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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은 녹색을 좋아한다 - 비상구 불빛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 급하게 문을 찾아 주위를 살펴본 적이 가끔 있을 것이다. 그때 저 멀리 컴컴한 벽에 환하게 ‘이쪽으로 뛰어가세요’라고 표시되어 있는 녹색 비상구 불빛을 발견하면 그나마 안심이 되지만 아무 표시가 없으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그런데 비상구 불빛은 왜 모두 다 녹색으로 되어 있을까?
그 첫번째 이유는 바로 우리 눈의 구조 때문이다.
우리가 색을 볼 수 있는 것은 눈의 망막에 있는 시세포(視細胞, Visual Cell) 때문인데, 시세포는 망막에 물체의 상이 맺혔을 때 그 자극을 받아 시각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다.
화재와 같은 위급상황에서는 흔히 정전사고도 함께 일어나므로 우리의 시각은 주로 간상세포가 담당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간상세포에 ‘로돕신(Rhodopsin 또는 시홍)’이라는 색소물질이 있는데, 로돕신은 다른 빛에 비해 약 500nm(나노미터)의 파장을 가진 녹색광을 가장 잘 흡수한다. 이 때문에 평소에 눈에 잘 띄지 않던 녹색이 어두운 곳에 가면 다른 색에 비해 잘 보이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녹색이 붉은색에 비해 안정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색을 보면 녹색은 안정과 편안함을 유도하지만 붉은색은 정열과 흥분을 일으킨다. 또한 우리의 잠재 의식 속에 붉은색은 정지, 위험, 금지와 같은 이미지를 녹색은 안전, 진행, 구급, 구호와 같은 이미지를 전달한다. 따라서 화재와 같은 위급 상황에서 비상등이 붉은 색이라면 비상구 불빛을 따라 대피하는데 사람들이 불빛을 따라 계속 탈출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멈춰야 하는지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녹색이라면 안심하고 불빛을 따라 탈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인성은 명시성(明認性)이라고도 하는데 같은 거리에, 동일한 크기의 색이 있을 때 어떤 색이 더 잘 보이는가를 말하는 것인데, 밤과 같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시인성이 가장 좋은 색은 녹색이다. 야간에 운전을 하다 보면 자동차 계기판에 있는 게이지나 숫자들이 녹색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야간에 더 잘 보이는 녹색의 시인성 때문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과학적인 원리가 담겨 있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이렇게 숨겨진 원리들을 하나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우리의 과학지식도 점점 더 쌓여 갈 것이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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