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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헬리베! ‘수헬리베? 이게 도대체 뭔 말인가?’하고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힌트를 드린다면, 중·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외우던 암기 항목 중 하나를 떠올려보면 된다. 중·고등학교 때 외우던 암기 내용? 구구단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그렇다. 화학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이렇게 주문처럼 외우면 쉽게 외울 수 있다고 알려 주셨던 ‘주기율표 암기법’의 첫 소절이다. 

‘수’는 수소(H)고 ‘헬’은 헬륨(He), 그리고 ‘리’와 ‘베’는 각각 리튬(Li)과 베릴륨(Be)을 의미하는 약자다. 원소 이름의 앞 글자를 딴 이 같은 암기법을 활용하면 나머지 원소들의 이름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 원소를 효율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만들어져 


주기율표란 이런 원소들을 원자번호 순서로 배열하되, 성질이 비슷한 원소가 나오면 줄을 바꾸어 같은 열의 바로 아래 오도록 배치한 도표를 말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원소들은 주기율표상에서 2 · 8 · 8 · 18 · 18 · 32 · 32 간격으로 7주기로 분류돼 있다. 동일 주기에 배치된 원소들은 같은 수의 전자껍질을 가지고, 동일 족에 있는 원소들은 최외각 전자수가 주기적으로 같기 때문에 비슷한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나타낸다. 주기율표상에서 원소번호 95번부터는 합성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원소다. 


이처럼 원소를 효율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기율표는 지난 19세기에 처음 등장했다. 19세기는 산업혁명으로 유명한 시기로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원소들이 많이 발견된 시대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원소의 성질과 원자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원소의 세상은 러시아의 화학자인 ‘드미트리 멘델레예프(Dmitri Mendeleev)’에 의해 열렸다. 평소 발견된 원소들을 꾸준히 관찰하던 그는, 일정한 주기로 원소들의 특징이 반복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같은 특징에 흥미를 느낀 멘델레예프는 종이카드에 직접 원소의 성질과 원자량을 작성한 다음, 여러 번에 걸쳐 배열하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배열 방법을 찾지 못해 애만 태우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1869년의 어느 날, 멘델레예프는 꿈속에서 새로운 주기율표의 모습을 보게 된다. 잠에서 깬 그는 뇌리에 생생하게 남은 꿈속의 장면을 그대로 종이에 옮겨 적었다.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주기율표의 초기 모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림 1. 멘델레예프가 작성한 단주기 주기율표(출처: wikipedia)



당시 멘델레예프가 처음 만든 주기율표는 그 당시까지 발견된 63개의 원소를 차례로 배열한 단(short)주기형 방식이었는데, 독특한 점은 주기율표에 빈자리를 남겨 두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빈자리를 채울 원소들이 계속 발견될 것이라는 그의 예측 때문이었다. 실제로 칼륨과 스칸듐, 그리고 게르마늄 등 세 원소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발견돼 주기율표에 반영됐다. 이렇듯 멘델레예프는 모든 원소들이 규칙적인 체계를 이룬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이해한 화학자였기에, 후세에서는 그의 업적을 기려 101번째 원소 이름을 ‘멘델레븀’이라고 정했다. 


■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원소 작명권 획득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4개의 방사성 원소가 지난해 말에 새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들 원소는 자연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은 지난 12월 30일 러시아와 미국, 일본 연구진이 발견한 4개의 원소를 기존 주기율표에 새롭게 반영했다. IUPAC은 러시아 두브나 합동핵연구소와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가 공동으로 발견한 115, 117, 118번 원소와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발견한 113번 원소의 주기율표 추가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림 2. 최신 주기율표(출처: wikipedia)



주기율표에 새 원소가 추가된 것은 지난 2011년에 114번과 116번 원소가 추가된 이래 5년 만의 일이다. 4개 원소의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임시로 우눈트륨(Uut, 113번)과 우눈펜튬(Uup, 115번), 그리고 우눈셉튬(Uus, 117번), 우누녹튬(Uuo, 118번)으로 명명됐다. 

한편 이번 4개 원소 추가와 관련해서는 중요한 두 가지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첫째로는 그동안 서구와 러시아가 독점했던 원소 작명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아시아의 나라가 작명권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연구자들이 113번 원소의 이름을 짓게 된 것이다. 113번 원소의 이름에 대해 일본 교토통신은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뜻의 ‘자포늄(Japonium)’이나, 이화학연구소의 이름을 딴 ‘리케늄(Likenium)’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라고 최근 보도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주기율표의 7주기가 다 채워졌다는 점이다. 앞으로 발견되거나 만들어진 원소는 8주기로 넘어가게 되는 것을 뜻한다. 과연 8주기로 넘어가는 원소들도 나올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이미 수년 째 119번, 120번을 만드는 충돌 실험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과 러시아도 유사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원소가 커질수록 만들어질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120번이 넘는 원소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원소를 찾게 된다면 8주기를 추가해야 하므로 주기율표의 대규모 수정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기율표가 대규모로 수정된다면 예전에 암기했던 원소들의 순서도 다시 외워야 할 텐데? 그래도 좋다. 대규모 수정 사태가 벌어져도 좋고, 암기를 다시 해도 좋으니 주기율표의 8번째 주기를 채울 새로운 원소는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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