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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 될 뻔한 사람


고속도로에서 앞에 달리던 트럭에서 짐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신속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니 차는 끼익- 하면서 금방 멈춰 선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후에 가만 생각해보니 100km로 달리던 수백 킬로그램의 자동차가 가볍게 밟은 브레이크 페달에 반응하여 금방 멈춘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발목으로 가볍게 누른 브레이크가 무거운 차를 단번에 세우다니 그 비결은 뭘까? 


자동차에 사용하는 유압 브레이크는 ‘유체 속에서 일부에 가해진 압력은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작용한다’는 원리로 만들어졌다. 압력은 면적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좁은 면과 넓은 면을 유체로 연결하면 작은 힘을 큰 힘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브레이크 페달과 바퀴의 브레이크 사이가 유체로 연결되어 있고, 브레이크 페달은 좁은 면적, 바퀴의 브레이크는 넓은 면적이라면 페달의 가해진 작은 힘은 바퀴에서 큰 힘으로 바뀐다. 이 원리를 ‘파스칼의 원리’라고 한다. 


파스칼의 원리를 발견한 파스칼은 39살에 요절했음에도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들로 알려진 다빈치, 미켈란젤로, 모차르트,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 등과 견주어 결코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재능을 발휘했다. 그는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였고, 문학자이자, 철학자였다. 만일 그가 병약하지 않았다면 수학과 물리학의 여러 원리들에 그의 이름이 붙었을지 모른다. 그의 천재성이 발휘된 몇 가지 업적을 좇아보자. 


1623년에 태어난 파스칼은 열두 살에 유클리드의 스물세가지 공리를 스스로 터득했고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것을 발견했다. 「원추곡선의 기하학」이란 논문에서 “한 원뿔 곡선에 내접하는 6각형의 대변의 교접은 동일 직선 위에 있다”라는 파스칼의 정리를 발표했는데, 이는 사영기하학의 기본정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 열여섯.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유명한 데카르트조차 이 논문을 그가 쓴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썼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열아홉 살이 된 파스칼은 세무공무원인 아버지를 위해 ‘파스칼리느(Pascaline)로 불리는 디지털계산기를 발명했다. 파스칼 계산기는 1940년대 계산기와 구조가 비슷한데다가 정수로 세는 장치였기 때문에 디지털 계산기의 원조로 보기도 한다. 이 계산기는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서 톱니바퀴가 1회전할 때 맞물린 톱니바퀴가 1/10 회전하면서 덧셈과 뺄셈 정도의 수를 계산할 수 있다. 


이후 물리학에 관심을 가진 파스칼은 기압에 관한 토리첼리의 책을 읽으며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낸다. 1648년 토리첼리의 수은주 높이를 높은 산과 평지에서 측정한 결과 산꼭대기에서는 수은주가 낮아지고 평지에서는 높아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높은 산과 평지 간에 기압차가 존재함을 확인한 것이다. 실험 과정에서 주사기를 발명하고, 파스칼의 원리를 바탕으로 유압 프레스를 고안해냈다. 이 발견은 그에게 불멸의 이름을 남기게 했는데 압력의 단위인 Pa(파스칼)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수학자와 과학자로서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던 그에게 돌발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파스칼이 발군의 재능을 보이는 수학을 그만두고 종교적 명상가로 돌아선 것이다. 평소 신앙심이 깊었던 그는 마차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자 신의 뜻이라며 수학 연구를 접고 수도원에서 명상에 몰입했다. 파스칼 하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는 말이 떠오르게 만드는 명상록 <팡세, Pensees>를 집필한 것도 이 시기다. 


명상가로서 수학·과학과 영영 이별한 채 살아갈 것처럼 했던 그가 잠시 수학으로 돌아오는 일이 있었다. 그가 극심한 치통을 앓았을 때 수학을 연구했는데 치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이다. 그는 이를 수학을 연구하라는 신의 뜻으로 생각하고 수학에 정진해서 ‘사이클로드 법칙을 발견했다. 자전거바퀴의 원주 한 점에 야광을 칠하면 자전거가 나아가며 야광이 일정한 모양의 주기를 일으키는 것을 사이클로드라고 한다. 얼핏 보면 바큇살 전체에 장식이 달려 있는 것 같지만 사이클이 멈추면 달랑 하나의 점만 있을 뿐이다. 사이클로드의 수학적, 물리적 특성은 초기 미분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수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 될 뻔한 사람” 

이는 파스칼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말이다. 뛰어난 천재였으나 신이 그에게 허락한 시간은 39년뿐이었다. 파스칼이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발휘했다고 해서 우리가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천재성은 지능이 아닌 창조성이며, 누구나 노력을 통해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글 : 이종호 과학 저술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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