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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해양탐사선 챌린저호는 1872년 12월부터 1879년 5월까지 세계 일주를 하면서 심해를 탐사하였다. 길이 68.8 m, 무게 2,300톤의 챌린저호에 승선한 6명의 과학자들은 12만 7천 ㎞를 항해하면서 수심, 수온, 해류를 측정하고, 수층과 바닥에 사는 생물을 채집하고, 바닷물과 퇴적물을 채취하였다. 챌린저 탐사로 과학자들은 4,700종의 해양생물을 새로이 찾아냈으며, 수심이 8,180 m에 달하는 챌린저 해연을 발견하였다. 항해 중에 얻은 자료는 무려 23년에 걸쳐 분석되었고, 총 29,500 쪽에 달하는 50권의 보고서가 1995년에 마침내 완성되었다. 챌린저호는 1874년에 탐사 중 심해 바닥에서 망간단괴를 발견하는 성과도 올렸다. 조금 생소하게 들리는 망간단괴란 무엇일까? 망간단괴는 감자덩이나 포도송이를 닮은 검은색 덩어리로 수심 4,000∼6,000 m의 심해저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금속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나라들이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심해저 광물자원이다. 망간단괴에 들어있는 망간은 철강 산업에, 니켈은 화학공장 시설에, 구리는 통신과 전력산업에, 코발트는 항공기 엔진 제작 등에 사용된다. 




망간단괴 중심에는 돌 부스러기, 상어 이빨, 고래 뼈, 방산충이나 유공충 껍질 등이 핵을 이루고, 그 둘레를 망간과 철의 산화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광물이 동심원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망간단괴를 잘라보면 마치 나무를 잘라놓은 것처럼 나이테 구조가 있다. 나이테는 망간단괴가 자란다는 것을 보여준다. 겨울에 눈사람 만드는 것을 상상해보자. 눈덩이를 조그맣게 뭉쳐 눈밭 위로 이리저리 굴리고 다니면, 이것을 핵으로 눈이 점점 달라붙어 작았던 눈덩이는 어느새 커진다. 망간단괴도 이처럼 자라지만, 자라는 속도는 100만년에 2~6㎜ 정도로 아주 느리다. 망간단괴는 계속 자라기 때문에 크기가 다양하다. 1 ㎜ 이하의 깨알만한 것부터 25 ㎝정도 되는 수박만한 것도 있으나, 지름이 5∼10 ㎝ 정도 되는 감자만한 것이 가장 흔하다. 




망간단괴가 만들어지는 방법에는 수성기원, 속성기원, 열수기원, 생물기원 등이 있으며, 이 방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망간단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바닷물 속에 녹아있던 금속 성분이 침전하여 만들어지는 것을 수성기원 망간단괴라고 하며, 이때 박테리아들이 철과 망간이 침전되는 것을 도와준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퇴적물 틈사이 물에 녹아있던 성분이 침전되어 만들어진 것을 속성기원 망간단괴, 열수분출공으로 솟아 나온 뜨거운 바닷물 속에 녹아 있던 금속 성분이 침전되어 만들어진 것을 열수기원 망간단괴라 한다. 망간단괴는 만들어지는 방법에 따라 포함된 금속의 함량이 다르지만, 대체로 망간이 20~30%, 철이 5~15%, 니켈이 0.5~1.5%, 구리가 0.3~1.4%, 코발트가 0.1~0.3% 들어있으며, 이밖에도 아연, 알루미늄 등 다양한 금속이 들어있다. 




심해에서 잠자고 있던 망간단괴에 인류가 눈을 돌리는 것은, 육상에 부존된 광물자원이 산업의 발달로 점점 고갈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육상 광물자원이 고갈되면 국가 간에 심해저 광물자원을 개발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미 공해상의 망간단괴를 개발하기 위하여 프랑스, 인도, 중국, 일본, 러시아, 동유럽 여러 나라의 컨소시엄 등이 국제해저기구로부터 광구를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우리나라도 2002년 북동태평양에 남한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만 5천 ㎢의 광구를 확보하였으며, 해양수산부의 주관으로 2010년 이후 망간단괴 상업 생산을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광구의 망간단괴 부존량은 5억 1천만 톤으로 추정되고, 이는 우리나라가 해마다 300만 톤을 채광했을 때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망간단괴가 상업 생산되면 연간 2조원 대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경제성 평가도 있다. 


망간단괴 개발을 위해 한국해양연구원은 우리 광구에 있는 망간단괴 자원량과 분포를 파악하고 있으며, 망간단괴를 채광하는 장비를 개발하며, 개발 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연구도 아울러 하고 있다. 한편 지질자원연구원은 채취한 망간단괴를 배위까지 끌어올리는 양광기와 망간단괴를 제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심해저 망간단괴를 흔히 심해의 노다지, 심해의 검은 황금, 심해의 흑진주 등으로 부른다. 앞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한말 나라 힘이 약해지자 외국 사람들이 몰려와 우리나라의 광산을 운영했는데 그 가운데 평안북도 운산 금광에서는 많은 금이 산출되었고, 가난했던 광부들이 금덩이를 몰래 가지고 갔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금광을 운영하던 외국 사람은 캐낸 금덩이에 손을 대지 말라고 ‘노 터치(No touch)’를 외치곤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을 보고 노다지라고 하는 줄 알고, 그 후로 재물이나 이익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노다지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노다지란 말이 생긴 유래야 어떠하든 심해저 망간단괴가 노다지가 될 날은 그리 멀지 않았다. (글: 김웅서 -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자원연구본부장)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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