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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과학향기

견우와 직녀

#미래 2016. 4. 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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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하나님께서는 땅의 동쪽에 있는 에덴이라는 곳에 동산을 마련하시고 아담과 하와(이브)를 살게 하셨다.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가 쫓겨난 방향도 에덴의 동쪽이었다. 최근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영국의 면역학자들이 공동 연구를 통해 인류의 이동 과정을 밝혀냈는데,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현대 인류가 동쪽으로 이주하여 중앙 아시아에 정착했다는 것이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종교와 과학이 모두 인류의 이동 방향을 동쪽으로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류가 동쪽으로 이동한 이유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하지만 동쪽이 해가 뜨는 곳임을 상기한다면 의외로 쉽게 수긍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성서와는 달리 우리 전설에서는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쫓겨난다. 바로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이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받은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으로 쫓겨난다. 아담과 하와가 동쪽으로 쫓겨난 이유를 인류 이동의 방향에 유추해 설명을 했지만, 견우와 직녀가 각각 동쪽과 서쪽으로 쫓겨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먼저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밤하늘을 한번 바라보자. 




여름철 초저녁의 밤하늘, 북쪽 지평선에서 올라온 은하수는 약간 동쪽으로 구부러지며 머리 꼭대기를 지나 남쪽 지평선으로 흘러간다. 옥황상제는 북극성이요 견우와 직녀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견우별과 직녀별이다. 견우별은 은하수를 중심으로 동쪽 그리고 직녀별은 서쪽에 위치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부터 견우별이 은하수의 동쪽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은하수의 동쪽에 있는 별을 견우별로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우리 선조들은 동쪽을 견우의 방향으로 정한 것일까? 방향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사고 방식은 많은 옛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신라 선덕여왕의 이야기이다. 




영묘사에는 옥문지라는 연못이 있는데, 어느 해 겨울 많은 개구리들이 모여 사나흘 동안 시끄럽게 울었다. 사람들이 이를 괴이하게 여겨 선덕여왕에게 아뢰었다. 선덕여왕은 서교의 여근곡을 탐문하면 반드시 적병이 있을 것이니, 빨리 가서 그들을 덮쳐 죽이라고 군사들에게 명령했다. 여근곡에서 백제군을 섬멸한 군사들은 여왕의 지혜에 감복하여 어떻게 그 일을 알게 되었냐고 물었다. 




“개구리가 노한 모습은 병사의 모습입니다. 옥문이란 여자를 뜻하며 여자는 음이고 음은 그 빛이 백색입니다. 또한 백색은 서쪽이므로 적군이 서쪽에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여왕의 지혜로움을 상징하는 하나의 이야기이지 역사적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가 서쪽을 뜻하는 것은 견우와 직녀의 전설에서 말하는 바와 똑같지 않은가? 




옥황상제, 즉 북극성의 위치에서 보면 동쪽은 왼쪽이고 서쪽은 오른쪽이다(지상에서 볼 때와 반대이다). 우리 선조들은 왼쪽을 양, 오른쪽을 음이라 생각했다. 남자인 견우가 동쪽으로 쫓겨났다는 것은 선조들의 사고 방식을 충실히 따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임산부를 뒤에서 불렀을 때 왼쪽으로 돌아보면 아들이고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딸이라는 속설, 학교 운동회 때 청군(동군)과 백군(서군)으로 나누는 전통은 모두 일맥상통하는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다. 




해와 달과 별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모든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을 한다. 태양의 고도는 하루 중 남쪽 하늘에서 가장 높다. 옛 사람들은 동서남북의 방위를 정해 천체의 운행을 비롯한 여러 자연 현상을 기술했다. 네 가지 방위는 지금도 아주 편리한 과학적 개념으로 이용되고 있다. 동쪽과 서쪽에 양과 음(또한 청색과 백색)의 의미를 부여하여 자연 및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선인들의 심오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아닌가 한다. 




옛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여러 현상을 설명하려던 노력은 지금 우리가 말하는 전설이나 풍습 그리고 미신 속에서 희미한 흔적으로 남아 있지만, 선인들의 생활 속에 내재되어 있었던 과학적 사고는 현대의 과학적 재해석을 통해 되살아 나야 할 것이다.(정창훈/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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