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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전 씨는 소중 씨와 함께 모처럼 산으로 데이트를 나왔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푸른 잎이 쑥쑥 돋아난 자연 속으로 들어오자 가슴까지 탁 트이는 것 같았다. 한참을 걷다가 이윽고 나전 씨가 계획한(?) 소나무 숲과 참나무 숲으로 나뉜 갈림길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등산객의 출입이 드문 곳. 나전 씨는 오늘은 용기를 내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소중 씨, 저… 여, 여기 사람도 별로 없고 차암~ 근사하네요.”
“네, 정말요. 좀 더워지려고 했는데 숲이 보이네. 우리 숲으로 가요.”
“(아자!) 그래요 요즘 같은 더위엔 숲길을 거닐며 삼림욕하는 게 최고에요! 우리 어느 숲으로 갈까요?”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비를 피할만한 장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두 사람은 비를 피하기 위해 숲으로 뛰기 시작했다. 나전 씨는 참나무 숲으로 뛰어가려는 소중 씨의 손목을 붙잡아 멈춰 세운 뒤 소나무 숲으로 방향을 돌렸다.
“비가 꽤 오래 올 것 같은데, 참나무 숲이 나뭇잎이 넓으니 좋지 않나요?”
“제가 가자는 데로 따라오세요. 우선 비를 피하고 얘기할 테니까요.”
소나무 숲을 선택한 나전 씨의 판단은 옳았을까? 소나무 숲에 다다른 소중 씨는 놀랐다. 멀리서 봤을 때와 달리 소나무 주변엔 작은 나무나 덩굴식물이 거의 없어 쪼그려 앉기도 편하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도 적었다.
“솔잎이 가늘어 비가 많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빗방울이 안 떨어지네요”
“흔히 잎이 넓으면 나무 아래로 빗방울이 덜 쏟아진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솔잎은 가늘어도 전체 잎의 양은 참나무보다 많아요.”
“그런데 소나무 숲에는 다른 식물들이 잘 안보이네요. 풀이 무성하지 않은 덕분에 나무 밑에 숨기 편해요.”
“그것도 같은 원리죠. 햇볕이 내리쬐는 날엔 소나무 숲을 걸어보면 오히려 참나무 숲보다 더 어두워요. 햇빛이 빽빽한 나뭇잎에 가로막혀 지표면에 도달하지 못하는 거죠. 햇빛이 없으면….”
“식물이 광합성을 못해서 살 수가 없다?”
“오~ 맞았어요. 대단한데요. 게다가 솔잎에는 탄닌(tannin) 성분이 포함돼 있어서 잘 썩지도 않아요. 그래서 소나무 숲엔 다른 식물은 별로 없고 솔잎만 두껍게 쌓여 있기 마련이죠.”
“숲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구나. 참나무는 잎이 넓어도 숲 아래 떨어지는 빗물이 많고, 소나무는 잎이 얇아도 숲 아래 떨어지는 빗물이 적고…. 소나무 숲이 산책하기엔 더 좋겠네요. 그럼 참나무 숲은 뭐가 좋아요?”
“아 네. 소나무 숲은 얘기한대로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 솔잎에 많이 매달려 있게 돼 비를 피하기는 좋죠. 하지만 빗물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잎에 있다 그대로 증발하면 숲의 토양은 어떻게 되겠어요?”
“음. 하늘에서 비가 내려도 바닥까지 내린 게 아니니까 건조해질 것 같아요.”
“맞아요. 하늘에서 비가 내렸는데 나뭇잎에 매달렸다 모두 증발하니까 우리가 식수로 이용할 수 있는 빗물이 줄어들죠. 이 사실은 댐을 건설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이에요.”
“정말요? 댐을 만들 때 주변의 숲을 고려해요?”
“네. 댐 주변에 침엽수가 많으면 물 저장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숲을 고려해서 댐을 세울 장소를 정하죠. 게다가 ‘녹색댐’이란 개념이 있어요. 우리나라 수자원 총량(연간 약 1267억톤) 가운데 3분의 2는 산에서 내려오는 골짜기 물이라고 해요. 만약 숲이 빗물을 많이 가둘 수 있다면 콘크리트로 댐을 적게 만들어도 되겠죠.”
“와~. 나무가 댐 역할을 한다니 놀랍네요. 잠깐! 그렇다고 활엽수로만 숲을 만들면 비가 많이 올 때 물이 몽땅 흘러내려 홍수가 나지 않을까요?”
“하하. 그건 걱정 안해도 돼요. 참나무 같은 활엽수의 낙엽은 쉽게 썩어 토양이 되고, 햇빛도 잘 들기 때문에 참나무 숲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자라요. 식물이 많으면 비가 내려도 식물의 뿌리가 토양을 꼭 붙잡기 때문에 산사태나 홍수를 막아주죠.”
“그럼 비가 안 오고 가물면요?”
“나무가 많은 숲은 ‘스폰지’ 같아요. 여름철 집중호수 때는 식물과 토양이 물을 머금고 있다가 가물 때는 내뱉어요. 침엽수 숲은 강수량의 51% 정도가 하늘로 증발하지만 활엽수 숲은 38%정도를 잃을 뿐이라 더 좋죠.”
“이렇게 보니 활엽수가 침엽수보다 얻을 게 많네요.”
“뭐 상대적이죠. 상수원 주변이라면 활엽수를 심는 게 좋겠지만, 목재를 얻으려면 튼튼한 침엽수가 좋겠죠. 또 멸종위기 종인 동물이 특정 나무에서만 살 수 있다면 그에 맞는 나무를 심어야겠죠.”
얘기를 나누다보니 비가 서서히 그치기 시작한다. 구름 사이로 빛이 새어나와 하늘이 아주 멋지게 변했다.
“와~. 나전 씨 이제 보니 ‘나무 박사’네요. 숲으로 데이트 와서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머리를 긁적거리는 나전 씨의 뺨에 소중 씨가 쪽~ 하고 뽀뽀를 했다. 머리카락에 빗물이 방울방울 맺힌 소중 씨를 바라보니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오늘은 용기를 내겠다고 했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좋지 않은가. 오늘 내린 비로 소중 씨와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다. 고맙다 비야, 고맙다 숲아.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활엽수와 침엽수
활엽수 : 단풍나무, 벚나무, 자작나무를 비롯해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류에 속하는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대표적인 활엽수다. 주로 과실수나 조경수로 쓰인다. 특히 잎이 커다란 플라타너스는 먼지나 소음을 잘 흡수해 가로수로 심는다.
침엽수 : 소나무와 잣나무, 전나무, 낙엽송 같이 잎이 바늘처럼 기다란 나무들이 침엽수다. 대체로 고산지대나 추운 곳에서 잘 자란다. 천천히 자라는 만큼 재질이 단단해 집짓는 용재나 가구재, 종이의 원료로 많이 쓰인다. 놀랍게도 은행나무는 잎은 넓지만 세포의 구조가 활엽수와 달라 침엽수로 분류한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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