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이 겹친 12월. 송년회다 뭐다 해서 유난히 술자리가 많다. 40대 김 과장도 연일 술을 마시고 있다. 그런데 요즘 뭔가 이상하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술을 먹기만 하면 기억이 뚝-뚝- 잘도 끊어진다. 처음엔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하고 웃어 넘겼는데, 두세 번 반복되다 보니 걱정이 된다. 마시는 양을 줄여보기도 하고 소주 대신 고급 양주를 마시기도 했지만 증세는 심해질 뿐. 급기야 송년회 중간에 기억이 사라진 뒤 눈 떠보니 사무실 바닥에서 자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김 과장처럼 ‘필름 절단 사고’를 한두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필름 끊긴 상태에서 벌이는 추태도 걱정이지만, 내가 했던 일인데 나만 기억을 못 하고 있다는 두려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
어렸을 때의 기억은 언제부터 사라질까 어릴 적 전북 군산에 잠깐 살았던 적이 있다. 당시 집 근처에는 야구 명문 군산상고가 있었고, 네 살이던 나는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즐겨 봤다. 아니 정확히는 그랬다고 한다. 그 모습을 지금도 기억하시는 부모님 말씀에 따르면 말이다. 하지만 정작 내게는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다. 단지 상상하며 마음에 그려볼 뿐이지 사실 그 때의 기억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반갑게도(?) 사람들은 어릴 적 일을 대부분 기억하지 못 한다. 이처럼 아동기 초기의 기억이 없는 것을 ‘아동기 기억상실’이라 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아이들은 이 시기에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갖고 있는 점이다. 부모라면 한 번쯤 ‘우리 아이가 혹시 영재 아닐까?’라고 고민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어린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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