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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비늘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호숫가. 태연과 아빠 그리고 강아지 몽몽이가 함께하는 석양녘의 산책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이때, 어디서 왔는지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태연 앞으로 다가오고, 태연은 몽몽이를 만지듯 북슬북슬한 그 강아지 털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는다. 여기까지는 딱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그런데, 느닷없는 아빠의 외마디 고함!
“엥?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애견인인 아빠가 왜 그러세요? 꼬리 살랑살랑 흔드는 게 너무 귀엽잖아요.”
“강아지를 예뻐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관리됐는지 잘 모르는 동물을 만질 때는 조심해야 된다는 얘기야. 몽몽이는 예방접종, 건강검진 다 받은 애견이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니. 아주 드문 경우긴 하지만, 반려동물의 피부병이나 옴진드기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예에? 정말이요?”
“반려동물이 인체에 피해를 주는지 안 주는지에 대해서는 워낙 이런저런 논란이 많아서 사실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단다. 예를 들어, 개나 고양이 때문에 불임이 늘어난다거나, 애견 털이 기도를 막아 죽은 사람이 있다는 등의 소문은 근거가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할 수도 없어. 인수공통전염병 즉, 인간과 동물 사이에 전염되는 병도 있거든.”
“대체 어떤 병이 옮을 수 있는 건데요?”
“곰팡이가 원인인 ‘진균성 피부염’이 대표적이야. 이 피부병에 걸린 개나 고양이는 피부에 동그란 모양으로 발진과 각질이 일어나면서 그 부분의 털이 숭숭 빠진단다. 동그란 환부 때문에 ‘링웜(ringworm)’이라고도 불리지. 이 병은 감염이 무척 잘 되는데, 심지어 사람한테도 쉽게 옮아서 원형의 피부 백선증을 일으킨단다.”
“허걱, 걸리면 치료는 잘 돼요?”
“곰팡이 질환은 대부분 금방 잘 낫지 않고 재발도 쉬워. 무좀이 대표적인 경우지. 반려동물의 진균성 피부염도 마찬가지여서, 동물이든 사람이든 한 달 이상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심하면 완치까지 6개월 이상 걸리기도 해. 고약한 피부병이니만큼, 만약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 이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으면, 바로 독립된 방에 따로 두고 지속해서 병원치료를 받는 게 좋단다.”
“아, 그렇구나. 우리 몽몽이는 그런 병에 안 걸려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빠가 워낙 철저하게 관리를 하잖니. 예전에, 길에서 낯선 개를 만지다가 그 병에 걸린 적이 있어서 더 조심하거든. 어느 날 발목에 500원짜리 동전만 한 발진이 생기면서 엄청 간지럽더라고. 그래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도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난감해하지 뭐냐. 나중에야 그게 링웜이라는 걸 알았지. 실제로 아빠처럼 동물에게 피부병이 옮았다는 사실을 몰라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구나. 그러니까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다른 동물을 손으로 만진 적이 있는 사람이 동그란 형태의 피부병에 걸렸다면, 피부과 의사에게 꼭 그 사실을 알려야만 한단다.”
“그럼, 링웜은 어떻게 예방해요?”
“일단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위생관리를 잘해야 해. 시기별로 예방접종은 꼭 하고, 목욕을 시킨 다음에는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하게 말려줘야 한단다. 또 가끔 곰팡이 방지용 샴푸로 목욕을 시키거나, 담요, 이불, 카페트, 침대 등을 깨끗이 소독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지. 그리고 야외나 동물원 등에서 관리 상태를 알 수 동물을 만났을 때는 가급적 만지지 말고, 혹시라도 만졌다면 곧바로 깨끗하게 비누로 손을 씻는 게 중요하단다.”
“아, 그렇구나….”
“아, 그래서 제가 낯선 강아지를 만지려고 할 때 뭐라고 하신 거구나. 그럼, 링웜 말고 또 조심해야 하는 건 없어요?”
“음, 동물 기생충도 조심하는 게 좋아. 간혹 개나 고양이에 붙은 옴진드기가 사람에게 옮아오는 경우가 있거든. 일단 옮겨 붙으면 일시적으로 상당히 가렵지만, 동물 옴진드기는 사람 몸에서 번식하지 못하고 죽어버리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또 고양이의 경우 ‘톡소플라스마’라는 기생충이 가끔 말썽을 부리는데, 면역력이 약한 임산부는 이 기생충에 옮을 수 있으니 가급적 고양이 배변 근처에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단다.”
아빠의 이야기를 듣던 태연, 갑자기 온몸을 움찔거리며 벅벅 긁어대기 시작한다. 아빠, 몹시 더럽다는 표정으로 태연의 행동을 바라본다.
“그런데 아빠 얘기를 듣고 있자니 온몸이 이상하게 근질거려요, 머리카락 속에 옴진드기가 굼실거리는 것도 같고, 손등에 동글동글 링웜이 보이는 것도 같고. 링윔도 유전이에요?”
“유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빠 생각엔 말이다. 무려 사흘 간 머리를 감지 않은 데다, 샤워한 지는 자그마치 일주일이나 된 너의 선천성 더러움 증후군이 간지러움의 원인이 아닌가 싶구나!”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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