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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톰 핸드폰이 울렸어.” 

“저렇게 크게 울리는데도 루이스 선생님은 소리가 안 들리나봐. 혼자만 열심히 떠들고 계시네.” 

“하하하하, 크크크크” 

뉴욕시의 10대들의 학교에서는 고음의 벨소리를 다운받아 선생님 몰래 휴대전화를 쓰는 학생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업중 반 학생들 전원이 키득키득 웃고 있는데, 난 학생들이 무엇 때문에 웃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맨해튼에 있는 ‘트리니티 스쿨’의 도나 루이스 교사의 말이다. 어른들이 들을 수 없는 벨소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귀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요즘 미국과 영국에서는 ‘틴벨(Teen bell)’ 서비스가 10대 네티즌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틴벨서비스는 10대들만 들을 수 있는 1만7000㎐ 이상의 고주파음을 이용한 휴대전화 벨소리이다. 처음 이 소리를 발명하게 된 계기는 조용한 상점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젊은이들을 내쫓기 위함이었다. 40대, 50대 손님들은 유유히 카트를 끌고 다니며 쇼핑을 하지만, 10대들은 아주 신경질적인 소리가 나서 견디기 힘들게 만들어 매장을 빠져나가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미국의 10대 네티즌들이 이 기술을 휴대전화 벨소리에 응용함으로써 사태가 역전됐다. 


소리가 높다는 것은 음파의 진동수가 많다는 뜻으로 그 단위는 헤르츠(㎐)이다. 10대들만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연령에 따라 듣지 못하는 소리가 있으며, 나이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영역이 좁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20~2만㎐까지 들을 수 있고, 200~6100㎐의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3000㎐ 부근의 소리를 가장 잘 듣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약해져 50대는 1만2000㎐, 40대는 1만4000㎐, 30대는 1만6000㎐, 20대는 1만8000㎐ 이상을 거의 들을 수 없다. 


왜 그럴까? 사람의 귀 고막에는 청신경전달계인 달팽이관이 연결돼 그 입구에서 고주파를 감지하고, 점차 안쪽으로 갈수록 저주파를 느끼게 되는데, 나이가 많거나 큰 소리를 많이 듣게 되면 달팽이관 입구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고주파 음부터 듣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틴벨의 원리를 적용하여 청력나이를 측정하는 ‘청력나이 측정법’ 프로그램이 유행이다. ‘청력나이 측정법’은 10초 동안 일정한 소리를 들려주고 몇 차례 들리느냐에 따라 실제 청력나이를 알려주는 것이다. 음 높이가 다른 9개의 소리를 듣고 10에서 들은 횟수를 뺀 후 거기서 5를 곱하면 자신의 청력나이가 된다. 즉 ‘(10-들은 횟수)×5’가 청력나이다. 9번 이상이면 5~10세, 5번이면 26~30세, 2번이면 41~45세, 한번도 들리지 않으면 51세 이상이다. 또 들리는 소리가 미약하면 0.5회로 환산한다. 아직까지 자신의 쳥력나이가 몇 살쯤 되는지 경험하지 못했다면 한번 테스트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청력 나이 테스트 하러 가기> 


청력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높게 나왔는가? 청력나이가 높아지는, 즉 청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지나치게 센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기 때문이다. 소리엔 높낮이뿐 아니라 세기가 있는데 그 단위는 데시벨(㏈)이다. 


이를테면 1㏈는 마룻바닥 1m 위의 생쥐 오줌 한방울이 바닥에 부딪혀 나는 소리다. 가을날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소리는 10㏈, 연인이 귀엣말을 속살일 때는 40㏈, 조용한 찻집에서 서로 대화를 나눌 때는 55~60㏈ 이다. 전자오락실과 PC방은 85㏈, 영화관 공사장 비행장 지하철역 등은 90㏈, 노래방 공장 체육관 등은 100㏈까지 올라간다. 나이트클럽이나 사격장의 소음은 115㏈나 되며 워크맨의 소리도 115㏈까지 올라간다. 귓전에서 쏜 총소리는 160㏈까지 되므로 한번에 청신경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사람의 귀는 6㏈ 높아질 때마다 소리가 2배 크게 들린다. 따라서 기준보다 6㏈이 높으면 소리는 2배, 12㏈이 높으면 4배, 18㏈이 높으면 8배 크게 들린다. 


일반적으로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는 사람에게 활력을 준다. 하지만 인위적 소리는 같은 세기라도 상당 부분 소음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좋은 소리라도 90㏈ 이상 되는 소리를 일정 시간 이상 들으면 불쾌하거나 귀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또 90㏈ 이하의 소리라도 불쑥불쑥 들리는 소리는 소음으로 작용한다. 


DMB와 PMP, MP3 등 개인 휴대기기의 발달로 틈만 나면 이어폰을 귀에 꽂는 청소년들이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시끄러운 곳에 있다 보면 소리의 볼륨을 높이기 마련이다. 지하철의 심한 소음은 70~80dB에 이르기 때문에 이보다 10dB 정도 큰 소리로 듣게 된다. 특히 옆 사람이 가사를 알아들을 정도라면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나는 130dB 정도가 되어 청력 손실의 주원인이 된다. 


청각 세포는 손상되면 재생이 안 돼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 문제를 인식했을 땐 이미 늦다. 그러나 소리를 듣는 귀 건강은 사람들의 관심권 밖이다. 이제부터라도 디지털기기에서 그만 탈피하여 청력저하에 신경을 쓰면 어떨까.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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