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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과학향기

멘델의 법칙

#미래 2016. 4. 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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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가 멘델의 법칙을 뒤흔들었다구? - 애기장대의 수수께끼



황우석 박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그리고 덩달아 대한민국도 대표적인 생명과학 국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중학생이 줄기세포 복제 원리를 설명할 수 있고, 시사만화에도 줄기세포가 등장할 정도니 황우석 박사의 영향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황우석 박사가 주로 사용하는 동물은 소와 돼지. 하지만 유전학은 이렇게 커다란 동물보다는 보잘 것 없는 생물들의 희생(?)으로 발전하였다. 그 대표선수는 완두콩, 초파리와 대장균 그리고 애기장대 등이다. 




이 가운데 ‘애기장대’가 우리에게 낯선 까닭은 초중고 교과서에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리라. 


애기장대는 무, 배추, 브로콜리, 유채와 함께 십자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하여 자라는 잡초다. 과학자들은 왜 작물대신 쓸모 없는 잡초를 선택했을까? 원래 잡초는 잘 자라고 키우기 쉽다. 애기장대 또한 폭 5cm, 키 20cm 정도로 크기가 매우 작아 좁은 실험실에서 재배하기 쉽고 한 세대가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되어 유전학 연구에 이상적인 재료다. 




더구나 꽃피는 식물 가운데 게놈의 크기가 가장 작아서 연구하기에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작은 게놈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쌍떡잎식물에 있는 모든 기관을 갖추고 있어서, 그 유전자 수는 다른 쌍떡잎식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게놈의 염기서열 속에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불필요한 염색체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유전학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애기장대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유전학계에 등장한 지 40여년 만에 마침내 저명한 과학잡지 ‘네이처’ 2005년 3월 24일자 표지를 애기장대가 장식하였다. 




무슨 일로 네이처 표지에 애기장대가 등장하게 된 것일까? 




멘델에 의해서 처음으로 관찰된 유전의 법칙은 매우 명확하다. 핵의 염색체, 미토콘드리아, 그리고 엽록체에 들어 있는 게놈 안에 있는 DNA를 통하여 부모로부터 자손으로 생명 정보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유전법칙이 성립되려면, 식물마다 각각 부모로부터 받은 한 쌍의 유전자가 있어야 한다. 만약 유전자가 모두 부족하거나 없으면 그 식물은 꽃잎과 잎사귀가 함께 붙어버리는 등 기형 식물이 되고 만다. 




미국 퍼듀 대학의 로버트 프루이트(R. Pruitt) 교수는 애기장대의 불안정한 유전자를 연구했다. 그는 유전자 결함이 있는 두 그루의 애기장대를 교배시켰다. 당연히 꽃잎과 잎사귀가 모두 붙어 있어야 하는데, 열 그루 가운데 한 그루 꼴로 정상적인 애기장대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실험에 사용한 씨앗 가운데 정상 씨앗이 섞여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몇 번이나 실험을 반복하였지만 언제나 같은 결과가 나왔다. 프루이트 교수는 부모 세대에 없는 유전자를 갖고 있는 애기장대를 발견한 것이다. 이젠 멘델의 유전법칙이 수정될 때가 가까웠다. 물론 생물 교과서도 바뀌어야 한다. 한낱 잡초가 유전법칙을 흔들고 교과서를 바꾸다니……. 




좋다. 교과서도 바꿔야 한다면 바꾸면 된다. 그런데 어떻게 부모에게 없는 유전자가 자손에게서 나타날 수 있을까? 




프루이트 교수는 ‘캐쉬(Cache)’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설명한다. 캐쉬란 컴퓨터의 CPU에 내장되어 있는 임시저장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의 뇌에 해당하는 CPU가 명령을 처리할 때, 가끔 처리할 게 많아지면 처리하는 내용을 잠시 캐쉬에 저장한다. 즉, 세포의 어딘가에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치유능력이 저장되어 있어서 이것이 유전자의 결함을 보완해 준다는 것이다. 




또 그는 마치 예전에 방문했던 웹 페이지를 저장하고 있는 브라우저 캐쉬(Browser Cache)와 마찬가지로, RNA에 의해 전달되어온 조상의 DNA가 나중에 복구되는 현상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접한 유전학자들은 이와 같은 형태의 유전 정보 전달이 흔히 존재하는가에 대한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미 분화된 체세포로부터 복제 양 ‘돌리’가 탄생되어 그 동안의 이론을 뒤엎더니 이젠 잡초마저 유전학의 기초법칙을 흔들고 있다. 




컴퓨터 CPU의 캐쉬에는 L1과 L2라는 두 개의 레벨이 있다는데, 그렇다면 생명체의 유전자 캐쉬에는 몇 개의 레벨이 있을까? 유전자 캐쉬도 용량이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일까? 유전자는 여전히 우리에게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소우주인 듯 싶다. (글: 이정모 ?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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