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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인 ‘타임’ 표지에는 ‘부시 대통령’ 이나 ‘테레사 수녀’ 등 유명인사의 사진이 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1987년 2월말 타임 표지에는 사람이 아닌 뱅(Bang)이란 제목으로 폭발하는 별의 모습이 실려 있었다.별의 마지막 순간인 초신성(일명 케플러의 별)에 관한 특집기사가 게재된 것이다. 큰 별은 임종하는 순간 대폭발을 일으키며 그 밝기가 갑자기 수백만 배가 된다. 멀리 있는 별은 그 밝기가 작아서 보이지 않다가 폭발하는 순간 백만 배나 밝아지므로 그 모습이 보이게 된다. 그러나 폭발 에너지가 없어지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므로 보이지 않게 된다. 이렇게 갑자기 밝게 나타나는 별의 마지막 순간을 초신성 또는 손님별(客星)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손님별은 몇 백 년 만에 한번씩 나타나는데, 1604년에 땅꾼자리 (별의 위치)에 나타난 뒤에 거의 400년이 지난 1987년에 우리 은하계의 위성 은하계인 마제란 소은하계에 나타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400년 만에 맞이한 ‘크리스마스’라고 하면서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했다.



400년 전에 나타났던 초신성을 서양에서는 ‘케플러의 별’이라고 부른다. 케플러 법칙으로 잘 알려진 케플러가 그 초신성을 관측하여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이 초신성의 기록이 나타난다. 우리 조상들은 별이 없는 자리에 별이 보이다가 그 폭발에너지가 없어지면 다시 사라지는 까닭에 마치 손님이 다녀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손님별(객성)’이라고 일컬었다. 왕조실록 선조조의 기록 (1604년 10월 8일)을 보면 “손님별이 미수 10도 거극 110도 (이는 별의 위치를 나타내는 지구상의 위도와 경도에 해당하는 표기 방법임)인 땅꾼별 자리에 초저녁에 나타났다가 새벽녘에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밝기는 목성 (옛 선조들은 이를 세성(歲星)이라고 했음)보다 휠 씬 어두웠다“라는 기록이 나타난다. (
이런 기록은 매일 계속되며 그 기록은 거의 일년간 계속된다. 그 기록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목성 및 금성의 밝기와 비교하고 있다.

케플러의 관측치와 우리 왕조실록의 기록을 합치면 ‘1604년에 터진 손님별의 밝기의 변화가 손님별이 터진 날부터 몇 주 동안 그 밝기가 유지되다가 손님별의 밝기가 급격히 줄어드는 모양’을 알 수 있고, 그 모양을 곡선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 곡선을 알게 됨으로써 400년 전 땅꾼별자리에서 폭발한 별이 오래된 백색 왜성이란 작은 별이 주위의 동반자 별로부터 질량을 빨아 당겨서 너무 비대해짐으로서 폭발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서양의 자료나 조선왕조실록 기록 하나 만으로는 완성된 곡선이 얻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자료를 합치면 어느 정도 올바른 곡선이 나온다. 우리의 선조와 케플러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훌륭한 공동 연구를 400년 전에 이미 이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천문학에 있어서의 동서 공동 연구의 원조가 아닐까 한다. 요컨데 과학은 본질적으로 동, 서양에 걸쳐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통하고 있었다.(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 회장)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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