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한반도의 중심에 ‘태양’이 떴다. 이 태양은 여러모로 하늘의 태양과 다르다. 지구의 수백만 배 이상 큰 태양이 비해 이 태양은 높이 9m, 지름 9m의 원통으로 연구동 하나에 들어갈 정도다. 또 하늘이 아닌 대지에 단단하게 고정돼 있고 빛과 에너지를 만들지만 겉으로 보기엔 전혀 빛나지 않는다는 점도 다르다. 1.5m 두께의 콘크리트 벽에 감싸인 이 태양의 이름은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 Korean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한국의 별’이라는 의미를 지닌 실험용 핵융합로다. 핵융합의 가능성이 확인된 것은 1980년대. 그 이후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자국의 기술로 핵융합로를 건설한 국가는 손꼽을 정도로..
최근에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북극곰새끼 ‘크누트’에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북극곰 어미가 자연포유를 거부하자 동물원 측에서 인공포유를 결정했는데, 동물보호론자들이 동물들을 숙명대로 내버려두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인공포유란 사람이 직접 동물에게 젖을 먹여 키우는 것을 말한다. 동물보호론자들이 주장하는 숙명이란 새끼가 죽고 사는 것 자체도 타고난 운명이니 그냥 어미에게 맡겨두고 지켜만 보자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차라리 ‘안락사’ 시키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아무튼 그 난리 통에서도 크누트는 아직까지 사람의 인공포육 아래 잘 자라고 있다. 왜 북극곰 어미는 포유를 거부했을까? 사실 동물원에서 북극곰 탄생은 거의 해외토픽감이 될 정도로 드문 일이다. 주로 기후가 자연환경과 비슷한..
우리나라에서 과학자를 모델로 우표를 발행한 적은 없다. 그러나 북한은 두 차례나 한 명의 과학자를 기념한 우표를 발행했다. 바로 합성섬유인 ‘비날론’의 발명자 고 리승기 박사(1905~1996)가 주인공이다. 리 박사는 1960년대 초반까지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크게 이름을 떨친 과학자로,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그에 관한 대중용 전기가 출판될 정도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일까. 리 박사는 1905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25년 일본으로 건너가 마츠야마고등학교를 나왔다. 그 뒤 1931년 교토제국대학 공업화학과를 졸업했다. 훗날 그가 쓴 자서전에 따르면 가난한 형편 탓에 대학 시절 결핵을 앓기도 했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쳤다고 한다. 원래 리 박사가 연구하기 원했던..
올해 상반기 중국 랴오닝성은 56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다. 논밭은 마르고 식수조차 얻기 힘들었다. 드디어 6월 27일 가뭄을 해갈하는 비가 내렸는데 놀랍게도 이 비는 사람의 힘으로 내리게 한 인공강우였다. 이때 내린 비의 양은 모두 8억t. 이는 우리나라 경기도 전체에 50mm의 비가 내린 것과 맞먹는 양으로 인공강우 사상 최대 규모였다. 댐이나 저수지로 물을 저장할 수 없었던 옛날에는 비가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였다.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우제(祈雨祭)를 드리는 주술사가 있었다. 이중 아메리카 인디언 주술사를 ‘레인메이커’(rainmaker)라고 부르는데, 오늘날 인공강우 전문가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비를 부르는 현대판 레인메이커의 활약에 대해 알아보자. 인공강우가 최초로 ..
사이렌 소리가 멀어져가며 웅성대던 이들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골목 어귀 집에서 발생한 화재는 잠시나마 작은 동네의 화제가 됐다. 선선해진 바람을 쐬러 옆 동네 공원에 나들이를 다녀오던 짠돌 씨 가족도 원치 않게 불구경을 하게 됐다. 다행히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아 처음 불이 붙은 가스레인지 부분만 까맣게 타고 나머지는 무사했다. 소방관은 처음 발견한 사람이 창문으로 소화기 호스를 집어넣어 재빨리 진화한 덕분에 불이 커지지 않았다고 했다. 가을에는 공기가 건조해 불이 나기 쉬우니 소화기를 잘 챙기라는 당부와 함께. 눈을 반짝이며 얘기를 듣던 막희는 돌아오자마자 온 집을 뒤지며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또 다시 엄습하는 ‘불길한 예감’에 짠돌 씨는 재빨리 안방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그의 노력도 소용이 ..
한국인이 선조에게 물려받은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값어치 있는 것 하나만 골라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꼽을 것이다. 숭례문(남대문) 대신 간송미술관이 간직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을 국보 1호로 새롭게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근거는 무엇일까. 한글은 띄어쓰기가 발달된 언어지만 굳이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다. 다음 예를 보자.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시대를 앞서간 천재문학가 이상이 쓴 시 ‘오감도 제1호’의 일부다. 이 시는 봉건적 질서와 식민지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기존 문법의 띄어쓰기를 무시했다. 일상의 가장 상식적인 질서를 거부한 셈이다. 하지만 시를 읽는..
2007년 10월 4일은 인류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하늘을 향한 인류의 꿈은 계속해서 더 넓은 우주로 뻗어나가고 있다. 아폴로 11호에 몸을 싣고 달을 탐사했고, 태양계 곳곳에 탐사위성을 보냈다. 직접 가기 힘든 곳은 탐사로봇을 보내 탐사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8월 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새로운 화성탐사선, ‘피닉스’(Phoenix)가 델타 II 로켓에 실려 화성으로 떠났다. 오래 전부터 SF소설의 주된 소재였던 화성은 스피릿, 오퍼튜니티 같은 여러 탐사선이 가서 탐사 중이다. 이번에 발사된 피닉스의 주 임무는 화성의 보관돼 있을지 모르는 물을 확인하는 것. 인류는 왜 화성에서 물을 찾으려는 것일까? 인류의 화성 탐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 인물 가운데 가장 위대한 사람을 뽑는 투표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나폴레옹을 제쳐 놓고 파스퇴르(1822~1895)를 뽑았다. 그들에게는 유럽 전체를 누빈 나폴레옹도 영웅이지만, 수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 파스퇴르가 더욱 진정한 영웅이었던 것이다. 1880년대 ‘세균 사냥꾼’으로 불리는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의 등장으로 인류의 전염병과의 싸움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파스퇴르는 탄저균을, 코흐는 결핵균과 콜레라균을 발견하고. 특정 세균이 특정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과학은 종종 우연한 사건으로 발견된다. 당시 유럽은 탄저병과 콜레라가 돌던 시절이었다. 파스퇴르의 실험 보조원은 실험용 닭에게 콜레라균을 주입하는 것을 깜빡 잊고..
기원전 1500년 고대 이집트의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는 ‘너무나 많은 소변을 보는 병’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2세기 터키의 의사 아레테우스는 이 병을 ‘뼈와 살이 녹아서 소변으로 나오는 병’이라고 기록했다. 이 병을 현대식으로 바꿔 말하면 당뇨병(糖尿病), 이름대로 ‘당이 섞인 오줌을 누는 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로 30년 전에 비해 무려 10배나 증가했다. 당뇨병은 한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고 수많은 합병증을 동반하는 탓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당뇨병 사망률은 OECD 국가 중에 최고인 35.3%다. 결코 만만히 볼 질병이 아니란 뜻이다. 정상인은 오줌에 당이 전혀 없다. 당뇨..
후각수용체 ‘S-51’은 태어나면서부터 특별한 숙명을 가졌다. 암모니아 분자와 유독 잘 결합하는 자신의 특성 때문에 그는 자기 주인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어떤 후각수용체보다 민감하게 알아차렸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주인은 그의 골칫거리였다. 사실 그는 몰랐지만 주인은 악성 변비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은 엄지손톱만한 넓이의 후각상피였다. 이곳에서 1000개가 넘는 수용체가 오밀조밀 모여 살고 있었다. 수다쟁이 뇌 신경세포들은 시신경세포의 신호를 인용해 “유전자 풀의 3%를 차지하는 후각 유전자들이 각각 발현한 결과”라고 떠들어댔지만 그는 그저 어느날 정신차려보니 여기 있을 뿐이었다. 각각의 후각수용체는 자신과 잘 결합하는 냄새 분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후각수용체는 자신..
- Total
- Today
- Yesterday
- 다이어트
- 금연
- 챔픽스
- 냄새
- 금연일기
- 지진
- 설탕
- 부작용
- 상식
- 통신
- 챔픽스 후기
- 단백질
- 보건소
- 생명과학
- 흡연
- 100일
- 유전자
- 믹스커피
- 뇌
- 과학
- 윈도우10
- 의료
- 보건
- 챔픽스 후기 금연
- oracle
- 금단증상
- 인공지능
- java
- 오라클
- DNA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