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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하는 순간에 길에서 어린 아들을 잃고 가슴앓이를 해오던 충북 제천시의 어느 한 부부가 15년 만에 극적으로 아들을 찾았다. 한국복지재단의 ‘어린이 찾아주기 종합센터’에서 미아의 신상명세서를 뒤져가며 아들을 찾은 것. 그러나 이들 부부는 100% 확신할 수 없어 아들과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유전자 정보 검색을 의뢰했고, 그 결과 부자 관계임이 입증됐다. 


그렇다면 왜 많은 신체기관 중 하필 머리카락을 검사하는 것일까? 중국 속담에 ‘모든 것은 결국 머리카락 한 올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머리카락이 친자 관계를 입증해 줄 만큼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얘기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 가운데서 한 사람을 가려낼 정도로 고정밀도를 자랑하는 머리카락은 과연 무엇을 어디까지 알아낼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머리카락 검사는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여러 가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DNA) 검사, 약물복용검사, 미네랄 검사 등이다. 


유전자란 사람 세포에 있는 23쌍의 염색체에 담겨 있는 3만여 개의 ‘유전 정보’를 말하는데 이 유전 정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복제를 거듭하면서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생명의 설계도 구실을 한다. 사람의 차이가 바로 유전자의 차이인 셈이다. 이 ‘유전 정보’를 확인해 부모로부터 어떤 유전 형질을 물려받았는지 검사하는 것이 유전자 검사다. 


모든 세포에 새겨진 이 유전자 정보가 머리카락의 모근에도 들어 있다. 따라서 유전자 진단에는 머리카락을 주로 이용하는데 채취가 수월하고 정밀도가 높기 때문에 특히 유용하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사실은 머리카락의 뿌리가 없으면 유전자 검사시 친자 확인 등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머리카락의 대부분은 케라틴이라는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며, 머리카락 주인의 생물학적 정보는 머리카락을 뽑았을 때 끝부분에 하얗게 보이는 뿌리인 모근과 모구에 담겨 있다. 모근과 모구는 다시 혈관으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머리카락을 성장시키는 모모세포와 모유두로 이뤄져 있는데 머리카락 주인의 구체적인 생물학적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모구에 위치한 모모세포를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술이나 담배, 마약 등을 복용할 경우에는 케라틴 단백질층에 그 성분이 남기 때문에, 약물복용 정보는 모근이 없는 머리카락만으로도 알 수 있다. 


이같은 머리카락의 유전자 분석은 범인을 잡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범행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과 용의자의 머리카락을 비교 분석하여 신원을 확인한 자료는 법정에서 가장 확실한 증거물로 채택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FBI 법의학연구소에서 제출된 증거자료를 가장 먼저 받아보는 곳도 바로 모발-섬유 부서. 미국의 경우 FBI 모발-섬유 부서가 1년에 다루는 범행현장의 머리카락 증거는 무려 2천5백종이나 된다. 


머리카락 검사는 또한 무통증 정밀영양검사로 불릴 만큼 우리 몸의 영양상태를 정확히 반영한다. 몸에 유익한 칼슘(Ca), 나트륨(Na) 등 필수 영양미네랄과 암에 대항하는 길항력을 갖는 셀레늄(Se) 등 미네랄의 결핍과 과잉된 상태, 즉 미네랄 밸런스를 알아내어 암, 당뇨 등 앞으로 나타날 질병이나 합병증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머리카락은 일종의 저축 기관이기 때문. 머리카락은 성장하여 외부로 노출되기 직전에 바깥층에 점차 두터운 벽을 형성하여 나무의 나이테처럼 인체내의 미네랄 상태의 정보를 영구적으로 기록한다. 또 보통 1일 0.03cm, 한달 동안에는 1cm 정도씩 자라기 때문에 만약 지금 머리카락이 약 10cm 길이라고 한다면, 약 10개월 간에 걸친 인체의 건강정보가 1개의 머리카락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그러므로 머리카락 분석을 의뢰할 때에 모근에서 3~4cm 정도의 머리카락을 채취하여 제출한다면, 약 3 ~4개월 동안 내 몸에서 일어난 건강정보의 평균 데이터를 알아낼 수 있다. 특히 머리카락은 혈액이나 소변과 비교해 볼 때 10~50배의 농도로 미네랄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훨씬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인체는 매일매일 매 순간마다 변화한다. 때문에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는 검사 시점의 그 순간만의 상태를 아는 것에 불과하여 과거의 건강정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머리카락은 과거부터의 기록을 갖고 있다. 따라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데는 머리카락만큼 좋은 정보원이 없다. (글 : 김형자 ? 과학칼럼니스트 )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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