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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려보이시네요’, ‘어쩜 그렇게 피부가 투명하세요?’ 

이런 말, 여성이라면 누구나 듣고 싶어 한다. 계속 들어도 지겹지 않은 이런 말을 듣고 싶어서 오늘도 여성들은 화장품을 들고 화장(化粧)을 한다. 입술이나 눈썹의 색깔을 좀 더 진하게 해주는 것부터 시작하여,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어 주거나 기름을 제거해 주는 것 등, 화장품은 용도별로만 구분해도 수십 개가 넘는다. 

립스틱,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모이스쳐 크림 등등 화장품의 종류를 헤아리다 보니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많은 화장품들을 인류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원래의 용도도 미용을 위한 것이었을까? 생각할수록 궁금한 화장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화장과 함께하는 여행’을 한번 떠나보려 한다. 

■ 화장품을 처음 사용한 인류는 네안데르탈인 

인류는 언제부터 화장품을 사용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난 2010년 스페인에서 발견된 조개껍데기의 내용물을 화장품의 원조로 보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이 지역에서 고대 유적을 발굴하던 영국 브리스톨대의 연구진은 화장품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조개껍데기 안에 들어 있는 것을 찾아냈다. 발굴 책임자였던 조아 질하오(Joao Zilhao) 교수는 “조개껍데기 안에는 노란 빛깔의 색소와 검은색 광물이 섞인 붉은색 파우더가 들어있었다”고 밝히며, “아마도 오늘날의 파운데이션(foundation)같은 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1. 2010년 스페인에서 발굴된 조개껍데기 사진
(출처: 미국 공영 방송 www.npr.org)



문제는 이 지역이 과거 네안데르탈인의 주거지역으로 추정되던 장소였다는 것. 곧바로 연구진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5만 년 전의 네안데르탈인들이 화장을 했다는 최초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네안데르탈인들이 조개껍데기에 화장용 재료를 담아, 이를 화장하는데 사용했다는 뜻이었다. 

이 같은 주장은 발표 당시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때까지만 해도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보다 덜 진화된 존재로만 여겼던 시기였다. 그런데 자신을 꾸미는 작업인 화장 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의 지능 수준이 생각보다 더 높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질하오 교수도 인터뷰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이 화장을 했다는 점은 그들이 불을 사용했고, 석기를 만들었으며, 사람이 죽으면 매장하는 문화를 가졌다는 것과 함께 상당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인류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강조하며 “만약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면,네안데르탈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은 사고력을 가진 존재였을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 화장은 인류 역사와 같은 길을 걸은 문화 

네안데르탈인이 사용하던 조개껍데기로 만든 화장 도구의 발견으로 화장품의 탄생 시기는 수만 년 전으로 올라가게 됐지만, 화장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시기는 아무래도 이집트 시대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화장은 처음에는 종교적 의식과 신체 보호라는 목적을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외모를 치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뀌면서, 결국에는 클레오파트라 여왕 시대에 들어와 정점을 찍는다. 클레오파트라의 피부 관리와 화장 기법의 일부가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의 화장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나름대로 짐작할 수 있다. 

사진 2. 눈썹을 강조한 이집트 시대 화장
(출처: 영화 ‘Cleopatra’(1963) 스틸컷)



특히 이 시대 화장술의 특징이라면 극단적으로 강조된 눈 화장을 들 수 있다. 눈 가장자리를 검게 칠하는 이집트 시대의 눈 화장은 향기 있는 나무기름과 아몬드 껍질을 검게 구워 만든 가루에 광물 가루를 섞어 만든 콜(Koal)이라는 이름의 화장 재료를 사용했다. 이후 수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고대 시대는 중세 시대로 변했지만, 화장 문화는 오히려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독교적 금욕주의의 영향으로 화장이 경시되는 풍조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비잔틴 시대에는 화장을 하는 것이 ‘신이 주신 얼굴을 감추는 행위’라 여겨지며, 금기시 됐다. 

하지만 근세시대로 들어서면서 화장 문화는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한다.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인본주의가 전파되면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눈을 뜬다. 특히 이 시기의 화장은 사교를 위한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에, 남녀를 불문하고 화려한 의복과 함께 화장을 즐겼다. 당시의 특징적인 화장 도구 중 하나는 파란색 연필이었다. 근세시대에는 피부를 희게 표현하는 것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여겼기 때문에, 정맥이 보이는 흰 피부를 강조하기 위해서 파란색 연필로 정맥을 그려 넣었던 것이다. 

이처럼 과도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근세시대 화장 문화는, 근대시대로 넘어 오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과장된 화장술이 사라지는 풍조와 함께, 그때까지 만연해 있던 유해한 재료의 사용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립스틱으로 입술을 강조하는 화장은 근세시대와 비슷했지만, 얼굴의 나머지 부분에 대한 기본적 메이크업은 연한 화장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이 시기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화학분야의 급격한 발전으로 화장품의 성분과 제조 기술이 개선되고 품질이 개량되던 시기였다. 따라서 이전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화장 도구들이 선을 보였는데, 아이라이너(eye liner)와 인조 속눈썹이 대표적이다. 20세기에 접어들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지위가 향상되자, 화장 문화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대중적 길을 걷게 된다. 주로 상류층을 중심으로 보급됐던 이전 시대와 달리 신분과 소득의 구분 없이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화장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매너처럼 간주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화장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같은 길을 걸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다. 특히 꾸미고 가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던 과거의 화장에서 벗어나, 요즘에는 몸과 마음의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건강한 화장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화장은 앞으로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친숙한 존재 중 하나이자,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고 보니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는 남자도 화장을 ‘잘’ 해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닐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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