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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속의 진짜 얼굴을 찾은 투탕카멘-얼굴 복원기술



지난 5월 초에 고대 이집트의 소년왕인 투탕카멘의 얼굴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물론 그의 모습은 빛나는 황금가면으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것은 최첨단 얼굴 복원기술을 이용해 얻은 생전의 ‘진짜 얼굴’이다. 이처럼 사망한지 오래된 역사상의 인물이 실제로 어떤 얼굴 모습을 지녔는지 복원해보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시도된 바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001년 11월에 경기도 양주에서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한 소년 미라가 발견된 적이 있는데, 그 뒤 1년 여 동안의 복원 작업을 거쳐 그의 얼굴이 공개되었다. 6세 가량으로 추정된 이 소년은 350년 전에 묻혔으며, 복원된 얼굴을 보면 이마가 넓고 눈썹은 가늘며 귀가 퍼진 모양을 하고 있다.그리고 우리나라 천주교 사상 최초의 신부이자 1846년에 25세의 나이로 순교한 김대건 신부 역시 얼굴 복원술을 통해 생전의 모습이 재현된 바 있다. 당시엔 천주교 박해가 심했기 때문에 김 신부의 초상화도 사후 55년이 지난 1920년에야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가 1971년에 처음으로 유골의 두개골 계측과 촬영 작업이 이루어졌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1999년에 15개월간의 복원 과정을 거쳐 김 신부 생전의 얼굴이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얼굴 복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일까? 


가장 핵심적이고도 기본적인 절차는 머리뼈를 컴퓨터로 단층촬영(CT) 하는 것이다. 1밀리미터 간격으로 아주 꼼꼼하게 단층 촬영을 한 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니터 상에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는데, 이때 머리뼈 표면의 높낮이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등고선 촬영기법도 동원된다. 




그 다음엔 머리뼈에다 피부를 씌우는 단계이다. 이 작업은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첫째로 얼굴의 각 부위마다 피부의 두께가 서로 다르고, 둘째로는 그런 두께가 인종과 성별, 나이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굴 복원에는 반드시 대상이 되는 인구집단의 해부학적 자료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만 오차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머리뼈에 피부를 씌우는 방법은 직접 진흙을 붙이는 수작업과 컴퓨터로 하는 디지털작업 두 가지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는 법의학자나 해부학 지식이 풍부한 조각가, 아니면 컴퓨터공학자 등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얼굴 복원술은 원래 범죄수사에서 많이 쓰이는 기법이다. 앞에서 예로 든 역사 인물들은 이미 신원이 밝혀진 상태에서 복원 작업을 한 것이지만, 범죄수사에서는 신원 미상의 시체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방법으로 얼굴 복원술이 채택되는 것이다. 유전자 검사 등으로도 도저히 시체의 신원을 알아낼 수 없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시행되는데, 미국의 경우 미제 사건의 약 60-70%가 이 방법으로 해결된다고 한다. 




여기 신원 미상의 두개골이 하나 있다고 하자. 먼저 모양만 살펴봐도 인종과 성별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인종에 따른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눈을 둘러싼 뼈 부분의 모양으로서, 흑인은 네모나고 백인은 길고 갸름하며 황인종은 둥글다. 또 성별에 따르면, 남성은 눈 주위의 뼈 부분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튀어나와 있다. 그리고 앞머리 모양도 여성은 곧추 선 형태인데 반해 남성은 경사가 진 편이다. 


그리고 머리뼈에 있는 봉합선을 잘 살펴보면 나이 추정도 가능하다. 도합 10군데가 있는 봉합선은 어릴 땐 열려 있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닫혀 없어진다. 




이렇듯 인종과 성별, 나이를 먼저 파악하는 작업은 반드시 얼굴 복원을 시작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복원 과정에서 참고해야 할 대상 인구집단을 먼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해도 코의 높이라던가 귓바퀴 모양 같은 것은 100% 재현이 어렵지만, 그래도 대상 인구집단의 자료가 있으면 그 평균치를 대입시켜 오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무려 3,300년 전의 이집트 미라 얼굴도 이제는 복원이 가능한 시대이다. 실로 과학기술이 역사의 시대적 간극조차도 순식간에 좁혀버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과연 내일은 또 어떤 신기술이 등장하여 아득한 과거를 생생하게 되살려놓을까? (글: 박상준 -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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