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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2007년 철도산업발전시행계획’에는 시속 180km 급의 한국형 ‘틸팅(Tilting) 열차’ 시험 운행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빠른 KTX의 최대 속도가 350km이고 새마을호 열차의 최대 속도가 140km이니 그 중간에 해당하는 열차라고 볼 수 있다. 


KTX보다 느린 틸팅 열차가 새 사업으로 지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틸팅 열차가 ‘기존 선로에서 달리는 가장 빠른 열차’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이미 1990년에 틸팅 열차를 상용화했고 이탈리아, 독일, 일본, 미국, 프랑스도 차례로 보급했다. 열차의 새로운 트랜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첨단 기술을 십분 활용해 만든 틸팅 열차의 핵심이 되는 원리와 장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열차가 고속으로 달리기 위한 조건을 알아보자. 무엇보다 구동장치가 높은 출력을 내야하고, 가급적 최고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 현실에서는 출력을 깎아내리는 여러 가지 장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퀴와 철로 간의 마찰력, 진행 방향의 반대로 받는 공기 저항은 최고 속도를 깎아내리는 대표적인 문제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열차의 탈선을 막기 위해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열차의 평균 속도는 크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만약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원심력 때문에 열차는 도는 바깥쪽으로 튕겨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재 운행하고 있는 KTX는 최대한 직선에 가까운 전용 철로를 새로 마련해야 했으며 곡선 구간에서는 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이름인 ‘틸팅(Tilting)’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틸팅 열차의 가장 큰 특징은 주행 시 기울어진다는 것이다. 차체를 기울여 곡선 구간의 원심력을 상쇄하고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악 지형이고, 자연히 기존 철로에는 곡선 구간이 많다. 틸팅 열차를 적용한다면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떨어뜨려야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 틸팅 열차는 어떤 구조이기에 기울어져 달릴 수 있을까? 틸팅 기술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으며, 그 종류에 따라 구조 역시 달라진다. 


첫 번째는 ‘수동적 틸팅’이다. 수동적이라는 의미는 기울어지는 동작과 그 각도를 인위적으로 조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열차의 종단면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객실을 좌우로 자유롭게 흔들리는 상태로 두되, 그 회전축을 객실의 무게 중심보다 위에 둔다. 이렇게 하면 원심력이 우측으로 작용할 경우 무게 중심보다 위는 왼쪽으로, 아래는 오른쪽으로 힘을 받아 자연적인 틸팅이 이뤄지게 된다. 이와 같은 수동적 틸팅에는 별도의 동력이나 제어장치가 필요 없지만 얻을 수 있는 경사각이 작고 임의로 경사를 조절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수동적 틸팅을 이용한 열차로는 스페인의 ‘Talgo XXI’ 이 있으며 이 열차의 경우 최대 경사각은 3.5°이다. 


두 번째는 ‘능동적 틸팅’이다. 이는 차체와 철로 사이를 연결하는 부위, 즉 대차 부위에 별도의 동력과 제어장치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 대차 부위는 객실을 떠받치다가 차량 내부의 컴퓨터, 자체적인 GPS 시스템, 선로에 마련된 중계장치의 신호에 맞춰 객실의 기울기를 조절한다. 능동적 틸팅은 비교적 큰 경사각(최대 8°)을 얻을 수 있으며 저속 차량과 공유해야 하는 선로에서도 큰 지장 없이 고속을 얻을 수 있다. 대신 별도의 장치와 동력이 요구되며, 정밀제어공학이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의 틸팅 열차들은 모두 이 능동적 틸팅을 채택하고 있으며, 여러 세부적인 기술 구현 방식도 개발돼 있다. 


이처럼 틸팅 열차는 차량의 모든 부분이 고정되어 움직여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 물리학의 원리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빨리 달린다는 고속 열차 본래의 목적과 함께 경제적인 절감 효과를 노리는 신기술이다. 세계적인 철도회사 알스톰은 이미 ‘펜돌리노’라는 상품명의 틸팅 열차를 개발해 세계 곳곳에서 상용화를 이뤄놓았다. 


올해 시험 운전에 들어갈 한국형 틸팅 열차는 당연히 능동형 틸팅 열차이며, 이에 더해 ‘틸팅조향대차’를 개발해 채택하고 있다. ‘틸팅조향’이란 차체의 기울기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말한다. 이로써 능동형 틸팅 열차가 갖춰야 할 세가지 조건, 즉 높은 속도를 가능하게 하는 큰 경사각, 전자 제어장치, 기존 선로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구형 열차를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셈이다. 


모든 첨단 공학제품들이 그렇듯이 많은 제어가 필요한 제품일수록 사전·사후 관리와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신기술의 집약이자 각종 장점으로 무장한 틸팅 열차 역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형 틸팅 열차 또한 이 점에 주력하여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운행의 안전은 물론 삶의 편의를 한층 높여주길 기대해본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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