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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아르키메데스 나선이나 베르누이 나선 그리고 사이클로이드(cycloid)와 같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름다운 곡선이 많다. 

아르키메데스 나선은 나사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일정한 간격으로 감겨있는 나선으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 펌프가 바로 이 나선을 이용한 것이며, DNA의 이중나선 역시 이 구조이다. 베르누이 나선은 로그나선 또는 등각나선, 황금나선 등의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한 번 회전할 때 마다 일정한 비율이 곱해져서 생기는 곡선이다. 특히 베르누이 나선의 경우 피보나치 수열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앵무조개 껍질이나 솔방울의 모양 등 자연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자연 생성의 기본원리와 관계가 있기도 하다. 


사이클로이드 또한 이들 나선 못지않게 놀라움을 간직한 신비의 곡선으로, 파스칼이 사이클로이드를 연구하며 고통스러운 치통을 잊었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이 곡선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사람이 많았다. 이 때문에 수학자들은 ‘사이클로이드’를 종종 헬렌(트로이 전쟁을 일으킬 정도의 미모를 가진 왕비)의 아름다움에 빗대어 ‘기하학의 헬렌(The Helen of geometr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이클로이드는 바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회전하는 바퀴상의 한 점의 궤적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퀵보드 바퀴의 한 지점에 발광 다이오드를 붙여 B셔트 촬영을 한다면 사진에는 호빵 모양의 곡선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사이클로이드이다. 바퀴가 앞으로 진행해 갈 때 발광다이오드를 붙인 지점이 따라 움직이면서 만드는 곡선이 ‘사이클로이드’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이클로이드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 


출발점이 어디든 정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같다? ? ‘등시곡선’ 

1583년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던 갈릴레이가 천정에 매달린 진자의 주기가 진폭에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진자의 등시성’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야기 한다면 등시성(isochronism)은 진자의 진폭이 매우 작을 경우에만 성립한다. 일반적으로 진폭이 커지면 주기도 증가하기 때문에 진자의 등시성은 성립하지 않는데 정밀한 시계가 없었던 당시에는 이러한 사실을 알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호이겐스는 1673년 『진자시계Horologium Oscilatorium』라는 명저를 통해 진자가 호가 아니라 사이클로이드를 따라 움직일 경우에 진자의 궤도가 등시곡선(tautochrone)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진자시계를 만들었다. 그의 진자시계는 두 개의 사이클로이드 벽면(그림1에서 E와 F) 사이에서 진자가 움직이도록 만든 것인데, 이렇게 하면 진자의 움직임도 사이클로이드가 된다. 

등시곡선은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곡선 상의 어떤 점에서 출발하더라도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같게 되는 성질을 갖는다. 즉, 그림1에서 보면 A에서 B사이의 곡선은 사이클로이드인데 가장 아래 지점인 C까지 진자가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 사이의 어떤 지점에서 출발하더라도 같다. 따라서 등시곡선을 따라 움직이는 사이클로이드 진자는 진폭에 상관없이 일정한 주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최단거리를 찾아주는 ‘사이클로이드’ 

1696년 쟝 베르누이는 유럽의 물리학자들에게 ‘브라키스토크론 (brachistochrone, 그리스어의 가장 짧음을 의미하는 ‘brakistos’와 시간을 의미하는 ‘kronos’를 합친 말로 보통 ‘최속강하선’이라고 불린다) 문제’라는 것을 낸 적이 있었다. 이는 위아래로 떨어진 두 지점 사이에서 어떤 경로를 따라 내려가는 것이 가장 빨리 내려갈 수 있는지를 찾는 것이었다. 흔히 생각하면 직선 경로가 최단 거리이기 때문에 가장 빠를 것 같지만 실상은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사이클로이드 위에서는 각 지점에서 중력가속도가 줄어드는 정도가 직선보다 작기 때문에 가속도에 의해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도착 지점까지의 시간이 직선이나 다른 어떤 궤적 보다 빠른 것이다. 즉 풀장의 미끄럼틀도 놀이터에 있는 것과 같은 직선 형태로 만드는 것보다 사이클로이드 형태로 만들게 되면 더 빨리 내려오기 때문에 더 큰 스릴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림2에서 보면 A에서 동시에 출발한 연두색 공과 파란색 공은 파란색 공이 연두색 공보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함에도 불구하고 B지점에 먼저 도착하게 된다). 

이 문제를 최초로 풀어낸 것은 베르누이 형제였으며, 이후 뉴턴과 라이프니츠, 로비탈이 풀이에 성공했다고 한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당시 많은 물리학자들이 몇 달 동안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했으나 뉴턴은 단 하루 만에 풀어 버렸다고 하니 과연 뉴턴은 뛰어난 천재임은 분명한 듯 보인다. 


일상에 숨은 ‘사이클로이드’ 

그런데 뛰어난 물리학자들도 쉽게 풀지 못한 문제를 독수리는 어떻게 알았는지 먹이를 향해 낙하할 때 사이클로이드 곡선 형태에 가깝게 낙하한다. 땅 위에 있는 들쥐나 토끼, 쥐, 뱀 등 먹이를 잡을 때 직선이 아닌, 최단시간이 소요되는 ‘사이클로이드’와 가까운 곡선을 그리며 목표물로 향하는 것이다. 또한 일반 새들도 몸체를 기준으로 날개 끝이 사이크로이드 형태의 타원궤적을 이루며 이로 인한 양력으로 전진하며 물고기의 비늘에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숨겨져 있다고 하니 자연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효율성에 앞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기와 역시 사이클로이드 곡선 모양을 하고 있어 비로 인한 목조 건물의 부식을 막고 있다. (글 : 최원석 -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그림1
 
그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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