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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머리칼의 파마 체험기


세상에 나온 지 한달밖에 안 된 어린 머리칼은 모든 것이 궁금하다. 다행히 바로 옆에 2년 된 아줌마 머리칼과 5년이나 된 할아버지 머리칼이 있어 어린 머리칼의 쉴 새 없는 질문에 대답을 해준다. 오늘은 어린 머리칼이 처음으로 미장원이란 곳에 온 날이다. (머리칼의 수명은 남자가 4-5년, 여자가 5-6년 정도이다.) 


날카로운 가위가 소리를 내며 머리 위로 지나간다. 어린 머리칼은 아직 키가 작아 무사했지만, 가장 긴 할아버지 머리칼이 썽둥 잘려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가위 소리가 나더니 머리칼들 위로 물이 부어진다. 

“아이, 시원해~ 이거 우리가 아침마다 하는 거네요.” 

“호호, 오늘은 이걸로 끝나지 않아. 우리 주인이 ‘파마’라고 부르는 것을 하게 될걸.” 

아줌마 머리칼이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 이야기한다. 키가 확 줄어들은 할아버지 머리칼도 멋쩍게 거든다. 

“흠, 넌 처음이겠지만 난 벌써 스무 번도 더 경험했지. 곧 놀랄만한 일이 일어날 거다.” 


잠시 후 끈적이는 느낌의 액체가 어린 머리칼에게 부어졌다. 고약한 냄새와 끈적이는 느낌이 싫어서 뒤척이는 동안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어, 아줌마! 몸이 이상해요. 꼿꼿하게 설 수가 없는 걸요!” 

어린 머리칼의 내부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 뼈가 없는 것처럼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다. 내부를 지탱하던 무엇인가가 끊어진 것이다. (머리칼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황결합이라 불리는 분자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파마약은 황(S)과 황 사이에 수소(H)를 넣어 둘의 결합을 끊는 환원제의 역할을 한다.) 

 


“너는 이제야 부드러워졌구나.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의 연결이 끊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 우린 너보다 더 빨리 부드럽게 되었지. 무서워 말고 좀 기다려봐. 훨씬 멋지게 변신하게 될 테니.” 아줌마 머리칼이 타이르듯이 말했다. (머리칼의 손상이 적을수록 파마약이 침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파마나 염색을 자주하면 머리칼이 손상된다.) 


둥그런 기둥이 다가오더니 어린 머리칼은 아줌마, 할아버지와 함께 둘둘 말려버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머리칼들도 마찬가지로 둥그런 기둥에 차례차례 말려진다. 갑자기 머리 위로 뜨거운 붉은 빛이 비춰진다. 

“아이 뜨거워. 몸이 뒤틀려서 불편한데 덥기까지 하니 짜증나요.” 

“허허 네가 아직 어려서 이 맛을 모르는구먼. 뜨뜻- 하니 몸이 그냥 녹는구나. 녹아! 어이구 좋다.” 

할아버지 머리칼은 몸 안에 지탱하던 것이 점점 더 많이 끊어져 풀어지는 기분이 좋은가보다. 하지만 어린 머리칼은 아직 불편하기만 하다. (황결합을 끊는 화학 반응은 온도가 높을수록 잘 일어난다. 하지만 단백질인 머리카락은 너무 높은 온도에 타버리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로 가열해야 한다.)


한참을 지나서야 뜨겁게 비취던 붉은 빛이 꺼졌다. 이내 하얀 거품이 부어진다. 

“켁켁! 이게 뭐에요. 차가운 건 좋은데 냄새는 별로 안 좋아요.” 

“오호호호~ 없어졌던 뼈가 돌아오는 이 기분. 난 이때가 젤 좋더라. 넌 안 느껴지니?” 

“어 진짜로 그러네. 몸이 다시 단단해져요.” 

(과산화수소 등의 산화제는 끊어진 황결합을 다시 잇는 역할을 한다. 제일 처음 결합이 아닌 둥글게 말린 상태로 다른 분자와 황결합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둥글게 말린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둥그런 기둥을 치웠는데도 어린 머리칼의 모양은 둥글게 말린 그대로다. 몸 안을 지탱하던 것이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둥글하게 변신한 자신의 모습이 꽤 멋져 보인다. 

“아줌마, 둥글하게 말리는 이게 파마라는 거에요?” 

“그래, 이게 파마야. 하지만 몇 달만 있어봐라. 우리 주인은 또 판판하게 편다고 똑같은 짓을 할 걸. 근데 펴는 것도 파마라고 하던데.” 

“네? 펴는 것도 파마라고요? 그것 참 되게 헛갈리네요~” 

(환원제를 사용해서 황결합을 끊은 후 산화제로 다시 고정시키는 방식을 쓰면 모두 파마이다. 머리를 펼 때는 봉 대신 판을 사용한다.) 


파마의 원리는 약 100년 전 처음 개발되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개발한 ‘나노파마약’도 속도가 빨라지고 편리해지기는 했으나 기본 원리는 똑같다. 너무 잦은 파마는 머리카락을 손상할 수 있으니 손상이 없는 신개념의 파마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혜롭게 하는 것이 좋겠다.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 파마에 대한 진실 혹은 거짓 

Q. 비 오는 날에 파마하면 쉽게 풀린다? 

- 거짓. 파마약은 화학반응이기 때문에 습도와는 상관없다. 단, 미용실 안의 온도에는 영향을 받는다. 

Q. 생리기간엔 파마가 잘 안된다? 

- 진실. 생리기간이 되면 여성의 두피가 지성으로 변해서 파마약이 잘 듣지 않을 수 있다. 

Q. 냄새가 심하면 싼 파마약이다? 

- 진실. 환원제로 쓰이는 약품에 염기가 들어가는데 값싼 파마약에는 냄새가 심한 암모니아가 들어간다. 

Q. 임신 기간 파마는 절대금물이다? 

- 거짓. 파마약이 태아까지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힘들다. 단 임신초기에는 금하는 것이 좋다.



태양계 구조조정의 피해자? 명왕성


다음 중 태양계 행성이 아닌 것은? 

①수성 ②천왕성 ③해왕성 ④명왕성 ⑤ 답이 없다 


⑤번을 선택하는 분은 구세대? 그렇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고 외웠던 과거 기억으로 보면 명왕성까지 모두 태양계 행성이다. 그런데 앞으로 태양계 행성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까지다. 아니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명왕성이 갑자기 태양계 행성에서 명퇴(?)를 당한 것일까? 


체크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IAU) 학회에서 태양계 행성 정의를 태양 주위를 도는 둥근 천체로 정해 태양계 행성이 12개가 되는 의견과 태양을 도는 둥근 천체이되 해당 행성의 궤도에서 가장 커야 한다고 전제해 행성이 8개가 되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국제천문연맹은 8월 24일 찬반투표를 통해 기존 9개 행성에서 명왕성을 제외한 8개 행성을 태양계 행성으로 규정하는 행성 정의(定意) 결의안을 60%의 지지로 채택했다. 명왕성은 1930년에 발견돼 76년만에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당했다. 이날 회의에는 75개국에서 파견된 천문학자 2,500명이 참석했으며, 투표에는 세계 천문학자의 약 5%인 424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명왕성은 발견 당시부터 자격 부족으로 퇴출 논란이 있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과 같이 표면이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과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처럼 가스층으로 덮힌 ‘목성형’ 행성과 달리 명왕성은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 대부분이 얼음으로 이뤄져 행성으로 보기에 부족했다. 또 달 지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름 2,302km의 명왕성은 궤도가 타원에 가까워 공전주기 약 250년 중에 20년을 해왕성 궤도 안쪽에서 진행했고, 자신이 속한 ‘카이퍼 벨트’에서 상당한 크기의 천체가 계속 발견돼 불안한 상태로 행성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비슷한 공전궤도에서 명왕성보다 큰 지름 3,000km의 제나라 불리는 ‘2003UB313이 2003년에 발견돼 퇴출 명분이 명확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명왕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악법(?)이라 할 수 있는 천문학자들이 정한 새로운 태양계 행성 정의는 무엇인가? 우선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태양계 천체여야 한다. 또 충분한 질량을 가지고 자체 중력으로 유체역학적 평형을 이루며 구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기준을 만족하는 천체는 질량이 5x1020kg, 지름 800km 이상은 된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정의와 동일하다. 새롭게 추가된 정의는 주변 궤도의 천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해야한다는 것. 즉 ‘자신이 속한 공전 궤도에서 다른 천체를 위성으로 가질 정도로 중력이 세고 가장 큰 구형 천체만 태양계 행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왕성은 새롭게 추가된 정의에 의해 태양계 행성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번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의 행성 정의 논의는 새로 발견된 행성 제나를 태양계 행성으로 편입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명왕성보다 커서 행성으로 승격될 것이라 생각된 제나가 물귀신처럼 명왕성의 행성지위를 빼앗아버린 셈이 됐다. 특히 미국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유일하게 미국이 발견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그대로 유지시키기 위해 12개 행성안을 적극 지지했다. 하지만 유럽 천문학계의 반발에 밀려 결국 8개 행성안으로 결정됐다. 제나와 함께 행성 후보로 거론된 소행성 세레스(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며 지름 930km)는 둘 다 명왕성과 함께 새롭게 정의된 왜소행성(dwarf planet)주1으로 분류됐고, 명왕성과 서로 상대편을 공전하는 ‘이중 행성’인 지름 1,200km의 카론은 혜성과 소행성을 포함하는 태양계소천체(Small Solar System Bodies)로 정리됐다. 


세레스는 1801년 발견 당시부터 행성으로 불리다가 50년 뒤 소행성으로 분류됐다. 이번에 다시금 행성 복귀를 노렸으나 왜소행성으로 분류된 것만이라도 만족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엄격해진 행성 정의로 명왕성이 퇴출돼 혼란스럽긴 하지만 사실 이번 결정의 의도는 오히려 혼란을 줄이기 위함이다. 만약 행성 수를 12개로 늘리는 방향으로 행성 정의가 결정됐다면 태양계 행성은 계속 늘어나는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즉 세레스와 비슷한 행성 후보가 12개나 더 있으며 관측에 따라 새로운 행성 후보가 계속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계 행성 이름을 잘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토성까지는 우리 이름이지만 천왕성부터는 영어 이름을 그대로 번역했다는 것이다. 토성까지는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해 동양에서도 일찍이 알고 있어 우리 이름이 있었지만 천왕성부터는 망원경이 발달한 서양에서 먼저 발견해 영어 이름을 그대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왕성과 해왕성, 명왕성은 망원경이 만들어진 이후에 발견된 행성이다. 


널리 사용되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과학계에서는 보이는 만큼 안다로 바뀔 것 같다. 2003년 처음 발견돼 10번째 태양계 행성 논란을 일으켰던 제나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즉 보이지 않았다면 논란도 없었을 것이고 모르며 지냈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언제나 새로운 발견에 의해서 위험에 처해 있는 셈이다. (글 박응서 과학전문기자) 



주1) 

왜소행성은 행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태양계 천체 중 달처럼 행성을 도는 위성이 아닌 것을 말한다. 즉 준행성으로 볼 수 있으며, 명왕성, 세레스, 제나가 여기에 포함된다. 앞으로 카이퍼 벨트에서 질량이 충분히 큰 천체가 계속 발견되고 있어 왜소행성 수는 수십개로 늘어날 수도 있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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