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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나 재물에 대해 인색한 사람을 칭하는 구두쇠의 철칙 중 하나는 수중에 들어온 재물을 절대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 재테크가 개인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 요즘의 정서와는 180도 다른 얘기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물질 세계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 얘기는 달라진다.1800년 최초로 전지가 발명된 이래 인류의 등불이 된 전기(電氣)의 경우를 보자. 그동안 전기는 구리로 만든 케이블을 통해 송전됐지만 중간에 손실되는 에너지가 커서 실제 가정이나 산업시설에서 사용하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내보내야 했다. 하지만 전기를 손실없이 그대로 보낼 수 있다면 에너지 절약은 물론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전기량을 100% 목적지로 보낼 수 있는 이유는 요즘 각광 받는 초전도체 기술 때문이다. 초전도체(superconductor)란 절대온도인 영하 273도 부근에서 극저온의 액체헬륨이나 액체질소에 담그면 전기 저항이 없어지고, 자기장을 배척하기 때문에 자석 위에서 떠오르는 현상을 보이는 금속이나 합금, 화합물이다. 물체에 전류가 흐르면 그 물체에는 전류의 제곱과 물체의 저항을 곱한 값의 열이 발생하게 되어 전도율이 낮아진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전혀 없기 때문에 구리나 철 등의 전도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기의 전도율(conductivity)이 높은 것이다.



전 세계가 초전도체라는 물질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초전도 관련 연구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초전도체가 전력은 물론 의료, 수송, 반도체,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꿈의 소재기 때문이다. 1986년 이후에는 값비싼 액체헬륨 대신 코카콜라 가격 정도로 저렴한 액체질소를 냉매로 사용해 초전도체를 개발할 수 있게 되어 응용의 폭이 더욱 커졌다.



초전도체의 정밀한 자기장 감지 능력은 의료 분야에 획기적인 발달을 가져올 수 있다. 초전도 코일을 장착한 MRI(자기공명장치)를 이용하면 극히 초기 상태의 암은 물론 뇌를 비롯한 신체의 기능 이상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된다. 뇌에서 흐르는 자기의 미묘한 변화를 탐지하고 뇌의 활동을 해명하고 해석하는 일도 가능하다.




자기장을 배척하기 때문에 자석 위로 떠오르는 성질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대에 주파하는 자기부상열차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비행기와 비슷한 시속 550km의 속도로 움직이는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를 시험운전 중이다. 또한 반도체의 집적도를 지금보다 3~4배 높일 수 있으며, 노트북 크기의 슈퍼컴퓨터를 제작할 수 있다.

초전도체는 온도, 자기장의 세기 및 전류밀도 등 세 가지 기본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실용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전기저항 0이 되기 위한 온도가 극히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의 과학자들은 초전도체가 가지는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일상 환경에서 초전도 현상을 적용할 수 있는 물질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11년 네델란드 카멜링 온네스가 최초로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이후, 초전도체를 이론적으로 규명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2003년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되기까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났다. 최근에는 새로운 성질을 가진 초전도 물질의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실용화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은 에너지, 환경, IT 및 BT 분야에 일으킬 새로운 산업혁명을 꿈꾸는 과학계의 열정이 식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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