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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의 고생물학자 존 웰스는 고생대 산호 화석을 연구하다가 기묘한 점을 발견했다. 산호 화석의 성장선 개수가 현생 산호에 비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성장선은 산호나 조개 등의 생물이 성장함에 따라 골격에 생기는 일종의 나이테로, 하루에 약 한 개씩 생성된다. 또 계절에 따라 그 성장속도가 달라 성장선 사이의 간격을 통해 1년 단위로 확인이 가능하다. 


4억 년 전에 살았던 산호에는 1년에 약 400개의 성장선이, 3억 년 전에 살았던 산호는 1년에 390개의 성장선이 있었다. 성장선이 줄어든다는 것은 1년의 날수도 계속 줄어든다는 의미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주기, 즉 1년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1년의 날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하루’가 길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하루의 길이를 논하려면 먼저 ‘하루’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하루는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하루는 자오선, 즉 하늘에 그은 천체가 지나는 가상의 선을 한 천체가 두 번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태양이 남중했다가 다시 남중할 때까지의 시간이 하루다. 


하루의 길이가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다.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가 항상 일정하지 않고 거리 변화에 따라 공전 속도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하루의 길이는 23시간 59분 38초~24시간 00분 30초로 조금씩 변한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간을 평균 낸 값이 약 24시간, 우리가 알고 있는 ‘하루’다. 


앞서 말한 산호 화석의 예를 보자. 3억 년 전 석탄기 산호에는 390개의 성장선이 있었고, 이는 당시 1년이 약 390일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산해보면 당시 하루는 약 22시간 30분, 4억 년 전 데본기 데본기의 하루는 22시간 정도다. 이 추세라면 그보다 몇십억년 거슬러 올라간 과거의 하루는 굉장히 짧아진다. 실제로 20억 년 전 지구의 하루는 약 11시간, 지구 탄생 당시에는 하루가 고작 4시간 정도로 지금보다 훨씬 짧다. 


그럼 왜 지구의 하루는 점점 길어질까?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느려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달 때문에 발생하는 ‘기조력’이라는 힘이다. 


달과 지구 사이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력이 작용한다. 또한 두 천체는 둘 사이의 질량중심을 축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원심력이 발생한다. 지구 중심에선 달의 인력과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고 있지만 달과 가장 가까운 쪽과 가장 먼 쪽은 힘의 균형이 깨어진다. 달과 가까운 면은 인력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멀어질수록 인력보다 원심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인력과 원심력의 합력으로 지구 바닷물을 끌어당기고 조수 간만의 차를 만드는데 이 힘을 기조력이라고 한다. 


 


기조력이 생겨 부풀어 오른 바닷물에 다시 달의 인력이 작용하면, 바닷물은 지구 자전 반대방향으로 끌려가게 된다. 이 힘이 지구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지게 하는 주된 이유다.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지구의 하루 길이는 10만년에 1초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이 계산대로라면 3억 6천만년 뒤에는 하루가 25시간이 된다. 그리고 75억년 뒤에는 지구 자전이 완전히 멈추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 하루 길이가 늘어나는 것 뿐 아니라, 달도 멀어진다. 1969년 8월~1989년 4월까지 20년에 걸쳐 지구와 달 사이 거리를 레이저로 측정한 결과, 달이 1년에 3.8cm씩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현상은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줄어드는 각운동량주1만큼 달의 각운동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로 과학자들이 계산한 결과, 45억 년 전 지구가 갓 탄생했을 때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24만km에 불과했다고 한다. 현재 38만km인 걸 감안하면 45억년 동안 14만km나 이동한 셈이다. 


달이 멀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을 볼 수 없게 된다. 개기일식은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가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400배, 태양 크기가 달 400배라는 기막힌 우연으로 발생한다. 그런데 이 추세대로 달이 계속 이동한다면 지구-달-태양 사이의 거리와 겉보기 크기 균형이 깨져 4억 6천만년 뒤에는 부분일식이나 금환식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다. 달이 멀어지면 밀물썰물의 강도가 약해져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얕은 바다에 사는 어패류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밤이 지금보다 훨씬 깜깜해져 인간을 포함한 생물들의 분포나 생활 주기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또 달이 멀어져 인력이 줄어들면 태양이나 다른 태양계 행성들의 인력이 상대적으로 커져 지구의 공전 궤도가 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공전 궤도가 달라지면 지구에 일어날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이 커진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과학자들은 40~50억년 뒤에는 달과 지구 사이의 힘이 균형을 이뤄 더 이상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추측한다. 


짧게는 1만~10만년, 크게는 50억년에 달하는 시간동안 자전 속도가 느릿느릿 변한다고 당장 하루가 변할 리는 없다. 100년을 꼬박 다 산다고 해도 내가 경험하는 하루의 길이는 겨우 0.001초 차이 날 뿐이다. 그러나 시간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오늘 하루쯤은 달을 바라보며 시간의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 : 김은영 과학전문 기자) 



주1) 각운동량은 회전하는 물체의 운동량으로 물체의 질량과 속도, 회전 운동 반지름을 곱한 양으로 표시한다. 각운동량은 일정하게 보존되기 때문에 회전하는 물체의 속도가 바뀌면 운동 반지름도 따라서 변한다. 지구와 달의 경우 두 천체의 총 운동에너지는 보존되므로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지면서 줄어드는 각운동량만큼 달의 각운동량이 증가한다. 이는 달의 운동 반지름이 커지는, 즉 달이 멀어지는 현상을 불러온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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