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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강추위가 몰아쳤다. 우리나라에서는 꽁꽁 언 한강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고, 이웃 나라에서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왔다.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대만에서 약 90여 명이 숨진 것이다. 인도에서는 7명이 동사했고, 홍콩 역시 40명 이상이 저체온증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됐다고 전해졌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당시 대만과 홍콩, 인도의 기온이 우리나라 초겨울 날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온이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저체온증을 겪고, 추위로 인해 사망까지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얼마나 추운지 ‘감’이 없었다
대만은 연평균 기온이 17~20℃인 아열대 기후(남부 지역은 열대기후)에 속한다. 한겨울인 12~2월의 평균기온도 12~1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만은 위도가 21~25°로, 우리나라 제주도(위도 33°)보다도 한참 아래에 위치해 있으니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도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더 더운 나라라는 사실은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그러니 대만 지역의 사람들이 ‘춥다’고 느끼는 최소한의 자극인 ‘역치(threshold value)’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낮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월 말의 대만의 기온은 영상 4℃였다. 44년 만에 최저기온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겨울 평균기온 기준으로 10℃ 이상 낮은 기온이었다. 또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적 특징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면서 체감온도는 영상 4℃보다 훨씬 낮았다. 대만 지역 사람들에게는 지난 1월 말이 ‘엄청’ 추운 날이었음이 분명하다.
매미는 지난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해 경상도와 제주도를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 태풍이다. “매미의 크기를 봤을 때 강한 바람과 비로 인해 엄청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본 매미의 위력은 우리가 감히 상상해볼 수 없는 힘이었죠.”라고 우 예보관은 말했다. 매해 여름 태풍을 맞이하는 우리에게도 강력한 태풍의 위력은 기상캐스터의 예보나 기사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대자연의 힘인 것이다.
대만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낮은 온도는 대만사람들에게 낯선 숫자에 불과했다. 직접 체감하기 전까지 이번 추위의 강력함은 가히 짐작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이들은 난방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형 건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이나 건물에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 그래서 이런 기습적인 한파는 ‘감’잡을 수 없는 재난이었던 것이다.
■ 겪어보지 못한 추위에 몸이 대비하지 못해
기습적인 한파에 당황한 것은 대만 사람들의 몸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항온동물이다. 항온동물은 외부 온도나 다른 활동에 관계없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어떤 환경에서도 36.5℃를 유지 한다. 그래서 체온이 1℃만 내려가도 우리 몸은 다시 열을 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기온이 낮아졌을 때 겉으로 나타나는 큰 변화는 몸을 덜덜 떠는 것이다. 온몸의 근육을 움직여 최대한 열을 내는 것이다. 몸 안에서는 갑상선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우리 몸 세포의 대사 기능을 높이고 체온을 올리는 데 힘을 쏟는다.
몸을 움직여 최대한 열을 내도 추위가 계속된다면, 우리 몸은 생명에 꼭 필요한 기관 중에 심장과 뇌, 콩팥, 폐 등을 제외한 다른 기관의 대사를 최소한으로 한다. 이런 모든 현상들은 신체의 기관들이 추위에 대비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일종의 매뉴얼인 셈이다.
추위에 대비한 매뉴얼의 작동 가능 여부는 기온에 대한 ‘적응’의 차이에 있다. 매뉴얼이 작동할 수 있는 온도 조건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의 기후에 따라 직접 겪고 적응해 살아온 온도 범위 내에 설정된다. 그런데 대만사람들에게 이번 한파는 겪어 보지 못한 기온이었다. 체온은 평소보다 훨씬 더 낮아지고,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만 한파와 같이 최근에는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아열대 지역에 ‘영상 기온 한파’가 찾아와 사망자가 발생하듯이, 우리나라도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훨씬 무서운 추위나 더위가 갑자기 올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비정상적인 홍수나 가뭄, 폭설, 한파가 나타나는 만큼,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극복에 노력을 해야 한다. 나부터 쓰레기를 줄이거나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등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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