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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방진, 그 신비함 속으로...


기차나 버스를 타고 장시간 여행을 할 때 가끔씩 지루함을 느끼고는 하는데, 이 때 간간히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 퍼즐 잡지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요즘 재미를 붙인 스토쿠 게임이 나왔다. 다 풀고 정답을 확인하려니 잡지 정답 페이지에 특이하게 ‘스토쿠 게임 정답’이 아니라 ‘마방진 정답’이란다. 

분명히 이 잡지의 단어 선택은 틀렸다. 스토쿠 게임이란 가로.세로 9칸씩 총 81칸으로 이뤄진 정사각형에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겹치지 않게 적어 넣는 게임이다. 다만 가로.세로 3줄로 이뤄진 작은 사각형 안에서도 1부터 9까지의 수가 겹치지 않게 들어가야 한다. 이에 반해 마방진이란 1부터 N제곱의 숫자를 정사각형의 형태(N × N)에 겹치지 않게 채워 넣었을 때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은 숫자 배열을 말한다. 즉, 숫자가 겹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스토쿠와 마방진이 같지만, 그 배열의 숫자 합의 특성까지 고려한 점이 둘의 차이다. 

그런데 마방진, 특이한 이름이다.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은 숫자의 배열을 왜 마방진이라고 했을까. 마방진(魔方陣)은 영어의 Magic Square를 번역한 말로써 마술과 같은 사각형의 숫자 배열을 말한다. 마방진에 대한 유래는 중국 하나라의 우임금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년 범람하는 황하의 물길을 정비하던 중 강에서 이상한 그림이 새겨진 거북의 등껍질을 발견하였는데, 그 등에 새겨진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어느 방향에서 더하든 신기하게 합이 15였다. 이 때부터 중국에서는 이 등껍질을 세상의 비밀과 진리를 함축하고 있고, 우주와 주역의 원리를 함축한 숫자의 배열로 인식하게 되었다. 

자, 이제 그 정의를 알았으니 쉽게 마방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쉽게 생각해 보면 예전 수학시간에 그렇게도 많이 배웠던 어떠한 일정한 수식이 존재할 것만 같은데 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2행 2열의 방진을 제외한 모든 방진에서 마방진이 존재한다고 한다. 3행 3열의 경우, 위의 거북 등껍질에서 발견된 마방진이 유일하다. 4행 4열의 마방진은 독일의 광석기술자 알브레히트 뒤러가 발견한 것이 있는데, 이를 포함해 총 880개가 존재한다고 한다. 5행 5열의 경우는 2785.35,224개의 마방진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N=6 이상일 때는 그 수가 몇 개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 

즉, 지금까지 마방진에 대한 특별한 풀이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알려진 바로는 홀수 마방진과 4의 배수 마방진 등에 대한 풀이법은 존재하지만, 이는 수 많은 마방진 중 한가지를 푸는 방법일 뿐이다. 

여하튼 우리나라에서도 마방진에 대해 획기적인 공헌을 한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조선 후기 유학자이자 수학자인 최석정(호는 명곡, 1646-1715)이다. 그의 저서 ‘구수략’에는 3차에서부터 10차까지의 마방진이 서술돼 있는데, 특히 9차 마방진은 유명하다. KAIST 연구진에 따르면 그의 9차 마방진은 직교 라틴방진이라는 매우 명쾌한 이론 아래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 마방진은 9행 9열 대각선의 합이 3백69로 같고, 9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9개의 작은 셀(cell)이 다시 마방진을 이루는 특이한 구조로 돼 있다. 

마방진과 형태는 다르지만 삼각형, 육각형, 원형 등 다양한 숫자 배열에서도 마방진과 비슷한 특성이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도 최석정을 유명하게 한 지수귀문도(地數龜文圖)라 불리는 숫자 배열이 있다.
 
지수귀문도란 동양 전래의 수학과 철학을 담은 숫자 놀이 같은 것으로 전체적으로 생긴 모양이 거북의 등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거북등처럼 생긴 6각형들은 6개의 꼭지점 숫자를 더한 결과가 모두 같다. 그의 저서에 제시된 것은 숫자가 총 30개이고 그 숫자의 합이 93이 되는 배열이었다. 최근에 그 숫자의 합이 90, 92가 되는 경우도 존재함이 밝혀졌으나 여하튼 최석정의 수에 대한 깊은 연구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선조로서 자랑스러워 할만하다. 

마방진과 지수귀문도처럼 수의 배열은 한편으로는 단순해 보이나, 그 속에 포함된 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존재한다. 어찌 보면 수 자체가 자연의 일부분일 테니 이를 일반화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무지이거나 또는 자만심이 아닐까 한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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