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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뛰어난 발명가를 꼽으라면 단연 다이달로스를 떠올릴 것이다. 황소 머리를 가진 난폭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미궁(迷宮)을 만들 정도로 뛰어난 장인이었던 그에겐 조카가 하나 있었다. 피는 못 속이는 법인지, 페르딕스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숙부인 다이달로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였다.페르딕스는 자연을 모방하여 물건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뛰어나, 백사장에 버려진 물고기의 등뼈에서 영감을 얻어 날카로운 쇳날에 삐쭉삐죽한 이빨을 깎아 톱을 만들 정도였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실제 신화 속에서 페르딕스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조카의 뛰어난 재능을 시기한 숙부 다이달로스가 절벽에서 페르딕스를 밀어 버리기 때문이다.
자연이란 매우 훌륭한 모범 교과서이다. 비단 페르딕스 뿐 아니라,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생활에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여럿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거북이의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배의 상부에 덮개를 씌워 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잠수함인 거북선을 만들어 냈고, 운동화나 스포츠 용품 등에 많이 쓰이는 ‘찍찍이(벨크로 테이프)’는 개의 털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식물의 열매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해녀들의 귀한 수입원이 되는 전복의 껍데기는 분필과 마찬가지로 탄화칼슘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분필은 조금만 힘을 주어도 쉽게 부서지지만, 전복 껍데기는 사람이 발로 밟아도 잘 깨어지지 않을 만큼 강하면서도 유연하다.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이는 다이아몬드와 흑연이 같은 탄소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차이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소 자체는 같지만 배열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전복 껍데기를 구성하는 탄화칼슘의 구조가 외부의 충격에 매우 강하다는 것을 밝혀냈고, 이를 응용한 작품이 바로 어지간한 포탄의 충격에도 끄떡없는 탱크의 외피다.
바로 이럴 때 응용되는 과학이 생체모방 기술이다. 거미 자체의 실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미 실크의 성분과 구조를 분석해 그토록 강하고 질긴 특성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 섬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현재 캐나다의 넥시아 바이오테크놀로지는 거미의 실크 생산 유전자를 염소의 유방세포에 주입해 염소 젖 속의 거미줄 구성 단백질을 추출하고 있다. 염소의 젖 속에 대량 함유된 거미 단백질을 가지고 만들어진 상품이 시장에 나올 날도 멀지 않은 것이다.
이제 자연계의 생물들은 단순한 이용 대상에서 벗어나 생물 공학적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생물체를 모방하는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의 수준에서 생물체의 자연적 능력에 인간의 기술을 적용하는 ‘바이오하이브리드(biohybrids)’ 단계로 차츰 옮겨가고 있다.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기를 넘어 그 속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생체모방 기술의 핵심인 것이다.(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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