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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미라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다.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상식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장례 방식이 아님은 물론이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천 년 전 숨을 거둔 시신이 온전하게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은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한편으로는 공포스럽기도 하다. 이집트인이 사체를 보존한 건 영혼이 돌아올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죽었지만 현실 세계를 완전히 떠나진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테면 삶을 준비하는 죽음이다. 미라가 어느 순간 ‘벌떡’ 일어나 어기적거리며 걸어오는 상상도 가능하다. 실제 몇몇 할리우드 영화는 사회적인 탄생 배경이 전혀 다른 ‘좀비’를 미라의 친척뻘로 간주한다.
주목할 건 고대든 현대든 미라를 만들 때 당대 최고의 과학기술이 동원됐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부패’를 막는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 가운데 동원된 과학기술이 무엇이었는지 차근차근 짚어보자.
고대 이집트 미라를 탄생시킨 건 소다석이다. 소다석은 탄산나트륨과 염화나트륨이 결합된 물질. 뛰어난 수분 흡수효과를 갖고 있다. 이를 간파한 이집트인들은 기원전 약 2575년부터 소다석을 잘게 빻아 사체에 발랐다. ‘미라’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사막에 사체를 그대로 묻는 게 고작이었다. 무덤 안에 수직으로 굴을 파고 그 안에 사체를 보관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다석은 미라를 만들기 위한 필수품이었다.
미라 제작엔 송진에 특별한 첨가물을 섞은 유약도 한몫했다. 머리뼈 안에 이 유약이 채워졌으며 붕대에도 발라졌다. 이집트 미라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미라의 제작목적상 장기 보존을 위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당시 쓰였던 유약의 성분은 현대 과학으로도 알 길이 없다. 다만 근대 이전 유럽에선 송진에 숯을 섞어 만든 ‘역청’을 선박 방수제로 썼다는 점에서 수분 방지에 효과가 있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이집트 미라는 고대 과학기술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당시로선 최선의 노력을 거쳤지만 ‘탈색되고 비쩍 마른 시신’ 수준을 넘지 못했다. 자연 물질을 방부제로 활용한 탓이 컸다. 정밀한 화학처리를 거친 현대 방부제와는 수준부터가 달랐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에 등장한 레닌의 시신은 미라의 기준을 바꾼 사건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과 얼마나 똑같았던지 ‘가짜’ 논란까지 일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레닌의 시신엔 물, 알코올, 글리세린, 아세트산 칼륨의 혼합물로 추정되는 물질이 주입됐다. 대부분 현대 과학기술이 만든 화학물질이다. 이것들은 살아 있는 것 같은 피부를 유지시킨 일등공신이었다.
냉동인간을 만들 때엔 인체를 영하 196도로 급속 냉동시켜 세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기술을 쓴다. 그러나 아직까진 해동된 인체를 100% 부활시킬 수 없다. 세포 내 수분이 저온으로 팽창하면서 세포막이 파괴되면 이를 복구할 수가 없어서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격이다. 현재 냉동인간이 된 사람은 불치병을 앓다 죽기 전에 냉동인간이 된 월트 디즈니를 비롯해 1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미래 기술의 진보를 믿고 일종의 도박을 한 셈이다.
그러나 학계에선 나노로봇이 개발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동 중인 인체 내에 나노 로봇을 투입해 세포를 복구하면 냉동 전처럼 인체를 재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냉동인간이 현실의 인간과 어울려서 지낼 날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풍자시인 푸블리우스 시루스는 “하루를 우리의 마지막 날처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단한 의미다. 열심히 살라는 얘기다. 오늘에 충실하는 게 다음 생의 부활을 꿈꾸는 것보다 편리한 방법이라는 말과도 일견 일맥상통한다. 미라가 될 수 없는 현대인들이 곱씹어 볼 대목이다.(글 : 이정호 과학전문기자)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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