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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유인잠수정 창 밖으로 내다본 수심 5천m 태평양 심해저 평원은 고요 속에 묻혀있는 별천지였다. 영겁의 세월동안 쌓인 누런 퇴적물 위에 감자처럼 생긴 검은색 망간단괴들이 빼곡히 널려있고, 군데군데 생물들이 바닥을 기어간 흔적이 보였다. 눈이 없는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코끼리 귀처럼 생긴 지느러미를 새의 날개처럼 펄럭이며 문어가 춤을 추고 있었다. 바닥에는 어른 신발 두 짝을 이어놓은 것 만큼이나 길쭉한 보랏빛 해삼이 몸보다 더 긴 꼬리를 곧추 세우고 열심히 기어가고 있었다. 또 쟁반만한 하얀 불가사리가 진흙에 몸을 반쯤 숨기고 있고, 튤립 꽃을 닮은 해면이 마치 식물처럼 긴 가지 끝에 달려 바닥 위로 솟아올라 있었다. 심해에는 이처럼 우리가 바닷가에서 흔히 보던 생물과는 다른 생물들이 살고 있다. 심해란 어떤 곳을 말하며 생물들은 왜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심해는 대략 대륙붕이 끝나는, 즉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수심 200m보다 깊은 곳을 가리킨다. 바다는 깊이 들어갈수록 환경이 서서히 바뀌게 된다. 환경이 변하면 생물의 모습이나 살아가는 방법도 변하게 마련이다.
심해는 이처럼 빛이 없고, 수온이 낮으며, 수압이 높아서 생물들이 살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 생물들은 심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체형이나 체색이 특이하게 변화하였다. 어스름한 빛만이 있는 박광층에 사는 어류는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보고 먹이를 찾기 위해 대개 큰 눈을 갖는다. 반면 빛이 없는 무광층에 사는 어류의 눈은 오히려 퇴화되었다. 빛이 없으니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심해에 사는 어류인 풍선장어나 아귀는 입이 커서 큰 먹이도 삼킬 수 있고, 한번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시무시한 이빨이 입 안쪽으로 휘어져있다. 심해에는 먹이가 부족하다 보니, 한번 먹이를 놓치면 언제 또 먹이를 찾을 지 모르기 때문이다.
심해에 사는 생물 가운데는 빛을 내는 것이 많다. 도끼고기는 배 주위에 있는 발광세포에서 빛을 내기 때문에, 빛이 반짝이는 수면을 배경으로 하면 포식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심해아귀는 이마에 난 낚싯대 모양의 돌기에서 빛을 내어, 먹이를 유인하여 잡아먹는다. 희미한 빛이 있는 박광층에 사는 생물은 유리오징어처럼 투명하거나 심해 새우처럼 붉은 색이 많다. 투명하면 몸이 보이지 않고, 푸른빛이 감도는 곳에서 붉은 빛을 가진 생물은 검게 보이기 때문이다. 심해에 사는 생물들은 숫자가 많지 않아 짝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수컷 심해아귀는 암컷을 만나면 배를 물고 달라붙어 평생 같이 산다. 암컷보다 훨씬 작은 수컷 심해아귀는 기생충처럼 암컷으로부터 영양분을 얻고, 대신 번식기 때 암컷에게 정자를 제공하는 역할만 한다.
심해에 사는 동물들의 모습이 기이하고, 습성이 특이한 것은 모두 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의 결과이다. 심해 생물을 연구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아직 심해의 대부분은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앞으로 심해 잠수정을 비롯하여 다양한 심해연구 장비들이 개발되면, 신기한 심해 생물들이 더 많이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글 : 김웅서 -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자원연구본부장 )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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