및 아시아의 일부분, 북미, 심지어 에티오피아의 고산지대까지 빙하가 확장된 적은 이때밖에 없었다.
소빙하기는 태양 흑점 활동과 연관이 깊다. 보통 4만~5만 개의 흑점이 관측되지만, 17세기의 소빙하기에 관측된 흑점은 50개에 불과하다. 태양이 지구에 쏟아내는 에너지는 흑점 개수와 관계없이 거의 일정하지만, 태양 흑점이 지구의 기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즉, 태양 활동이 줄어들어 흑점이 없을 때는 지구 기온이 내려가고, 태양 활동이 왕성해 흑점이 많을 때는 지구도 따뜻해진다는 설이다.
소빙하기 때 흑점 수가 매우 적은 것을 두고 당시 관측기술이 미흡해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는 과학자들이 많아 한동안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의 천문학자 J. 에디가 소빙하기 때의 오로라 출현 횟수를 조사한 결과, 그 시기에는 오로라의 빈도도 현저히 낮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흑점의 출현과 오로라가 관련이 있음을 염두에 둔 연구였다.
1976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이 논문은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J. 에디는 그 시기를 ‘마운더 극소기(maunder minimum)’라고 명명했다. 그 같은 현상을 기록한 19세기 영국인 천문학자 E. W. 마운더의 이름을 딴 작명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영국 노섬브리어대학 연구팀은 2030년부터 2040년 사이에 ‘마운더 극소기’에 버금가는 ‘미니 빙하기’가 닥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연구를 주도한 발렌티나 쟈코바 교수팀이 그 같은 주장을 한 근거 역시 태양 활동에 대한 분석 결과였다.
태양 활동은 약 11년마다 일정한 강약 주기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그 같은 주기의 발생 원인이 태양 내부의 대류 순환유체에 의해 발생하는 힘 때문이라고만 추정돼 왔다. 따라서 지금까지 어떤 모델도 태양의 변화 주기를 정확히 파악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쟈코바 교수팀은 자신들이 새로 개발한 모델을 사용해 태양 내부에서 2개 층으로 된 힘의 파동 위상이 일치할 때는 태양 활동이 활발한 극대기가 되며, 위상이 불일치할 때는 태양 활동이 극소기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태양 활동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힘이 태양 표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태양 주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연구팀은 새 모델을 이용해 기존의 태양 흑점 주기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2020~2030년 사이에 97%의 정확도로 태양 흑점이 사라지게 된다고 예측했다. 따라서 2030년 무렵에 태양 활동이 60% 감소해 2040년까지 1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이 약 1.5℃ 낮아지는 미니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은 명품 악기가 재탄생하고, 템스강에서 빙상축제가 다시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쟈코바 교수팀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태양의 활동 주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그들이 만든 새 모델도 검증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태양 활동이 실제로 지구 기후에 큰 영향력을 유발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근래 들어 태양 활동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지구 온도는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또한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태양 활동의 감소가 과거처럼 지구 기온을 떨어뜨리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기상청 산하 기후예측기관인 해들리 센터를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지난 6월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지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마운더 극소기가 2050년~2099년 사이 재현되더라도 지구 평균 기온은 겨우 0.1℃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이 이 시기에 마운더 극소기의 재현을 가정한 이유는 영국 기상청의 연구결과 이때 소빙하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소빙하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는 없으나, 어쩌면 15년 뒤 인천 앞바다가 얼어붙어 있는 모습을 다시 볼지도 모르겠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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