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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호주에서는 물맛의 지존을 가리는 이색대회가 열렸다. 세계 내로라하는 물들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영예의 1위는 놀랍게도 멜버른시의 수돗물이 차지했다. 더 황당한 결과는 세계적 생수 ‘에비앙’이 재처리한 하수도 물보다 낮은 순위였다는 것. 물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한 미각 한다는 심사위원들이 평가한 결과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열린 적이 있다. 서울시가 수돗물을 홍보하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물맛을 가려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행한 것이다. 이름이 쓰여 있지 않은 병에 담긴 물을 차례차례 마신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맛있다며 가리킨 것은 수돗물. 정체를 알게 된 이들은 ‘뜨악~’하는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고 한다. 물에 대한 우리의 오해와 진실은 무엇일까?
1L 당 1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몸에 좋고 맛도 색다르다는 소문 때문에 잘도 팔려나간다. 세계의 온갖 진귀한 물을 모아놓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메뉴판에 오직 물만 파는 물카페까지 등장했다. 값비싼 가격의 생수가 물맛이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와 다르다.
물맛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포함된 성분에 따라 물맛이 조금씩 달라진다. 탄산이 포함된 광천수는 톡 쏘는 맛이 나 상쾌한 느낌을 준다. 평소 즐겨마시는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의 맛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같은 광천수라도 철 성분이 많이 포함된 약수에선 철 비린내가 풍겨 일부 사람들은 기피하기도 한다.
때문에 출신지와 맛을 따져가며 물을 마시는 마니아들도 있다. 물 전문 사이트에 가면 ‘에비앙은 빙하수라 맛이 무겁다’나 ‘천연 옥의 산지에서 뽑아 올린 지하수는 부드러워 목에서 잘 넘어간다’는 평이 올라와 있다. 빙하수에는 칼슘 같은 미네랄이 많이 맛이 텁텁하게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깊은 땅 속에서 퍼 올린 지하수는 여러 광물 사이에서 흐르던 물이라 맛이 깨끗하다는 사람도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서울시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사람들이 수돗물을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 이유도 같은 원리다. 상온 아래에서 느껴지던 수돗물 특유의 냄새나 찝찝한 맛이 차갑게 식힌 물에서 사라진 것이다. 수돗물 전문가들은 수돗물을 냉장고에 두었다가 마시면 생수 못지않게 맛있는 물이 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수돗물을 병에 넣어 생수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아예 가정까지 차가운 수돗물을 전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수돗물의 변신은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거리낌을 씻어줄만 하다. 사람들이 수돗물을 맛없다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원인 호수나 강의 흙냄새와 정수장에서 소독을 위해 넣는 염소 냄새 때문이다. 염소 냄새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넣는 것이 아니라 정수장에서, 중간 공급지에서 적절한 양을 나눠 넣으면 사라진다. 이 밖에 물탱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수질감시시스템이 개발됐고, 급수관 안으로 쏙 들어가 내부를 진단하는 미니로봇도 곧 만들어질 예정이다.
우리 몸의 3분의 2는 물이다. 이 가운데 1~2%만 사라져도 사람은 심한 갈증을 느끼고 더 많은 물이 손실되면 탈수증상을 일으켜 사망한다. 단식하는 사람은 몇 주간 버티지만 물이 없으면 단 5일도 버티기 힘들다고 한다. 사람이 하루에 마시거나 다른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물의 양은 약 1L. 맛을 떠나 1L의 물만 있어도 사람은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한 통에 7만원이 넘는 자작나무 수액이든, 수도세만 내면 마실 수 있는 몇 원짜리 수돗물이든 인간의 삶을 유지해준다는 점에서는 다 같은 물이다. 물을 마시고 푸른 나비가 노니는 신천지를 보는 경지에 이르지 않는다면야 내 입맛에 맞는 시원한 물 한 잔이면 족하지 않을까. 잔뜩 목이 마른 이의 입술로 떨어지는 차가운 물 한 방울,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은 그런 물이리라.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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