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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이다. 계절의 여왕답게 따뜻한 날씨의 색색의 꽃으로 아름다운 5월은 결혼이 많은 시기기도 하다. ‘5월의 신부’라는 말도 있다. 유럽의 봄 축제인 ‘5월제(May Day)’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 이는 매년 5월 1일에 하는 봄 축제로 그리스의 신이자 주신과 생명의 신으로 알려진 디오니소스의 부활을 축하하는 행사다. 

미술 작품에 묘사된 디오니소스를 보면 머리에 포도나무 잎사귀와 담쟁이덩굴로 엮은 관을 쓴 채 손에는 포도송이나 술잔을 든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때 포도는 포도주를 뜻하기도 하지만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포도의 왕성한 생명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5월제에 마을을 대표하는 처녀, 총각을 뽑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요즘은 결혼이 꼭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결혼과 함께 자녀 계획을 세우거나 예기치 않게 임신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결혼 전 건강검진을 하는 예비부부도 늘어나는 추세다.


■ 결혼 전 부모의 건강이 태아의 건강을 결정한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는 기간은 평균 280일(10개월)이지만 태아의 건강은 대게 임신 전과 임신 초기에 결정된다. 특히 조산이나 선천성 기형, 저체중아 등은 임신 전 부모의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선천성 기형 중 하나인 신경관결손증은 머리부터 등뼈 끝까지 연결되는 중추신경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데 대뇌가 없거나 거의 없는 증상(무뇌아)이 대표적이다. 수정 후 4주 안에 결정되는 질환으로 임신 전과 초기 임산부가 충분한 엽산을 섭취하면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신 초기 영양 부족이나 탈수 증상을 겪으면 태아가 저체중으로 태어날 확률이 높고 태아가 성인이 되었을 때 대사증후군이나 당뇨, 고혈압, 비만 등 성인병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나 술,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과 질환 역시 미리 파악해 개선한 뒤 임신을 하는 것도 건강한 출산을 위한 준비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임산부의 연령대가 높아졌는데 만 35세 이상의 경우에는 임신 전 필요한 검사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임신 중 자궁근종이나 고혈압과 당뇨를 동반하는 임신중독증을 비롯해 태반이 자궁경부 입구를 막는 저치 태반이나 유산과 조산, 기형아 출산 등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남성 역시 만 35세 이상부터 정자수가 감소하고 정자의 질이 떨어지는 데 흡연과 음주가 잦은 사람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여성에 비해 남성의 정자의 질과 태아의 건강에 관한 연구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하지만 정자의 질이 연골무형성증과 같은 유전자 변이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뇌전증이나 소아백혈병, 중추신경종양 등의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 빈혈과 갑상선 호르몬 검사도 필수

전문가들은 남녀 공통적으로 혈액검사와 갑상선 기능 검사, 간과 신장 검사, 갑상선 호르몬 검사와 성병 검사를 추천한다.
임신 후 태아와 산모의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 때문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태아의 뇌가 성숙하는데 필수적인 호르몬으로 검사가 필요하다. 혈액검사를 통해서는 빈혈 여부를 확인하는 데 정도가 심각할 경우 태아의 발육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출산 시 출혈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수혈이 필요한 경우까지 이를 수 있어 빈혈이 있는 경우 치료가 필수적이다.

성병은 매독과 임균, 클라미디아, 에이즈 검사다. 일반적으로 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임신 시 기형이나 불임, 유산, 조산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태아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태아의 건강에 정자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남성 역시 먹고 있는 약물이나 흡연과 음주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립선 비대증 치료약이나 탈모치료제로 쓰이는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5-alpha-reductase deficiency)인 프로페시아는 정액량과 정자수의 감소를 유발하고 운동성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여성과 같이 남성도 엽산과 아연 복용을 추천하는데 정자의 수와 운동성을 향상시키고 동물실험 결과 정자의 염색체 이상 가능성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검사를 통해 풍진과 B형 간염, 수두 항체를 확인해 보고 없다면 백신으로 미리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 임신 중 풍진에 걸리면 산모는 고열이나 발진, 임파선이 붓는 정도로 약하게 지나가지만 태아는 백내장이나 심장기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10년 내 파상풍이나 디프테리아, 백일해 등도 맞은 적이 없다면 접종 받는 것이 좋다. B형 간염이나 수두 등 전염 가능성이 있는 질환도 있기 때문에 남성도 함께 접종받는 것이 좋다.

임신 전 중요하게 챙겨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마음이다. 그간의 임신 관련 연구 결과들을 보면 임산부가 스트레스나 우울을 경험하는 경우 저체중아 출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태아와 엄마간의 애착관계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봐도 임신 기간 산모가 기준 이상의 ‘불안’이나 ‘우울’을 겪은 경우 그렇지 않은 산모가 낳은 아이에 비해 아이의 아토피 피부염 발생 위험도가 각각 1.41배와 1.3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반 시료를 분석한 결과 임신 기간 스트레스가 많은 임산부의 태반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분해효소인 ‘11베타-HSD2’와 항산화 물질인 ‘글루타치온’ 수치도 낮게 나왔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이 발생한 조사 대상군에서는 이러 경향이 뚜렷하게 나왔다.

태아프로그래밍이라는 이론이 있다. 자궁 안에서 태아의 평생 건강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임신 기간 동안 임산부는 수많은 검사를 마주한다. 하지만 그 검사들만큼 혹은 그 보다 중요한 게 임신 전과 임신 기간, 예비 부모의 몸과 마음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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