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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오레곤주립대학교 연구진들이 새로운 투명 "p-형" 반도체를 개발함으로써 새로이 출현중인 투명전자학(transparent electronics)에 커다란 진보를 이루었다. 이 투명 반도체는 수년 전 당시 최고의 투명 반도체로 알려진 소재에 비해 200배 이상의 전도도를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 연구진은 혈관 속에서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성냥개비 절반크기의 초소형 로봇을 개발하였고, 스웨덴에서는 이보다 더 작은 로봇을 최근 개발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 것은 21세기 첨단산업의 총아라고 불리는 반도체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반도체 응용기술력의 핵심은 누가 얼마만큼 더 작고 가벼운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느냐이다. 반도체란, 상온에서 금속, 탄소봉 등 도체보다 전기를 잘 통하지 못하지만, 유리. 자기 등 부도체보다는 비교적 전기를 잘 통하는 물질의 총칭. 여기서 물체 내에서 전기의 흐름이란 “강에서의 물의 흐름”에 비유될 수 있는데, 전기 흐름의 경우 물대신 전기를 띤 전하 입자 (예를 들어 양전기를 띤 ‘정공’과 음전기를 띤 ‘전자’)들이 흘러간다. 강물의 경우처럼, 물질 내에서의 전하입자의 양에 따라 전기가 흐르는 정도가 결정되고, 궁극적으로 그물질이 도체, 반도체 혹은 부도체인지가 결정된다. 전기를 도체보다 적게 흐르게 함에도 불구하고, 소자를 반도체로 만드는 이유는, 반도체 내의 전기의 흐름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 마치, 너무 큰 강(도체)에는 댐을 만들기 힘들고, 너무 작은 강(부도체)에는 댐을 만들어 봐야 별 쓸모가 없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개념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고 다소 어렵지만, 반도체는 우리 실생활에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컴퓨터, 냉장고, TV, 카메라, 핸드폰은 물론, 초음파영상, MRI(자기공명영상장치)등 의료기기에서 첨단과학의 최고봉인 우주왕복선까지 모두 반도체 칩이 들어가 있다. 




반도체의 기본단위는 트렌지스터(전자적으로 작동하는 스위치)로, 반도체의 집적도와 성능은 통상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된다. 이것이 1965년 미국의 과학자 고든 무어가 주창한 ‘무어의 법칙’이다. 그는 반도체 칩의 정보 기억량은 18~24개월 단위로 2배씩 증가하지만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이론을 내놓았는데, 이를 적용하면 앞으로 5년 뒤 반도체 칩은 10배 이상의 많은 정보의 집적과 프로세서 성능 향상이 기대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이 무어의 이론보다 더욱더 빠른 속도로 반도체 기술은 급변하고 있다. 머지않아 무거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대신 손목 컴퓨터를 차고 다니게 될 소형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정보기술의 혁명적 도약은 실리콘 반도체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첨단 IT 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의 명성은 실리콘으로 상징되는 반도체 기술과 관련이 있고, 실리콘이 반도체 소재로 처음 응용된 것은 1947년 J. 바딘과 W.H. 브래튼에 의해 발견된 점접촉트랜지스터다. 이 실리콘 소재는 반도체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실리콘 소자는 크기가 작아지면서 공정의 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져 그 부가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소자 전체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실리콘 산화물이나 다른 부도체 막의 두께 또한 줄어, 이들이 더 이상 부도체 역할을 못하고 합선이 되기 시작한다는 물리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실리콘 소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마그네틱 램, 탄소나노튜브, 싱글엑렐트론 등 몇몇 새로운 소자들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고 있으나, 언제 어떤 새로운 소재가 실리콘을 전면적으로 대체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보다 작게, 보다 가볍게를 추구하는 반도체. 과연 어디까지 작아질 수 있을까.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우리의 반도체 기술력은 이미 손톱만한 크기의 칩 하나에 CD 70장을 담을 수 있는 단계까지 와있다. 




지금은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실리콘 소자의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직접 사람의 몸 속에 삽입돼 신경에서 나오는 생체신호를 수단으로 인체와 대화하는 장치를 이용한 생체칩(biochip)인데, 이것이 현실화되면, 손가락의 피 한방울로 개인의 유전정보가 순식간에 판독돼 질병유무는 물론 신원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끊임없이 진화되는 반도체 기술이 우리의 미래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예측하기란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하다.(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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