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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이 말은 비용은 많이 들지만 그만큼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해서 붙여졌던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별명이다. 2006년 환경보호분야 예산은 3조8천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9% 수준이지만 도시 공기는 좋지 않고, 사람들은 수돗물 대신 정수기물을 이용한다. 

그런데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5월 “환경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Green is green”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여기서 앞의 green은 환경을, 뒤의 green은 녹색을 띤 달러 지폐를 가리킨다. 환경이 경제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환경이 돈’이라는 말은 환경시장의 급성장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세계 환경시장은 2005년 약 7천억 달러(약 7백조원)에서 2015년에는 1조1천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돈 먹는 하마’로 인식된 환경이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황금알 낳는 거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환경시장이 급팽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의 경제성장에 따라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발붙이기 어려워지고 있다. 한 예로 코카콜라는 환경훼손으로 불매운동이 펼쳐지면서 100년 동안 지켜온 음료업체 1위라는 아성을 펩시에게 넘겨줘야 했다. 

반대로 ‘친환경’이라는 말이 붙으면 시장에서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웰빙’이라는 용어로 포장된 친환경 제품이 각광 받고 있다. 기업에서는 에너지 소모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선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면 매출과 수익을 증대할 수 있는 셈이다. 


환경이 선택에서 필수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산업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건축자재에서 방출되는 라돈, 석면, 포름알데히드 등 화학물질 때문에 구토,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새집증후군’이 문제가 되면서 유해물질과 전쟁에 들어간 상태다. 더욱이 환경부가 올해 1월부터 새집증후군 유발물질 수치 공개를 의무화함에 따라 새집증후군이 아파트 선호도를 바꿀 전망이다. 관련 업계도 친환경 기술 도입과 적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6월부터는 도로의 차선을 표시하기 위해 그동안 사용했던 페인트를 더이상 쓸 수 없게 된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차선 색깔이 변하지 않고 선명하게 보이기 위해 납과 크롬 같은 중금속을 페인트 안료로 사용해 왔는데, 차선이 닳으면서 중금속이 날려 사람이 흡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친환경적인 페인트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온 KCC 등 국내업체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 도로 총연장이 지구둘레의 2배가 넘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자칫 작지 않은 시장을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닐봉투나 포장재, 페트병과 같은 1회용품도 퇴출 후보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자연에서 분해되려면 50-80년이 걸리기 때문에 자손에게 물려주는 오염물질로 불린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 전면금지가 논의되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발맞춰 1회용품을 대체하는 친환경적인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메이저 곡물회사인 카길은 지난 3월 자회사를 통해 한국에서 옥수수로 만든 썩는 플라스틱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과학자 중에는 KAIST 생물화학공학부의 이상엽 교수가 2004년 미생물을 이용한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대상 등 몇몇 기업이 생분해성 제품을 개발해 놓은 상태다. 


배기가스 등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업계는 연비 향상과 오염물질 발생 감소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갈수록 오염물질 발생 규제가 높아져 무역장벽을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 대응 없이는 자동차산업의 미래도 없다’고 공표하고 일찍부터 R&D에 힘써 온 일본 도요타는 현재 하이브리드자동차 ‘프리우스’를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하이브리드자동차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연비는 2배에 달한다. 프리우스를 통해 도요타는 세계 자동차 1위업체 오르는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알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등 환경가전을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본 가전업체들은 에어컨이나 세탁기, TV 등 기존 전자제품에도 환경 마인드를 도입하는데 분주하다.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부품만을 사용하며 폐가전을 수거해 재활용에도 앞장선다. 삼성전자는 “백색가전의 시대가 가고 녹색가전의 시대가 왔다”고 표현할 정도다. 


환경은 기업의 주가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상위 10%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 지수’(DSJI)를 보면 최근 10여년 동안 193% 상승해 선진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 평균보다 2배 정도 더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환경이 기업의 전체 가치까지 결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환경이 경제적으로 중요해지면서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지난 5월 23일 모두 1조9천여억원을 투입하는 ‘기후변화협약 대응 연구개발 종합대책’을 수립, 확정했다. 화석연료 대체기술과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이산화탄소 포집 처리 및 흡수 기술, 비이산화탄소 제어기술 등을 자력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통용되던 “먹고 살기도 힘든데 환경이 무슨 소용이냐”는 말이 이제 “먹고 살려면 먼저 환경을 알아야한다”는 말로 바뀌고 있다. 환경이 21세기의 블루오션으로 부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임무가 환경을 연구하는 우리 과학자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글: 김홍재 사이언스타임즈 기자)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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