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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소리가 멀어져가며 웅성대던 이들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골목 어귀 집에서 발생한 화재는 잠시나마 작은 동네의 화제가 됐다. 선선해진 바람을 쐬러 옆 동네 공원에 나들이를 다녀오던 짠돌 씨 가족도 원치 않게 불구경을 하게 됐다. 다행히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아 처음 불이 붙은 가스레인지 부분만 까맣게 타고 나머지는 무사했다.
소방관은 처음 발견한 사람이 창문으로 소화기 호스를 집어넣어 재빨리 진화한 덕분에 불이 커지지 않았다고 했다. 가을에는 공기가 건조해 불이 나기 쉬우니 소화기를 잘 챙기라는 당부와 함께. 눈을 반짝이며 얘기를 듣던 막희는 돌아오자마자 온 집을 뒤지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또 다시 엄습하는 ‘불길한 예감’에 짠돌 씨는 재빨리 안방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그의 노력도 소용이 없었으니, 잠시 후 눈물이 글썽글썽해진 채 방으로 돌아온 막희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빠, 우리집엔 왜 소화기가 없어~? 불나면 큰일 날 거야!!”
“어머, 소화기가 없었나? 자기야~ 우리 이사 올 때 소화기 하나 있었잖아. 그거 어쨌어?”
이제 숫제 울음을 터트리는 막희를 달래며 초보주부 김 씨가 물었다.
“전주인이 이미 사용한 탓에 약제가 다 떨어져서 쓸 수 없어.”
“그럼 새 걸 사야지. 아빠, 설마 가족의 위험 앞에서까지 절약 정신을 강조하는 건 아니겠지?”
웃, 할 말이 없다. 막신이까지 가세해 합체를 마친 3인방의 눈빛 공격 속에 짠돌 씨는 항복 선언을 했다.
“돈을 아끼려고 안 산 건 아니야. 시간이 없었을 뿐이지. 말 나온 김에 오늘 사러 갈까?”
“우리집에 소화기 생기는 거야? 이제 불나도 괜찮아?”
“불이 나면 안 되지만 소화기 생기는 건 맞아. 아빠가 막희 울렸으니까, 사과하는 의미로 아주 귀여운 미니소화기도 만들어 줄게. 실험하고 나서 소화기 사러 가자꾸나.”
“아빠 만세~!”
[실험방법]
1. 준비물 : 패트병, 빨대, 식초, 초, 소다, 빨대, 드라이버
2. 페트병 뚜껑에 구멍을 낸다. (드라이버를 가스레인지에 달궈서 뚫으면 잘 뚫리지만 다칠 위험이 있으니 조심할 것.)
3. 구멍을 낸 뚜껑에 빨대를 끼우고 나머지 공간을 기체가 새지 않도록 글루건 이나 접착제 등으로 잘 막아준다. 기체만으로 실험하고 싶다면 PET 안으로 들어가는 부분의 빨대를 조금 짧게, 거품까지 내며 재밌게 하고 싶다면 빨대를 길게 넣는다.
4. 화장지 한 장을 떼어 소다를 조금 붓고 페트병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감싼다.
5. 페트병 안에 식초를 적당히 채운다.
6. 화장지로 싼 소다를 페트병 안에 넣고 재빨리 뚜껑을 닫고 촛불에 가까이 가져간다. 입구 쪽 빨대를 손가락으로 막고 있다가 뚜껑을 완전히 닫고 나서 손가락을 떼면 촛불이 꺼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 거품이 일어나면서 촛불이 꺼져.”
“그래. 소다 안에는 탄산 성분이 있는데, 이게 식초랑 만나면 이산화탄소로 변한단다. 거품이 이는 건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는 증거야. 이 이산화탄소가 빨대를 타고 나와서 촛불을 끈 거지.”
“이산화탄소로 촛불을 끌 수 있어?”
“우리가 촛불을 끌 때도 입으로 훅 불잖아? 그거랑 같아. 어떤 물질이 타기 위해서는 산소, 탈 물질, 발화점 이상의 온도가 필요해. 그런데 산소는 이산화탄소보다 가벼운 기체거든. 이산화탄소를 촛불에 가까이하면 이산화탄소가 산소를 차단해버리기 때문에 불이 꺼지는 거란다.”
“아빠, 그럼 진짜 소화기는? 진짜 소화기도 우리가 만든 거와 비슷해?”
“소화기는 고압가스 용기에 이산화탄소를 액체로 만들어 집어넣은 거야. 기체를 계속 압축하면 액체가 되거든. 액체 이산화탄소는 기체로 바뀌면 부피가 500배 이상 늘어나. 그러니까 소화기는 작아도 이산화탄소를 엄청 많이 만들 수 있다 이거야.”
“오호~”
“게다가 액체 이산화탄소가 기체로 변하면서 온도가 -78.5℃까지 내려가거든. 물체가 타려면 발화점 이상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이처럼 온도를 낮춰주는 것도 불을 끄는 효과가 있지.”
“저번에 보니까 손잡이를 이렇게 쥐니까 가스가 나가던데….”
“이산화탄소를 고압으로 넣어뒀으니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겠지? 안전핀을 뽑고 손잡이를 쥐면 막아뒀던 마개를 여는 것과 같아. 아까 빨대 앞을 손가락으로 막았다가 떼는 것처럼 말이지.”
“그렇구나. 아빠, 그럼 소화기는 다 하얀 거품으로 불을 끄는 거야?”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분말소화기는 그렇지. 그 외에도 이산화탄소를 액화 상태로 저장한 이산화탄소 소화기나 분말과 다른 약품을 쓰는 할론 소화기도 있단다. 이 둘은 재를 남기지 않는 물질이 탈 때나 차량에 불이 날 때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 주로 이용해.”
“우리집처럼 소화기가 없는 데서 불이 나면 어떡해? 소방차가 오기 전에 불이 막 번질 수도 있잖아.”
“그럴 땐 잘 타지 않는 재질의 두꺼운 담요를 덮거나 모래를 뿌려 산소의 공급을 막으면 돼. 타는 물질에 따라서 물을 부으면 더 크게 번지는 것도 있으니까 주의하고. 물론 불이 너무 빨리 번지면 일단 몸을 피해야겠지. 하지만 그 전에 더 중요한 거, 뭔지 알겠니?”
“당연하지! 불조심!”
촛불이 완전히 꺼졌는지 확인하고 실험도구를 치운 뒤 짠돌 씨 가족은 소화기를 사러 갔다. 3.3kg짜리 든든한 빨간색을 볼 때마다 가족 모두 불조심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될게다. 물론, 언제까지나 정신적 지주만 돼주는 게 가장 좋겠지만. 역시 불조심이 최고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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