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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봄볕아, 내 피부에 무슨 짓을 한 거니!


봄볕아, 내 피부에 무슨 짓을 한 거니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주말농장에 도착한 태연과 아빠. 한발 한발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농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둘에게 꽂힌다. 커다란 밀짚모자에 목장갑, 검은 선글라스, 긴팔, 긴 바지는 물론 영화 스타워즈 속 다스베이더를 연상시키는 두꺼운 검정 마스크까지. 햇빛에 노출된 것이라고는 콧구멍밖에 없는 형상을 하고 있으니 눈길을 끄는 건 당연했다. 사람들, 수군거리고 킥킥거리다 못해 깔깔 배꼽까지 잡는다. 

“태연아, 마음을 굳게 먹으렴. 타인의 시선에 흔들릴 필요 없어. 중요한 건 나 자신뿐!” 

“아빠, 그렇긴 하지만 무척 부끄러운걸요. 저도 저 자신을 무척 사랑하지만, 이건 쫌 아닌 것 같아요.” 

“약한 소리 마! 봄볕이 피부에 끼치는 해악을 잘 모르는 무지한 이들의 시선에 무릎을 꿇기엔, 우리의 지적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걸 잊지 말거라. 봄볕은 다른 계절의 햇빛보다 훨씬 피부에 좋지 않단다. 오죽하면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내 보낸다’는 말이 있겠냐.” 

“헐, 봄철마다 뜨거운 햇볕 아래로 쫓겨나야 한다면 차라리 며느리가 되지 않겠어요. 송중기가 신랑이라면 모를까. 그런데 왜 봄볕이 더 안 좋아요?” 

“일단 겨우내 볕을 제대로 못 쐰 탓에 피부가 자외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다, 4월부터 6월까지는 인체에 흡수되는 자외선 양이 가장 많을 시기거든. 한 여름에도 자외선이 강하긴 하지만 동시에 습도도 높아서 인체에 흡수되는 자외선 양은 훨씬 적단다. 그뿐만 아니라 봄에는 특히 자외선 A가 무척 강한데, 이 자외선은 피부 깊숙이 진피층까지 침투해서 피부 탄력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촉진시키지. 또 멜라닌 색소가 집중되면서 기미와 잡티도 잘 생기고 말이야. 피부가 약한 사람들은 발진, 간지러움, 짓무름 등을 동반하는 햇빛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단다.” 

“노…, 노화에 기미, 잡티, 심지어는 알레르기까지? 다 싫지만 최악은 기미, 잡티예요. 저의 우윳빛깔 피부에 거무튀튀 얼룩덜룩한 흔적을 남기잖아요!” 

기미와 잡티가 생기는 건 피부 속 멜라닌이라는 성분 때문이야. 원래 멜라닌은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좋은 물질이란다. 재빨리 자외선을 흡수해서 더 이상의 자외선이 피부 깊숙이 침투해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하거든. 그런데 뭐든 과하면 탈이 나게 되지. 봄철에 피부가 갑자기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면 멜라닌 색소가 지나치게 많이 생성되고, 이것이 피부 세포에 골고루 퍼지지 않고 뭉치면서 기미, 주근깨 같은 지저분한 잡티를 만들어 내지.” 

“아, 그렇구나. 아빠 말씀을 들으니 콧구멍 빼고 다 가린 저의 다스베이더 같은 모습이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그런데 아빠, 주말농장에서는 패션을 포기할 수 있지만 놀이동산이나 해수욕장에서도 이러고 다닐 순 없잖아요. 그럴 땐 어쩌면 좋아요?” 

“그래서 자외선차단제가 있는 거 아니겠냐. 이것도 요령 있게 바르면 아주 효과가 뛰어나단다. 일단 차단제의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 봐야하는데,SPF는 자외선 B의 차단효과를 PA는 자외선 A의 차단강도를 보여주지. 구체적으로 SPF는 1당 15분 정도 자외선을 차단해 준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SPF10은 150분, SPF50은 750분, 즉 12시간 동안 자외선을 차단한다는 거지. 하지만 피지, 땀, 바람, 먼지 등의 이유로 시간이 지날수록 차단율이 뚝뚝 떨어지기 때문에 2~3시간 마다 한 번씩 덧발라주는 것이 좋단다.” 

“그럼 PA는요? 자외선 A가 더 피부 깊숙이 들어가는 기미의 주범이라면서요.” 

“맞아. 피부 건강을 위해서는 SPF보다 PA를 더 주의 깊게 확인하는 게 좋아요. PA+는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음’을 뜻하고 PA++는 ‘높음’, PA+++는 ‘매우 높음’을 뜻한단다. 그러니까 당연히 PA+++를 선택하는 게 좋겠지.” 

“자외선차단제 말고 기미를 막는 다른 비법은 또 없어요?” 

“왜 없겠냐. 사실 기미 방지에 제일 좋은 건 비타민 C를 충분히 먹는 거란다.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근본적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거든. 피부를 탄력 있고 생생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하고 말이야. 그러니까 키위, 딸기, 파프리카, 오렌지 같은 과일·채소를 평소에 많이 먹으면 기미를 막을 수 있어요.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멜라닌이 쉽게 형성되니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즐겁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 

이때, 휴대전화가 울리고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뭐라고? 진짜야? 알았어. 일단 빨리 집으로 갈게.” 

“왜요? 엄마한테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떡 하니 올랐다는구나. ‘다스베이더 부녀 지구 침공, 첫 목표는 상추밭!’이라고 말이야. 지금 이곳의 누군가가 검정마스크 쓴 우리를 몰래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게 틀림없어. 그렇다고 다스베이더라니! 봄볕의 해악도 모르는 무지한 지구인들 같으니라고!” 

“에이, 난 또 뭐라고. 어차피 콧구멍밖에 안 보이는데 우리가 누군지 어떻게 알겠어요. 자 자, 걱정 마시고 싱싱한 상추 잔뜩 뜯어다가 삼겹살 파티나 하자고요.” 

“부끄러움을 모르는 당신은 진정한 멘탈 갑!”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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