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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를 가르는 4분! - 심폐소생술


생과 사를 가르는 4분! 


심폐소생술의 진가를 가장 확실하게 표현한 말이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싶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 즉 시행하는 속도이다. 심장과 폐는 멎은 후라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거의 대부분에서 완전소생이 가능해진다.그런데 왜 4분일까? 

우리 몸 속의 폐와 혈관 내에는 여분의 산소가 있어서 6분 정도까지는 새로운 산소의 유입이 없어도 생명을 유지시킬 수 있다. 그래서 숨이 먼저 그쳐도 수 분 동안은 심장이 뛰게 되어 폐 속의 산소가 계속 이용되는데, 심장이 멈추면 폐와 혈관 속의 여분의 산소가 더 이상 순환을 할 수 없으므로 이때부터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이 행해져 심장의 기능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결국 뇌손상으로 이어져 목숨을 잃고 마는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 

이미 동공이 풀려가고 있는 아버지를 흔들어 대지만 동공은 점점 더 풀리고 거칠게 헐떡이던 호흡도 서서히 멎어가고 있었다. 

"빨리 119에 전화해! 빨리!" 

허둥대는 엄마에게 전화를 맡기고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아버지를 바닥에 반듯이 눕히고 고개를 뒤로 젖힌 후 우선 입을 열어 입안을 살펴보았다. 혀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혀가 기도를 막고 있는 것이다. 원활한 인공호흡을 위해 고개를 뒤로 젖히고 턱은 앞으로 잡아 빼었다. 그래야만 막힌 기도에 산소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확히 두 번 호흡을 불어넣고 명치에서 3cm위 지점에 두 손을 겹쳐 올려 체중을 싣고 10초에 15회 꼴로 심장압박을 실시했다. 그러기를 몇 회, 갑자기 두 눈을 동그랗게 뜨신 아버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허 웃으셨다. 



이상은 내가 가끔 꾸는 꿈이다. 수년 전부터 심장에 인공판막을 달고 사시는 아버지 때문에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어 가끔씩 이런 꿈을 꾸곤 한다. 대충 이론으로만 꿰고 있지 실제로는 단 한번도 심폐소생술을 해본 적이 없음에도 꿈에서는 아주 능숙하게 잘 해낸다. 영화 등을 통해 많이 접한 탓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실제상황이 닥친다면 과연 꿈에서처럼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으로는 익숙하면서도 직접 해보라고 하면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것이다.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심폐소생술! 

사실 알고 보면 그리 대단한 테크닉을 요하는 것도 아닌데 이 대단하지도 않은 기술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없는 까닭에 귀한 목숨을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경우가 너무도 많다. 몇 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프로야구선수 임수혁 선수의 경우도 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당시 임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픽 쓰러졌을 때 수많은 관계자가 그를 둘러싸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실시되어야 할 심폐소생술은 누구에 의해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뒤늦게 온 구급차에 조차 별다른 의료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임 선수는 심폐소생술에 무지한 관계자들에 둘러싸여 전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서서히 죽어갔던 것이다. 심폐소생술만 제대로 곧장 행해졌더라면 걸어서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을 일을 말이다. 



우리에겐 119가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부르는 대부분의 119구급차 안에도 심장을 되살리기 위한 첨단 장비 같은 것은 갖춰져 있지 않다. 대원들의 응급 심폐소생술을 일단 믿는다 해도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할 시간 동안 만약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주위사람 누군가에 의해 심폐소생술이 행해진 후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사실상 구급차 안에는 이미 심폐소생술이 행해진 환자를 위한 다음단계의 장비들이 구비되어야 한다는 얘긴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119구급차량 안에는 헐리웃 영화에 나오는 그런 첨단의 의료장비는 없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수많은 인명을 구조해 내는 우리의 용감한 119대원들도 임수혁 선수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결국 촉각을 다투는 심장마비 환자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심폐소생술의 인식에 대한 외국의 예는 어떨까? 

미국 시애틀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배경이라는 것 말고도 심근경색이 일어날 경우 살아날 확률이 가장 높은 도시로도 유명하다. 1970년대부터 소방관들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기 시작한 시애틀은 서서히 민간인들에게까지 확대 보급한 결과, 1980년대는 30%이상의 사람들이 살아났다는 통계를 얻어냈다. 죽을 사람 100명 가운데 30명이 살아난 셈이니, 바꾸어 말하면 결국 ‘죽을병도 아닌 병’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경우는? 

일단 심폐소생술이라는 말자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배우려고 작정해도 주위에 심폐소생술에 대한 상식을 가진 이는 물론이고 배울 수 있는 기관조차 많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예전에는 고등학교 교과과목에 교련이 있어 어설프나마 심폐소생술이란 것을 시늉은 해 보았는데 아마도 요즘은 ‘특별한 선생님의 특별한 의욕’이 아니면 아예 접하는 것조차 어렵지 않을까 싶다. 

미국이란 나라도 모든 고등학교에서 이 응급처치를 가르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 있고 실제로 많은 학교와 기관에서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 심장질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우리의 현 추세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반드시 심폐소생술 정도는 익혀두자 ! 

건강을 지키려는 의지가 좋아 심장이 느닷없이 멎는 일 없이 살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면 심폐소생술이라도 제대로 잘 배워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남도 살리고 나도 사는 그런 차선이라도 노려볼 만 하다. 눈앞에서 사람이,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호흡이 꺼져 가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한 일이니 말이다. 별다른 장비와 대단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 심폐소생술은 그것이 발휘할 위력을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도저히 배워두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너무도 절대적이고 매력적인(?) 기술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완벽하게 장비를 갖춘 구급차가 날라 온다 해도 결국 10분 안에 생사가 갈리고 마는 응급상황에서는 곁에 있는 이의 몇 번의 따스한 호흡만 못한 것이니 말이다. 



참고로, 국내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대한적십자사로 전화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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