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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 정교한 휴대용 금고 크립텍스. 26자의 알파벳이 새겨진 다이얼 5개가 나란히 배열되어 있으며, 그 안에 담긴 것을 꺼내려면 다섯 글자로 된 암호를 정확히 맞추어야만 한다. 한 손에 들 수 있을 만큼 아담한 크기의 크립텍스지만, 그 안에는 보물 지도가 들어있을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엄청난 비밀문서가 잠자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백 년 전의 것이라고 해서 만만히 보고 그냥 분해하려고 하다가는 큰 낭패를 당한다. 억지로 열려고 하면 내부에 장치된 작은 유리병이 깨지고 산성용액이 흘러나와 문서를 녹여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밀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로서 최근 영화로도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끈 <다 빈치 코드>에는 이 크립텍스가 나온다. 주인공인 랭던 교수와 여형사 소피는 목숨을 건 탈주전의 와중에 이 크립텍스를 손에 넣지만 암호를 몰라서 애를 태운다. 마침내 악당과 마주친 랭던은 소피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당장 암호를 풀어야만 하는 정체절명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다 빈치 코드>에서 랭던이 간신히 풀어 낸 암호는 ‘APPLE’이었다. 랭던 일행이 숨겨진 역사의 비밀을 찾아 마지막에 다다른 곳은 뉴턴의 묘지였는데, 그곳에는 태양과 여러 행성들이 장식되어 있다. 뉴턴은 그 천체들의 운동 법칙을 밝혀내어 이른바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통칭되는 자연의 섭리를 규명한 인물이다.
그런데 암호를 풀 수 있는 실마리로서 랭던 교수에게 주어졌던 것은 ‘뉴턴의 묘지에 없는 구(球)’였다. 뉴턴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면서도 정작 그의 묘지에는 없는 둥근 물체가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뉴턴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인력이라는 것의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랭던 교수는 바로 그 점에 착안해서 뉴턴의 묘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구체야말로 ‘사과(APPLE)’이며, 바로 이것이 암호임을 알아챘던 것이다.
이쯤에서 <다 빈치 코드>의 비밀을 하나 얘기하고자 한다. 이것은 <다 빈치 코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만들었다는 크립텍스는 실제로 얼마나 오래 된 것일까?
답은 3년이다. 사실 크립텍스는 이 작품의 원작 소설 작가인 댄 브라운이 만들어 낸 상상의 산물이다. 그는 ‘cryptology(암호학)’와 ‘codex(서적의 원시 형태)’ 두 단어를 조합하여 ‘크립텍스(cryptex)’라는 명칭을 만들어 내었으며, 이것은 2003년에 나온 소설 <다 빈치 코드>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했다.
댄 브라운이 크립텍스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영화에 나오는 크립텍스 내부의 톱니바퀴 다이얼 구조를 보면서 ‘에니그마’를 떠올렸다. 에니그마란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사용했던 암호 조합기이다.
에니그마는 기계식 톱니바퀴와 전기 회로가 조합된 일종의 타이프라이터이다. 4-5개의 실린더형 회전자가 나란히 배열되어 있고 각 회전자마다 네댓 개에서 많게는 20개 이상의 전기 접점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자판에서 ‘A’를 치면 종이에는 ‘F’가 찍히는 식으로 자동적으로 암호화가 이루어진다. 게다가 특정 문자를 같은 의미로 두 번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회전자들의 전기 접점이 교묘하게 조합되어 있었고, 그 조합 규칙 자체도 매일매일 바뀌었다. 연합군 측은 이 암호 때문에 무척 애를 먹었지만, 마침내 1940년 영국의 수학자들과 언어학자들이 에니그마 시스템을 푸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21세기형 크립텍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 각국 정보기관의 본부에서는 거대한 고성능 슈퍼컴퓨터들이 바로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는 역사퀴즈 같은 간단한 실마리로는 어림도 없는 복잡한 암호들이 첨단 정보전의 치열한 현장을 소리 없이 수놓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다 빈치 코드>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처럼 암호학과 정보전의 기초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여 흥미를 자아냈다는 측면도 한 몫 한 것인지도 모른다. 기독교의 신성 모독이다 뭐다 해서 말이 많지만, 사실 <다 빈치 코드>는 암호학의 훌륭한 대중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는 것이다. (글 : 박상준 과학 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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