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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설이다. 귀성길에서 교통체증으로 짜증났던 기억들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유용한 것이 막히지 않는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다. 그런데 똑같은 목적지를 향해서 가도 내비게이션마다 알려주는 길은 다르다. 또 갑작스런 사고로 인한 혼잡교통정보나 구간 통과 평균 속도와 같은 도로정보 내용면에서도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내비게이션의 위치 정보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로부터 받는다. 약 2만km 상공에 떠있는 GPS 위성은 지구 어느 곳이든 항상 4개 이상이 존재해 삼각측량법으로 지상 수신기의 위도 및 경도, 높이 등 3차원 좌표값을 알아낸다. 내비게이션에 내장된 전용 칩셋이 GPS가 알아낸 위치 정보를 수신한 뒤, 내비게이션에 저장된 전자지도와 연동해 현재 차량의 위치를 표시하게 된다. GPS는 이처럼 위치정보만 전달하고, 실제 길 안내는 내비게이션에 내장된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내비게이션용 전자지도를 만드는 업체는 여러 곳이지만, 모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5년마다 한 번씩 갱신하는 전자지도 원본을 사용한다. 그러나 지도 원본에 길을 찾아가는 알고리즘과 주유소 및 음식점 등의 각종 정보를 붙여 넣는 작업은 업체들의 몫이다. 이를 위해 해당업체들은 일일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새로 생기거나 사라진 도로들을 체크한다. 한 지점에서 목표 지점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알고리즘도 업체별로 어떻게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진다. 같은 조건에서도 내비게이션마다 다른 길을 안내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티펙(TPEG, Transport Protocol Expert Group) 서비스가 제공되는 내비게이션이라면 실시간 교통정보와 주요 뉴스를 안내 받을 수 있다. 원래 티펙은 유럽방송연맹(EBU)의 지원을 받아 만든 교통 및 여행정보를 전송하는 국제표준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요즘은 실시간 교통정보 서비스를 의미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티펙 서비스는 교통정보사업자가 실시간으로 수집한 도로 정보를 DMB 사업자가 DMB 채널을 통해 운전자의 내비게이션에 전달하는 원리로 운영된다. DMB 채널로 송신되는 전파신호를 수신하기 위해서는 RF수신칩, 베이스밴드칩, 멀티미디어칩과 같은 DMB 수신 모듈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모아진 교통정보는 티펙 솔루션이나 티펙 데이터 처리 칩셋을 통해 전자지도 데이터와 연동할 수 있는 데이터 값으로 변환돼 막히는 길은 빨간색, 막히지 않는 길은 녹색 등으로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이를 통해 티펙은 목적지까지의 최단 코스를 알려주며, 주행 예정도로의 교통상황 및 소통 속도 등을 미리 알려준다. 또한 사고 소식을 비롯해 위험구간 정보, 카메라 단속 지점, 맛집 및 숙박시설, 주유소와 같은 각종 시설정보를 비롯해 뉴스, 날씨, 인근 주차장 등 생황정보까지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다. 


그런데 티펙 역시 교통정보사업자마다 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도로 바닥에 매설한 차량 이동 속도 검지기나 교통정보수집 카메라 등을 통해 차량 속도의 평균값을 계산하는 곳도 있고, 교차로에 설치된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감지 센서로 구간 통과 평균 속도를 알아내는 구간검지방식을 활용하는 곳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티펙도 어떤 업체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느냐에 따라 실시간 교통상황에 대한 정보가 약간씩 다를 수 있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길을 찾아주는 알고리즘이 부실하거나 일방통행처럼 수시로 바뀌는 도로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제대로 입력되지 않으면 오작동으로 길을 헤매게 만들 수 있다. 또한 티펙도 DMB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지역에서는 불통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티펙의 실시간 교통정보는 보통 5분 간격으로 갱신된다. 이에 비해 요즘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은 거의 실시간 정보가 반영되는 것이 장점이다. 교통정보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도로정보에 추가해 고속도로 및 주요 국도를 운행하는 고속버스 및 택시로부터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들을 통신사의 기지국을 통해 분석해주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9월 국토정보지리원은 일부 고속도로 구간과 국도 5~6곳 등에 대해 정밀지도 제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지도는 기존의 내비게이션에 사용되는 1000분의 1 축적지도보다 훨씬 정밀한 500분의 1 축적 수준으로 제작돼, 실제 위치 오차가 기존의 약 70cm에서 약 50cm 이내로 줄어들게 된다. 국토정보지리원이 항공사진 촬영과 자동차에 CCD(Charge-Coupled Device) 카메라를 장착해 직접 도로를 달리면서 주변 시설물 정보와 3차원 좌표를 정밀하게 표기하는 방법으로 초정밀지도를 제작하는 까닭은 바로 자율주행차 때문이다. 


차량에 장착된 각종 센서와 카메라 등으로 도로와 주변을 인식해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기 위해선 내비게이션에 사용되는 기존의 지도보다 훨씬 구체적인 정밀지도가 필요하다. 2020년으로 예정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대비해 시범구간에서 정밀도로지도 제작에 착수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GPS 위성을 사용하지 않고도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양자 GPS(quantum GPS)’를 개발 중이다. 지구 자장의 아원자 변화로부터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혁신적인 이 기술은 10~20m의 오차를 보이는 기존 GPS와 달리 몇 인치(1인치=2.54cm) 이내로 오차 수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마이크로 칩 위에 끼워 넣을 만큼 크기도 작으며 전력이 거의 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자장의 미세한 변화로부터 위치를 파악하게 되는 양자 GPS 역시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포석이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 시점에서 만약 GPS 위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방향 감각을 잃은 자동차들이 도로 한가운데서 서로 엉길 수 있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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