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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 꿈의 신약 원료인가?
제 21 호/2003-08-29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태반과 탯줄을 신성시 여겨왔다. 이 때문에 아이를 출산한 후 얻어진 태반과 탯줄을 소홀히 다루지 않고 태반 항아리(태항)에 담아 정결한 곳에 묻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왕실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태반을 깨끗이 씻어 백자 항아리에 담아 밀봉한 뒤 성대한 의식을 거행하고 고이 보관했다고 하니 태반과 탯줄에 대한 믿음은 계급이나 계층에 상관없이 일반화 돼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들어서는 태반과 탯줄뿐만 아니라 탯줄의 혈액인 제대혈(Cord blood)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제대혈은 골수와 곧잘 비교가 되곤 하는데, 이는 골수처럼 두 종류의 줄기세포(Stem cell)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조혈모 세포와 간엽줄기 세포가 그것인데, 줄기세포 중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 세포’를 이식하면 백혈병이나 폐암, 유방암, 재생 불량성 빈혈 등을 치료할 수 있다.
제대혈을 구성하는 또 다른 세포인 ‘간엽줄기 세포’는 관절, 뼈, 각종 장기, 신경, 근육을 만들어 내며, 이 세포는 신경계 질환, 심근경색증, 간질환 등의 치료를 가능케 한다. 특히 제대혈은 조직적합성 항원 6개 가운데 최소 3~4개만 맞아도 이식이 가능해, 항원이 하나만 맞지 않아도 이식이 불가능한 골수와 차이점을 갖고 있다. 제대혈이 각광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대혈을 활용하면 어떠한 병이든 고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실망스럽겠지만 ‘아니다’ 이다. 보통 제대혈은 50~100㎖을 뽑으며 이는 대부분의 환자가 한번만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아기 탯줄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혈액은 그리 많지 않다. 보통 체중이 30~60kg인 사람 이 한번 사용할 수 있는 정도 양만 보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주로 15세 이하 연령의 사람들을 위해 대비한다는 말이 나왔다. 고칠 수 있는 병도 주로 골수 이식과 관련된 병들이 그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제대혈은 조직접합성이 맞지 않으면 사용하지 못한다. 실제로 동생 제대혈을 형에게 쓰려다 조직접합성이 맞지 않아 포기한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쌍둥이 일때는 제대혈을 함께 쓸 수 있을까? 일란성 쌍둥이는 제대혈을 같이 쓸 수 있지만, 이란성 쌍둥이는 따로 채취해야 쓸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제대혈 보관회사들은 일란성이나 이란성 쌍둥이 모두 따로 제대혈을 채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유는 제대혈은 단 한번만 이용할 수 있으므로 제대혈을 한 아이에게 이식했다면 다른 쌍둥이 아이의 질병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둘 다 보관하는 것이다.
인체와 난치병의 관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과학의 진보는 난치병들의 일부를 극복하게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새로운 제대혈의 이용을 통해 우리는 인체의 신비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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