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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 호/2003-10-10
지난해 10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원거리 정밀조준사격을 가해 한동안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나이퍼(저격수)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이 사건이 몰고 온 파장은 의외로 커서 한동안 미국에서는 총기소지 논란과 함께 자위용 방탄 조끼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일어났다. 이런 위험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경찰특공대는 하나같이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낱 섬유로 만든 방탄조끼가 총알을 막을 수 있을까? 이 원리는 그물의 원리를 이해하면 알 수 있다. 방탄섬유라 불리는 물건들은 매우 질기고 탄성을 가진다. 보통 실을 잡아당기면 어느 정도 힘에 의해 끊어져버리게 마련이지만 방탄섬유는 잡아당겨 끊으려면 보통 실보다 더욱 많은 힘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인장강도가 큰 섬유며, 또한 잡아당겼을 때, 어느 정도 늘어났다가 다시 원상복귀 되려는 성질, 즉 탄성이 큰 섬유다. 이렇게 만든 그물(천)에 총알이 명중하면 그물을 이룬 실은 총알에 의해 눌려지며 잡아당겨지게 되는데 이 때 실이 견디는 힘이 크다면 총알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정지되어 관통되지 못하는 것이다.
방탄 조끼의 탄생은 1935년 ‘아라미드(aramid)’라는 섬유의 개발과 더불어 시작됐다. ‘아라미드’란 폴리아미드 합성섬유 중에서 아미드기가 2개의 벤젠환과 직접 결합된 것을 의미한다. ‘아라미드’는 세계최초의 인조섬유인 ‘나일론’보다 높은 강도의 섬유 개발을 진행하던 듀퐁사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것.
하지만 이 연구가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철조망’이라고 불렀던 나일론의 분자 배열에 대한 한계에 부딪혔다. 그후 몇 년이 지난 뒤 얽힘이 적은 강직한 고분자 사슬을 만들어 낸 후에서야 비로소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자 사슬이 서로 얽혀 실 상태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 막바지 어려움을 타개한 것은 여성 연구자 스테파니 크오렉이었다.
강직한 고분자 사슬을 녹이는 용제를 찾고 있던 그녀는 기술자에게 점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용액을 주고 실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고 그 결과 나일론 보다 훨씬 강하고, 늘어짐도 적고, 가위로도 잘 끊어지지 않는 강한 섬유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라미드 섬유의 원조라 불리는 듀퐁사의 ‘케블라’섬유다.
‘케블라’란 말은 아라미드 섬유의 듀퐁사 상품명이며 현재 ‘트와론(Enka사)’, ‘테크노라(Teijin사)’라는 상품등과 경쟁 중이다. 또한 다른 방탄섬유소재로는 폴리에틸렌 계열의 ‘스펙트라(Spectra)’등이 있다.
케블라’ 이후 세계 각국은 저마다 방탄복 연구에 매달려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현대의 방탄복은 크게 하드(hard body armor)와 소프트(soft body armor)로 구분된다.
소프트 바디 아머는 방탄 섬유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가볍고 부드러워 착용감도 나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저속 저위력탄, 산탄, 파편 등을 막기에 적합하다. 물론 그 이상의 위력을 보이는 무기 앞에서는 뚫릴 수 밖에 없는 약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원래 소재가 섬유이기 때문에 칼 등 예리한 무기에는 약하다.
반면, 하드 바디 아머는 소프트와 같이 방탄 섬유로 된 방탄판을 사용하지만 이것 외에 세라믹이나 특수한 금속판이나 사슬 등을 추가해 더욱 튼튼하다. 칼이나 화살도 방어한다는 이점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그만큼 두껍고 무거워진다. 결국 방탄효과와 무게, 착용감의 관계는 반비례 하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 더 좋은, 우수한 방탄조끼가 나오겠지만 과학의 발달은 반대급부의 결과를 양산해 낸다. 총알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방탄복 연구가 계속될수록 그 방탄복을 뚫기 위한 무기의 연구가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마치 중국 초나라 장사꾼의 ‘모순(矛盾)’처럼 답을 찾기 힘든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과거와 현재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될 수 있지만 그 선택의 중심에는 늘 인간이 있기에, 과학기술의 올바른 활용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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