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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이냐, 디젤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이 삶과 죽음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차를 살 때마저도 깊은 고민에 빠진다. 가솔린 엔진 차를 살 것인가, 아니면 디젤 엔진 차를 살 것인가! 차를 사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참 어려운 고민이다.
최근에는 디젤 엔진 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13 국내 자동차 신규 등록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사상 처음으로 디젤 엔진 차의 판매량이 가솔린 엔진 차 판매량을 넘어섰다. 이후 수입 디젤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디젤 엔진 차 판매량은 더욱 급상승했다.
사실 경제적인 면에서 봐도 디젤 엔진 차를 사는 게 유리하다. 초기 구매 비용은 가솔린 엔진 차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비싸지만, 경유 값이 저렴한 만큼 차량 유지비가 적게 들어 오래 탈수록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젤 엔진이 개발된 배경도 경제적인 이유에 있다. 디젤 엔진이 개발되기 전 시대의 증기기관과 가솔린 엔진은 크기가 크고 가격이 매우 비싸 일반 서민들이 구매하기엔 매우 어려웠다. 이때 독일의 기계기술자인 루돌프 디젤은 일반인들도 쉽게 살 수 있는 저렴한 엔진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연료 효율도 높은 엔진을 말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893년, 루돌프 디젤은 드디어 디젤 기관을 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관은 ‘작고 가벼우면서도 연료 효율이 높은 값싼 엔진’으로 높은 효율을 인정받아 특허를 받았고, 1919년 대량 생산돼 선박과 트럭, 열차, 잠수함 등 대형 기관에 사용되기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차인 트럭과 버스에 주로 사용됐고, 이후 승합차나 SUV 등 점차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하지만 디젤 엔진 차는 환경오염 물질이 많이 배출한다는 점에서 구매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찝찝하게 했다. 특히 예전 버스나 승합차 배기관에서 시커멓게 나
오던 연기가 바로 그 주인공! 시커먼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몸에 해로운 느낌이 들었고, 거리에 차가 늘기 시작하면서 공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만 갔다.
디젤 엔진 차는 일반적으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많이 내놓는다. 미세먼지는 일반 먼지의 10분의 1 크기일 정도로 작다. 같은 농도라면 미세먼지의 수가 먼지보다 많다. 먼지는 크기가 작을수록, 수가 많을수록 몸과 반응하는 표면적이 넓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몸 안에 들어오면 호흡기는 물론 온몸 구석구석에 들어와 염증을 일으킨다.
한편 질소산화물은 NO, NO2, N2O 등 질소와 산소로 이뤄진 다양한 형태의 화합물을 통틀어 말한다. 질소산화물이 체내에 들어오면 기관지 염증과 천식, 만성기관지염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에는 폐부종(Pulmonary edema)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디젤 엔진 차는 이런 불편한 마음을 잊으라는 듯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배기관 밖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처리하는 장치를 개발해 차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디젤 자동차에 적용된 대표적인 장치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배출가스를 줄이는 장치다. 디젤 엔진 차에서 유해한 물질들이 나오는 원인은 연료인 경유가 불완전연소를 하기 때문인데, ‘CRDI(Common Rail Direct Injection)’로 표시되는 커먼레일 엔진 기술은 연료를 고압으로 축적했다가 분사되는 양과 타이밍, 횟수를 제어해 불완전연소를 줄여 준다.
다른 방법은 만들어진 배출가스를 깨끗하게 처리해서 내보내는 방법이다. ‘배기가스 후처리장치’로 불리는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는 차에서 만들어진 배출가스를 바로 배출하지 않고 필터를 이용해 미세먼지와 같은 해로운 물질을 걸러낸다. 최대 단점이었던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했으니 디젤 엔진 차를 사면서 들었던 불편한 마음이 합리화 되는 듯 했다.
이 기세를 몰아 디젤 엔진 차는 ‘클린디젤’이란 이름으로 친환경이란 이미지를 갖게 됐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에 따르면 디젤 엔진 차는 전기자동차와 태양광 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 등과 함께 ‘친환경 자동차’에 포함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디젤 엔진 차가 친환경 자동차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다른 친환경 자동차와 달리 디젤 엔진 차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 연료를 연료로 사용한다. 또한 처리장치는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해결한 것처럼 보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015년 10월에 폭스바겐 조작 사태가 터지자 다른 디젤 엔진 차도 얼마든지 ‘친환경’으로 둔갑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실제로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 엔진 차에 대한 우리나라 법도 바뀔 조짐이다. 환경부는 디젤 엔진 차에 면제됐던 환경개선부담금을 다시 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디젤차를 친환경 차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환경 제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친환경 먹거리와 친환경 차, 친환경 건축물 등…. 친환경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 친환경! 제품에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일 때는 좀 더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물론 제품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의 몫이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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