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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4일, 한 요리대회에서 요리사 모자에 하얀 앞치마를 두른 사람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윤기가 흐르는 자장면을, 또 어떤 이는 아이들 간식용 김밥과 핫도그를 만드는 중이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요리들을 구경하던 중 조리대 위에 놓여 있는 한 재료를 발견하곤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바로 혐오의 아이콘, 곤충. 도대체 왜 이 사람들은 곤충으로 요리를 하게 된 걸까? 

■ 2050년, 글로벌 보릿고개가 온다 

2015년 7월 29일, 유엔경제사회국에서 ‘2015 세계인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는 약 73억 명이며, 앞으로 그 수가 꾸준히 늘어나 2030년엔 85억 명, 2050년엔 96억 명, 2100년엔 112억 명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늘어나면 당연히 늘어난 사람들이 먹을 음식과 살 공간이 필요하다. 실제로 2050년에 지구에 살고 있을 96억 명이 먹고 살기 위해선 식량 생산량을 지금의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 하지만 공산물의 생산량을 늘리듯 식량 생산량을 늘릴 순 없는 일. 우선 곡물이나 가축을 더 키우기 위한 땅과 물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문제고, 가축 생산량을 마구 늘렸을 때 발생하는 온실 가스 등이 또 다른 문제다. 

■ 생산량은 줄고, 소비량은 늘고 

지금도 우리는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땅과 물을 사용하고 있다. 늘어난 인구만큼 식량을 늘리기 위해 곡물보다 체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육류 생산량을 높인다고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가 소, 돼지, 닭 등을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땅은 지구 전체 육지의 약 38%인데 두 배의 식량을 얻기 위해 가축의 수를 두 배로 늘린다면 단순히 계산했을 때, 육지의 약 76%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더 늘어난 가축의 사료를 재배하는 곡물 재배지 면적을 더하기도 전에 불가능한 일임을 알게 된다. 물도 마찬가지다. 지금 농‧축산업을 위해 전 세계 담수의 70%를 사용하고 있는데, 2050년에 필요한 식량 생산량을 충족하기 위해 농‧축산업을 키운다면 담수의 89%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밥상을 위협하는 건 늘어난 인구뿐만이 아니다. 늘어난 인구 때문에 식량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도시화와 기후 변화가 식량의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것도 미래의 밥상을 불안하게 만든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2014년에 발표한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기온이 2℃ 높아지면 쌀 생산량이 최대 2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세계은행도 2015년에 비슷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진행됐을 때 농작물 생산량이 2030년엔 5%, 2080년엔 30%까지 감소한다는 것이다. 

■ 곤충이 답이다?! 

2013년 5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곤충을 유망한 미래 식량으로 꼽았다. 2003년부터 식용 곤충에 대한 전문가들의 회의 및 연구를 거친 결과다. 보통 사람들이 ‘작고 징그럽게 생긴 동물’로 인식하는 곤충은 ‘절지동물 곤충강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으로 몸 전체를 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고 다리가 6개인 동물’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식량으로서 어마어마한 장점들을 갖고 있다. 

알려진 것만 80만 종 이상인 곤충은 세계 어느 곳을 가든 만날 수 있다. 약 3억 5000만~4억 년 전부터 우리보다 먼저 지구에 정착해 살며 다양한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청난 번식력 덕분에 전지구상에 개체 수는 1000경 마리 정도나 된다. 곤충은 이렇게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을 가진 덕분에 어디에서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식재료가 됐다. 게다가 사육하기도 쉽고, 단백질을 포함한 다양한 영양분을 고루 갖췄으니 식재료로는 금상첨화다. 

곤충은 좁은 공간과 적은 양의 사료만으로도 키울 수 있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을 때 소고기는 거저리의 10배, 돼지고기는 2~3.5배 정도의 땅이 더 필요하다. 또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는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가축보다 훨씬 사료가 적게 드는데, 이건 곤충이 냉혈동물이기 때문에 사료를 먹고 체내에서 단백질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귀뚜라미의 경우 소가 먹는 사료량의 12분의 1, 돼지가 먹는 양의 2분의 1만으로도 체내에서 같은 양의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곤충을 사육할 때 소나 돼지를 기를 때보다 온실가스가 훨씬 적게 배출된다. 가축을 기를 때 비료나 분뇨 등에서 메탄이나 이산화질소 등의 온실가스가 생기는데, 이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가 높다. 더 큰 온실 효과를 불러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소나 돼지 등의 가축을 기를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18%를 차지할 만큼 많다. 반면 거저리, 귀뚜라미 등의 곤충은 소나 돼지보다 약 100배 정도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따라서 식량이 부족해지는 때를 대비해 곤충 사육량을 늘리는 것이 소나 돼지의 사육량을 늘리는 것보다 지속가능한 식량문제 해결책이 될 것이다. 

■ 곤충을 요리하는 사람들
 

곤충을 먹는다고 생각했을 때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마 우리와는 많이 다른 그들의 독특한 외모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식용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곤충의 혐오감을 줄이는 일이 가장 큰 과제다. 
식용곤충연구소 김용욱 소장은 혐오스럽지 않은 곤충 요리를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파스타나 쿠키 등 모든 메뉴에는 곤충을 말리고 곱게 빻아 가루로 만든 파우더가 들어가기 때문에 곤충을 찾아보긴 힘들다. 곤충을 파우더로 만들면 곤충의 외골격을 이루는 딱딱한 키틴 성분 때문에 밀가루와 잘 섞이지 않아서 김 소장은 아주 고운 곤충 파우더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내기도 했다. 

사진 1. 제2회 곤충요리대회 현장(ⓒ신수빈)사진 2. 제2회 곤충요리대회 출품작(ⓒ이윤선)



김 소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곤충 요리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한 ‘곤충요리 경연대회’다. 농촌진흥청에서 독성이 없다고 판단한 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 고소애, 꽃벵이, 귀뚜라미 6가지 곤충을 이용해 14~15명의 본선 참가자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2014년에 열린 1회 곤충요리경연대회를 시작으로 2015년 7월 14일에 2회를 맞은 이 대회는 다양한 곤충 요리 레시피를 개발하고 곤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곤충이 미래 식량 자원으로서 제대로 자리매김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1980년대에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던 크릴새우, 슈퍼 푸드로 알려진 클로렐라나 스피루리나는 맛 개발이나 생산비 조절에 실패하면서 미래 식량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이제는 곤충의 차례일지도 모른다. 식재료를 얻기 쉬우며 고단백 영양식이란 면에선 앞선 두 사례가 곤충과 같은 장점을 가졌기에 이 둘을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게다가 곤충은 ‘사람들의 혐오감’이라는 큰 산도 넘어야 하니 말이다. 실제로 곤충을 미래의 밥상에 올리기 위해선 앞으로도 꾸준히 안정성, 효율적인 생산방식, 요리 방법 등 구체적인 활용 방법에 대해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 : 신수빈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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