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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5월 16일 밤. 독일의 루르 계곡에 위치한 수력발전용 댐 을 향해 영국 공군의 랭커스터 폭격기가 서서히 접근했다. 18m로 저공비행하던 폭격기는 댐 정면 800m 지점에서 특수하게 고안된 맥주통 모양의 폭탄을 투하했다. 호수에 떨어진 폭탄은 수면을 4번 튕기며 전진하다 댐 벽에 부딪치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얼마 후 지축을 흔드는 굉음을 울리며 터진 폭탄은 댐에 폭 91m, 높이 30m의 구멍을 뚫었다. 한동안 독일군은 군수공장을 운용하기 위한 전력 생산에 큰 차질을 빚었다.
당시 영국 공군은 폭탄에 회전을 걸어 수면에 던지는 투하법인 ‘스킵 보밍’(skip bombing)을 사용했다. 수면에 일정한 각도로 돌을 던지면 통통 튕기는 물수제비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고공비행을 하면 댐에 정확히 폭탄을 투하할 수가 없고, 저공비행을 하면 폭격기가 대공 사격에 노출될 것을 우려한 묘안이었다. 이 같이 194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물수제비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진척돼 있다.
클라네 박사의 실험에 따르면 20도보다 낮은 각도로 던진 돌은 수면에서 튕기기는 하지만 그 다음엔 수면과 지나치게 맞붙기 때문에 운동 에너지가 사라지고 만다. 반대로 20보다 크면 수면에서 튕기는 각도가 점점 커져 몇 번 튕기지 못하고 물속에 빠진다. 진입각도가 45도보다 크면 곧바로 물속으로 빠진다.
이에 앞서 2002년 프랑스 리옹대 리데릭 보케 교수도 물수제비에 관한 수학적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과학저널 ‘아메리칸 저널 오브 피직스’에서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물수제비 회수는 돌의 속도가 빠를수록 증가한다. 각도도 중요하지만 돌을 얼마나 세게 던지느냐가 물수제비 횟수를 결정짓는다는 얘기다. 그가 밝힌 최소 속도는 시속 1km였다. 클라네 박사와 보케 교수의 연구를 종합하면 각도는 20도, 속도는 빠르면 빠를수록 물수제비가 잘 일어난다는 말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물수제비 연구가 우주과학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다. 우주선이 지구로 돌아올 때 지상으로 제대로 진입할 수 있는 각도와 속도를 정확히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대기권과의 각도가 지나치게 작으면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가 영영 미아가 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우주개발기관들은 물수제비 연구결과를 통해 가장 적절한 대기권 진입 각도를 유추해 내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
물수제비가 지니고 있는 수많은 과학적인 원리에도 불구하고 물수제비뜨기는 역시 재미있는 ‘놀이’다.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된 물수제비뜨기 경기는 현재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열리고 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세계기록은 1992년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저던 콜맨 맥기라는 엔지니어가 세웠다. 그는 미국 블랑코 강에서 무려 38번이나 물수제비떴다.
그가 가진 기록은 15년이나 깨지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맥기가 세운 물수제비뜨기가 가능하기 위한 조건을 계산해 봤다. 지름 10cm의 납작한 돌로 맥기와 같은 기록을 내려면 돌을 초당 14회 회전시키면서 시속 40km로 던져야 한다. 엄청난 연습이 동반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쯤이면 물수제비뜨기 위한 ‘사생결단’이라 할 만하다. (글 : 이정호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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