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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네아스를 주인공으로 한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남겼다. 그리스 군에게 패배한 아이네아스는 부하를 끌고 7년을 방랑한 끝에 라티움이라는 땅에서 로마 제국의 기초를 세운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아이네아스는 아폴론의 신탁을 고하는 무녀 시빌레의 도움을 받아 지하 세계를 방문하여, 항해 도중 시칠리아 섬에서 죽은 아버지 안키세스를 만난다. 안키세스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조물주는 물, 불, 공기, 흙이라는 네 가지 원소로 영혼을 구성하는 물질을 만들었는데 모두를 결합하면 가장 탁월한 성질을 가진 불꽃이 된다. 이 물질은 태양과 달과 별 같은 천체 사이에 씨앗처럼 흩뿌려졌다. 하위의 신들은 이 씨앗에 여러 가지 비율로 흙을 섞어 사람과 여러 동물을 만들었다." 안키세스가 들려준 이야기는 우연의 일치인지 정말 신의 계시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현대의 과학자들이 밝힌 여러 가지 현상과 일맥상통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현대의 천체물리학자들은 우리 몸을 이루는 물질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은하에는 수소 가스의 구름, 즉 성운이 별보다 더 많이 분포한다. 별은 이런 성운 속에서 탄생한다. 탄생의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별은 맨 처음 자신의 질량 때문에 찌그러지면서 에너지를 낸다. 그러다가 온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즉, 수소와 수소가 결합하여 헬륨이 되는 것이다. 이때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태양과 같은 별은 이 같은 핵융합 에너지로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핵융합은 헬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헬륨 자체도 핵융합을 일으켜 더 무거운 원소인 탄소가 된다. 이때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핵융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되어 산소, 네온, 규소, 황 그리고 철이 차례로 만들어진다. 별은 수소를 재료로 해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내는 핵융합 공장인 셈이다.



핵융합을 끝낸 별들은 어떻게 될까? 별의 운명은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질량이 태양과 비슷한 별들은 탄소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지 못한다. 결국에는 바깥 대기층을 우주 공간으로 흩뿌리고 차갑게 식어 간다. 그러한 별을 백색왜성이라고 한다. 행성상 성운이라고 불리는 천체는 바로 이처럼 죽어 가는 별이 흩뿌린 가스들이다.




질량이 태양보다 훨씬 큰 별들은 탄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별들이 마지막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안정된 원소인 철이다. 그리고 중심에 고밀도의 별을 남긴 채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최후를 맞이한다. 이 같은 폭발을 일으킨 별을 초신성, 그 중심에 남겨진 잔해를 중성자별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은 폭발과 함께 우주 공간에 흩뿌려진다.



탄생 초기의 은하를 이루는 원소는 대부분의 수소와 약간의 헬륨이었다. 하지만 지구에는 산소와 철, 규소, 마그네슘처럼 수소나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더 많다. 창조론을 신봉하지 않는 많은 학자들은, 그러한 원소들로부터 흙과 공기와 물이 만들어졌으며, 또한 그러한 물질로부터 복잡한 유물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약 35억 년 전, 그 유기물에서 첫 생명체가 탄생 하였고 그 생명체로부터 우리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이론이 맞는다면 지금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산소와 탄소 그리고 질소 같은 원소들은 안키세스의 말처럼 별에서 흩뿌려진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 보게 되는 것이다. (정창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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