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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탄수화물)’의 수난시대다. 몇 년 전부터 백색의 공포라는 프레임으로 설탕이 비난을 받더니 최근에는 탄수화물 중독을 주제로 ‘당’의 유해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 당, 과해서 문제다 


사실 당은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과 함께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뇌의 유일한 열량원이자 우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부족하면 뇌기능은 물론 기분과 체온, 운동 능력 등 신체 전반의 기능이 떨어진다. 


문제는 과할 때다. 당은 크게 단순당과 복합당으로 나뉜다. 단순당은 대개 혀에 닿았을 때 단맛이 느껴진다.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 갈락토오스와 이당류인 설탕(포도당+과당), 맥아당(포도당+포도당), 젖당(갈락토오스+포도당) 등이 단순당이다. 화학적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돼 혈액으로 흡수되면서 혈당을 급격하게 올린다. 


복합당은 단당류가 여러 개 결합한 탄수화물로 식이섬유소와 올리고당, 녹말이 대표적이다. 단순당과 달리 단맛이 나지 않고 소화와 흡수가 느려 혈당 상승 곡선이 완만하다. 


단순당과 복합당 모두 당이기 때문에 과할 경우 비만의 원인이 된다. 우리 몸은 쓰고 남은 당을 피부 아래 지방으로 저장한다. 따라서 필요 이상으로 당이 들어오면 그만큼 많은 지방이 쌓인다. 


특히 단순당은 더 위험하다. 단순당을 섭취하면 혈당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인슐린의 분비도 많아진다. 인슐린은 간, 근육, 지방 등의 세포막에서 포도당 운반체의 수를 증가시켜 당이나 단백질 등의 합성과 저장에 관여한다. 당 수치가 높아지면 인슐린 입장에서는 일거리가 많아진 셈으로 빠른 처리를 위해 많은 양이 분비되는 것.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인슐린이 과잉 분비된 탓에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우리 몸은 빨리 혈당량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당’을 찾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또 단순당을 섭취하면 순간적으로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양이 늘어났다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섭취 전보다 낮은 상태로 떨어진다. 행복감이 갑자기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지면서 우울해지는 것이다. 세로토닌 양이 떨어지면 반대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량은 늘어나면서 우울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는 상태가 된다. 우리 몸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또 단순당을 찾고 이는 중독으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 2013년 미국 보스턴 대학 연구진은 12명의 과체중,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같은 맛과 열량을 가지고 있으나 당 함량에 차이가 있는 밀크셰이크를 마시게 한 뒤 뇌 활동을 확인했다. 그 결과 단순당 함량이 높은 밀크셰이크를 마신 집단에게서 뇌의 중격의지핵(nucleus accumbens)이 활성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격의지핵은 쾌감중추이자 보상회로로 1953년 캐나다 몬트리얼의 올즈와 밀런 박사의 실험으로 유명하다. 박사팀은 스키너의 방을 개조해 쥐들이 지렛대를 누르면 이식된 전극을 통해 뇌의 중격(septum)을 자극할 수 있게 했다. 자극을 맛본 쥐들은 시간당 무려 7천 번의 지렛대를 눌러 중격을 자극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화제가 됐다. 


반복적인 단순당의 과잉섭취는 당뇨병과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비롯해 협심증과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 대사 증후군 등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서울대병원은 단순당이 많이 함유된 정제된 탄수화물 식품을 간식으로 먹는 여성이 유제품을 먹는 여성에 비해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30%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하버드대 공중위생센터의 연구팀은 전 세계 18만 3000명의 사망 원인을 분석, 탄산음료를 비롯해 단당류인 설탕이 첨가된 주스와 스포츠?에너지 음료 등이 사망과 관련이 깊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답이다 


방법은 당, 그 중에서도 단순당의 섭취를 줄이는 것뿐이다. 먼저 간식 메뉴를 바꾸거나 줄여야 한다. 흔히 간식으로 많이 먹는 도넛이나 떡, 사탕, 초콜릿 등은 단순당 덩어리다. 당지수(GI)는 당의 함유량과 음식을 섭취한 지 30분 후 당수치 상승률을 기준으로 수치화한 지수다. 55~69를 ‘보통’으로 보는데 도넛은 86, 초콜릿은 91, 사탕은 109, 흰설탕은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109로 조리과정에서 설탕을 많이 쓴 음식도 당지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믹스커피, 아이스크림, 콜라 등 청량음료에도 단순당의 함유량이 높다. 


놀라운 사실은 쌀밥은 92, 식빵은 91, 떡은 85, 감자와 옥수수도 90으로 예상외의 ‘복병’ 식품도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백미로만 지은 흰쌀밥은 마치 흰설탕을 그냥 먹는 것과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영양 가치는 적고 소화흡수가 빠른 당이 많아 공복감을 빨리 느끼게 하고 과식을 부르는 대표음식이다. 


과일 중에서도 수박(60), 파인애플(65) 등은 당지수가 높은 편으로 사과(36), 복숭아(41)에 비해 빠르게 혈당량을 올린다. 


식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탄수화물은 4kcal의 열량을 갖고 있으며 1일 권장량은 전체 식사양의 55~65% 정도다. 밥으로 환산했을 때 여성을 기준(1800kcal)으로 하루 2~2.5공기(한 공기 250~280g 기준), 남자의 경우(2400kcal) 3공기 정도의 양이 적당하다. 


따라서 식사를 할 때는 흰 쌀밥이나 식빵 등 흰 빵, 찹쌀보다는 잡곡밥이나 통밀빵 등을 섭취하는 하는 것이 좋다. 반찬은 식이섬유소가 많은 우엉이나 고사리, 말린 표고버섯 등 채소류와 미역이나 파래, 김 등 해조류가 좋다. 또 흡수가 쉬운 주스 형태보다 생채소, 생과일 형태로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조리할 때는 설탕보다 단맛이 나는 양파 등 식재료를 이용하는 것이 좋고 레몬즙이나 식초를 이용하면 당지수 상승을 20% 정도 낮출 수 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이분법으로 사고한다. 특히 식품에 대해서는 이롭거나 그렇지 않으면 해롭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또 많은 경우, 활용하기 나름일 때가 많다. 당도 그렇다. 집중해야 할 때 당은 분명 뇌 활동에 도움이 된다. 등산이나 운동을 할 때 챙겨가는 초콜릿과 바나나 역시 피로를 회복하는 데 긍정적이다. 필요한 만큼 잘 섭취하고 또 잘 가져다 쓰자. 당은 해롭다는 누명을 쓰기엔 우리 몸에 너무나 이로운 점이 많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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