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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유명한 양인 ‘돌리(dolly)’의 존재는 1997년 2월 23일 ‘네이처(Nature)’지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포유동물’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과학계의 거대한 약진’이라며 전 세계 언론들은 열광했다.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자 사담 후세인과 같은 악인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논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간 복제라는 문제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러자 세계 각국은 인간 복제 금지와 관련된 법안들을 제정했다. 

하지만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게 된 애초의 목적은 인간의 불치병 치료에 있었다. 인간의 유전자를 주입해 변형시킨 체세포로 동물을 복제하면 인간의 단백질이나 호르몬을 생산하는 동물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사실 이안 월머트 박사와 키스 캠벨 박사가 돌리를 탄생시킨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어떤 양들은 복부를 둘러싼 근육과 피부가 제대로 들어맞지 않은 불완전한 모습으로 태어나거나, 신장 기능이 비정상적인 개체도 있었다. 또 정상보다 훨씬 거대한 몸집의 양이 태어나기도 했으며, 탄생 후 몇 주간 호흡에서 문제를 일으킨 개체도 있었다. 
월머트 박사팀은 그 같은 시행착오를 무려 276번째 거듭한 끝에 돌리를 탄생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돌리는 1996년 7월 5일에 태어났으나, 건강상의 결함을 확인하느라 그로부터 8개월 후에야 세상에 공개됐다. 

그래도 연구진은 안심할 수 없었다. 복제 동물에게 잠재돼 있던 결함이 후손에게 유전자로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돌리는 태어난 지 1년 9개월 후 ‘데이비드’라는 숫양과 짝짓기를 해 ‘보니’라는 건강한 새끼 양을 낳았다. 
돌리에게 문제가 나타난 건 출생한 지 3년이 흐른 후였다. 돌리 체내의 세포들이 늙은 동물에서나 볼 수 있는 노화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것. 2002년 초엔 돌리의 아버지인 이안 월머트 박사가 돌리의 왼쪽 뒷다리에 관절염이 생겼다고 발표했다. 양에게 관절염이 생기는 건 흔했지만, 문제는 돌리의 경우 예상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관절염이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 돌리는 진행성 폐질환 증세가 악화돼 여섯 살이 되던 2003년 2월에 안락사 됐다. 돌리의 사체는 보존 처리돼 그가 태어난 곳인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왕립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출생 시 외관상 결함은 없었지만 돌리는 태어날 때부터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았다. 텔로미어란 염색체 양끝에 있는 말단 부위로서, 세포 분열을 할 때마다 조금씩 닳아 없어진다. 즉, 텔로미어는 노화의 정도를 알려주는 시계와 같은 셈이다. 
따라서 돌리는 이미 노화한 상태로 태어나서 일찍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돌리의 죽음은 체세포 복제 방식에 대한 안전성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진 1. 돌리의 박제(출처: wikipedia)



돌리 이후 소와 생쥐, 개, 고양이, 돼지 등의 체세포 복제 동물이 탄생했다. 이 복제 동물들도 대부분 돌리처럼 의학 치료란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같은 애초의 목적은 차츰 빛을 바랬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순수하게 경마를 위해서 복제된 말이 탄생하는가 하면, 마약을 탐지하거나 인명을 구조하는 능력이 뛰어난 특수견이 복제 기술로 만들어졌다. 현재 일반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복제 동물 시장은 애완동물 상품이다. 애지중지 키우던 애완동물이 죽을 경우 거금을 들여 원래의 애완견과 유전자가 거의 동일한 애완동물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특산 한우처럼 인기 있는 품종이 복제 동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같은 목적에 의해 탄생한 복제 동물의 경우, 음식으로 이용해도 안전한가 하는 논쟁을 야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는 복제 동물을 식용으로 먹거나 복제 동물로부터 생산된 우유가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농업위원회는 복제 동물의 식용을 금지했으며, 일부 단체들도 정보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수많은 복제 동물의 출현과 이 같은 논쟁으로 인해 새로운 복제 동물의 탄생에도 무관심해진 요즘 영국에서 반가운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중국에서 건너와 에든버러 동물원에 있는 판다 2마리에 대해 복제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중국 서부의 쓰촨성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판다는 현재 약 1,800마리밖에 없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의 산업화로 인해 판다 서식지인 대나무 숲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런데 판다는 원래 번식이 까다로운 동물이다. 약 2400만 년 전 곰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대나무를 먹는 초식동물로 진화했지만, 판다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육식동물의 신체 구조를 갖고 있다. 풀을 잘 소화시킬 수 있는 내장기관이 발달하지 않았으며, 소화를 돕는 장내 미생물의 종류도 육식동물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판다는 이 같은 신체적 약점을 어마어마한 식사량으로 극복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즉, 대나무를 엄청나게 많이 먹음으로써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따라서 판다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식사에 사용할 만큼 먹는 것 외에 다른 것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 짝짓기는 물론 어쩌다 새끼를 낳아도 육아에 신경을 쓰지 않아 대를 잇기가 무척 어렵다. 

사진 2. 미국 국립동물원에서 판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출처: wikipedia)



에든버러 동물원이 판다 복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프로젝트에는 복제양 돌리의 실험에 참여한 적이 있는 로슬린 연구소의 빌 릿치 박사도 합류했다고 한다. 판다 복제 프로젝트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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