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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 중국은 미사일을 발사해 지상 850km 상공의 자국 기상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과거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간에 경쟁적으로 개발되다 한동안 잠잠했던 우주전쟁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조지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은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뜻했지만, 오늘날 우주전쟁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인간끼리의 전쟁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우주시대로 들어선 지금, 우주전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우주전쟁이란 무엇이며 어떤 기술이 사용되는 걸까? 


현대의 우주전쟁의 핵심은 ‘인공위성’이다. 현대전에서 인공위성은 그야말로 대단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위성은 군사배치는 물론 주요 인물의 움직임까지 정밀하게 포착해 드러낸다. 상대에게 모든 걸 노출해야하는 입장에서 위성은 공포의 대상이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 전을 수행하며 위성을 통한 우주전쟁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 바 있다. 


우주전쟁에서 핵심이 되는 첩보위성은 1000km 정도의 상공에서 돌며 지상을 관측한다. 상공을 돌다가 중요한 첩보 대상이 있으면 수백 km의 궤도로 내려와 지표를 수십 cm 이내의 정밀도로 감시하고 다시 본 궤도로 올라가는 첩보위성도 있다. 어떤 첩보위성은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빛이 반사되지 않는 특수한 재질로 만들고, 특수 카메라를 달아 건물 내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연료 소모가 많기 때문에 수명이 1년 내외로 짧지만 위성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는 더욱 크다. 


앞으로는 감시 기능에 그치지 않고 우주에서 지구를 공격할 수 있는 공격용 무기를 장착한 위성이 개발될 것이다. 우주에서 지상을 공격하는 미사일이 장착된 위성이 자국의 상공을 떠다니며 주요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한다고 생각하면 전쟁의 개념 자체가 달라진다. 


상대국 입장에선 이런 첩보위성의 존재가 성가실 수밖에 없다. 당연히 첩보위성을 격추하기 위한 위성파괴무기(anti­satellite[ASAT] Weapons)들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이번에 중국이 성공한 위성 요격 실험에는 ‘날아가는 총알을 총알로 맞춘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했다. 800km 상공 어딘가에서 초속 수~수십km 정도로 비행하는 위성을 초속 1~2km 정도의 미사일로 격추한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용한 로켓은 KT-2탄으로 알려졌다. 로켓으로 위성을 격추하려면 위성을 정확히 추적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위성의 위치는 먼저 레이더를 이용해 지상에서 파악한다. 수백 km 이상에서 움직이는 위성을 감시하는 레이더 시스템은 그 규모나 예산 면에서 항공기를 감시하는 레이더 시스템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일단 레이더가 위성의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하면 지상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정밀한 위치를 파악한다. 이를 레이저위성추적시스템(SLR, Satellite Laser Raging)이라고 한다. 


발사 뒤 로켓은 위성이 도는 863km 궤도로 올라간다. 일단 궤도에 진입하면 로켓에 달린 레이더, 전자광학카메라, 적외선 감지장치 등의 도움을 받아 목표를 추적한다. 위성과 부딪힐 지점을 예상해서 오차를 줄이며 거리를 좁혀 결국 위성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인 유도탄보다 훨씬 높은 정밀도를 얻기 위해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6호에서 축적한 기술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첩보위성의 경우 통신위성보다 더욱 낮은 궤도에서 돌기 때문에 로켓으로 타격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정밀도가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유도탄으로 위성을 파괴하는 기술은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앞에서 밝혔듯 이미 미국과 구소련은 1980년대 중반에 위성 요격 실험을 성공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제 우주전쟁에 막 입문했다고 할 수 있다. 


지상에서 우주에 있는 위성을 요격하기보다 아예 위성이 위성을 격추하는 킬러 위성도 이미 개발됐다. 우주 대 지상의 개념이 아니라 우주 대 우주의 전쟁이다. 구소련은 1960년대부터 킬러 위성을 개발하여 이미 실용화 단계까지 이르렀고, 미국도 1980년대까지 킬러 위성의 개발을 성공했다. 위성에 장착된 미사일이나 레이저 등의 무기로 적국 위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개발한 우주 무기에는 소형 위성을 이용해 적 위성을 미행하다 자폭해 파괴하는 우주기뢰도 있다. 최근 중국도 비슷한 개념의 기생 위성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 위성은 파괴하고자 하는 적 위성에 기생충처럼 근접해 비행하다 유사시에 적 위성을 파괴하는 위성이다. 이와는 반대로 중요한 위성 주위에 초소형 위성들을 배치하여 유사시에 위성을 보호하는 보디가드 위성들도 있다. 파괴하려는 기술과 파괴당하지 않는 기술이 점입가경으로 경쟁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의 우주 전쟁은 우주를 얼마나 정확히 감시하고 우주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체가 불분명한 위성이 포착된다면, 그 위성의 정확한 궤도를 계산해 보안장치를 한다거나,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그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이제 우주 감시는 단순한 연구 차원에서 벗어나 국방 차원으로도 준비되어져야 한다. 2006년 6월 공군은 천문연구원과 우주분야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고 우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우리 공군에도 우주사령부를 창설해 본격적으로 우주전쟁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글 :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학과 겸임교수)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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