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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끝을 본 적이 있는가? 1958년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의 왕대숲을 시작으로, 1963년에는 충남 서산군, 1965년에는 경남 진주시 그리고 1967년에는 광주시에 이르기까지 일생에 단 한번 핀다는 대나무 꽃이 전국 방방곡곡에 핀 적이 있었다. 그렇게 화려하게 꽃을 핀 대나무는 서서히 말라 죽어갔고, 죽은 대숲이 다시 푸른빛을 되찾기 까지는 그 후 약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었다. 그러나 우린 대나무 꽃이 저 홀로 피고 진 그 슬픈(?) 사실을 제대로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대나무는 개화하는 일이 거의 없고 다만 십여년 또는 백여년에 한번 대밭의 전체 대나무가 개화했다가 고사한다. 이를 두고 일명 개화병(開花丙) 혹은 자연고(自然枯)라고 하는데 죽순으로 번식하는 대나무가 왜 꽃을 피우고 또 죽음을 맞이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대숲의 토양에 무기 영양소가 결핍됐거나 그들 성분 사이의 불균형이 원인이라는 영양설과 대나무 종류에 따라 3년, 4년, 30년, 60년 혹은 120년 마다 개화한다는 주기설 등 다양한 설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대나무는 이 외에도 조금은 남다른 면모를 갖추고 있어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를 거론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나무의 곧은 줄기는 땅 위 뿐만 아니라 땅 속으로도 뻗어나가는데 몇 년에 걸친 개화와 고사(枯死)에도 땅 속 줄기 중 극히 일부가 살아 남아 다시금 무성한 대숲을 이룬다. 그 과정에서 어찌 억센 잡초들과의 처절한 약육강식의 경쟁이 없을까마는 다행히도 신생죽은 잡초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방어 능력을 지니고 있다. 가장 신기(?)한 것은 신생죽은 가지를 줄기의 밑쪽(바닥과 거의 맞닿은 부분)부터 옆으로 촘촘히 뻗어 잡초 위에 그늘을 드리운다는 것이다. 대나무 자신들이 살아 남아 숲을 이뤄야 할 곳에서, 잡초들이 감히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기 위한 그들만의 생존본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식품 보관엔 조릿대 잎 하나.
동물이 죽더라도 죽림(竹林) 속에서는 잘 썩지 않는다. 또 고기를 낚았을 때 다래끼 바닥에 조릿대 잎을 깔아두면 비린내를 없앨 수 있고, 물고기를 선물 할 때 조릿대 잎을 한 장 넣어두면 신선도가 오래간다. 옛날 사람들은 여행을 나설 때 죽순껍질로 도시락밥을 싸고 대나무 통에다 마실 물을 넣어 다녔다. 문명의 발달로 이런 모습이 거의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방의 원주민들은 대나무 통을 잘라 물통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최고급 생과자나 금방 만든 찰떡의 포장에 대잎을 사용한다. 이는 대나무 줄기나 껍질, 조릿대의 잎이 살균효과는 물론 탁월한 항산화성과 방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대나무나 조릿대는 식품을 오래가게 하는 순천연의 보존제로 이용되고 있다. 이는 대나무에, 항균성과 항산화성이 탁월한 성분인 폴리페놀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대나무의 왕성한 번식력과 질긴 생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본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에도, 베트남전에서 미국의 고엽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유일하게 싹을 틔운 식물이 바로 대나무다. 그 비밀은 지하경 또는 편근이라 불리는 땅속줄기 즉 지하조직의 견고함 때문인데, 왕대의 지하경은 300평당 총연장이 6km 이상에 달한다. 우리 주위에선, 특히나 여름에 홍수나 산사태로 인해 폐허가 된 곳에서는 견고한 대나무의 지하조직의 위력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제방이고 전답이고 모두 무너진 가운데서도 그나마 멀쩡한 곳을 보면 그곳에 대나무가 몇 그루 서 있다. 즉 대나무가 뿌리를 내린 곳만이 비교적 안전하게 원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나무는 비록 줄기의 벽과 속을 이루는 조직의 성장속도 차이로 속은 비었지만 언제나 푸르고 고고한 자태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시각적 쾌감을 준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남다른 면모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동시에 항상 곁에 두고픈 대상의 하나이며 실제로 이를 활용한 제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쯤 되면 집안에다 대나무 화분 하나쯤 놓아두고픈 마음이 절로 샘솟을 법도 한데... 그런데, 꽃집에서 대나무도 팔까??? (글 : 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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